에버네버님의 프로필 이미지

에버네버

@yhkles

+ 팔로우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장편소설)의 표지 이미지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다산책방 펴냄

<오베라는 남자>라는 책이 처음 나왔을 때 그 강렬한 표지에서부터 끌려서 꼭 한 번 읽어봐야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를 먼저 읽게 됐다. 살짝 긴가민가~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앞으로 프레드릭 배크만은 꼭 기억하고, 무조건 읽고 싶은 작가가 되었다. 그의 서술 방식이나 세계관, 감동 포인트까지 무엇 하나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없다. 게다가 어느 분의 리뷰를 보니 이 책이 작가의 책 중 3번째로 좋은 작품이라니 무한 신뢰다.



"세상의 모든 일곱 살짜리에겐 슈퍼 히어로가 있어야 한다.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정신과에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26p



엘사는 보통 사람들의 시선으로 봤을 때 무척 특이한 아이이다. 너무나 똑똑하고 예민해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나 친구들 사이에서는 신경을 긁는다고 생각되는 아이, 조금만 참으면 되는데 그걸 참지 않아서 언제나 말썽을 일으키는 아이, 학교에선 모든 아이들의 표적이 되어 언제나 도망다니는... 그래서 너무 힘들고 피곤하고 짜증이 난다. 하지만 엘사 곁에는 그따위 거 아무것도 아니니 당당히 맞서라고 얘기해주며 언제나 엘사 편을 들어주는 든든한 할머니, 슈퍼 히어로가 있다.



그런 할머니가 엘사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전해달라는 미션을 남긴 후 돌아가셨다. 엘사는 그런 할머니에게 화가 난다. 자신에겐 남기지 않고 전해달라는 그 편지는 한 통도 아니고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이 앞의 미션이 끝나야 어디선가 또 나타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할머니가 걱정했던, 슈퍼 히어로가 사실은 아닐 수도 있다는 할머니의 진실을 알게 됐을 때, 엘사는 너무나 사랑해서 용서하고 싶지만 이미 그 대상이 없어 어쩔 줄을 모르게 된다. 그럼에도 전달하게 된 편지의 대상들이 엘사가 사는 빌라의 주민들이라는 사실과 그들 한 명 한 명이 할머니와 연관되어있다는 것, 그 이야기는 사실 할머니가 자주 들려주시던 판타지 동화 속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깨달아간다. 이들은 서로를 용서하고 자신의 과오를 넘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해리포터"와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무엇보다 좋아하는 7살짜리 여자아이가 좋아할 만한 이야기가 사실은 현실의 반영이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사실 익숙치 않은 단어들로 인해 그 동화 속 세계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엘사가 그 현실 세계와 그 할머니의 동화를 연결시키면서 아파트 주민들을 이해하고 엄마와 친아빠, 새아빠와 새로 태어날 동생과의 관계를 새로 정립하여 가는 과정은 매우 감동적이다.



읽으면서 몇 번이나 울컥했는지~. 모든 아이들은 특이하다. 아니 특별하다.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한 아이가 어디 있을까. 그런 아이를 믿어주고 언제나 귀 기울이고 사랑해줘야 한다는 건 너무나 분명함에도 가끔, 아니 꽤 자주 잊는다. 어떤 면이 뛰어나고 잘해서, 아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사실을 되새겨 본다.
0

에버네버님의 다른 게시물

에버네버님의 프로필 이미지

에버네버

@yhkles

  • 에버네버님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게시물 이미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지음
허블 펴냄

읽고있어요
4일 전
0
에버네버님의 프로필 이미지

에버네버

@yhkles

표지와 간단한 설명을 보고 고르는 책을 읽을 땐, 작가를 눈여겨 보지 않는 편이지만 그렇게 몇 권의 책을 읽은 후 같은 작가가 몇 번 겹치게 되면 자연스레 작가를 알게 되고 이젠 그 작가의 작품을 찾아 읽게 된다. 미우라 시온도 그런 작가다. 몇 번 제목이 눈에 띄어 읽게 됐는데 잔잔하면서 유머가 있고 따뜻함이 있어서 계속 읽고 싶은 작가.



이번에 만난 <마사와 겐>은 표지에서부터 확 잡아끌어당긴다. 아마도 윗부분을 장식한 겐지로의 일러스트가 너무나 강렬하기 때문일 것이다. 유가타를 입고 지팡이 같은 것을 들었는데 대머리 양쪽으로 빨간색 물을 들여 무척이나 강렬하다. 그런가 하면 아랫쪽의 구니마사는 젠틀한 양복을 쫙 빼입었지만 잔뜩 찡그린 표정이 무척이나 깐깐해 보인다.



그리고 이 표지는 이 둘을 아주 잘 설명하고 있다. 전혀 70대처럼은 보이지 않지만 70대인 마사와 겐은 어린 시절부터 친구다. 어느새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지만 청년이 되고 각자의 일을 하면서 잠깐 각자만의 삶을 살기도 한다. 하지만 노년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다시 서로가 서로를 보살피는, 완전한 단짝이 된다.



책은 이 둘의 환장 코믹 쇼이다. 표지 속 소제목처럼 "취미는 갑론을박? 특기는 화해!"로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 투닥투닥 다투다가도 어느새 서로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문제 해결법도 찾아주며 여느 일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 책이 그런 코믹하기만 한 일상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겐지로는 일찍 부인을 여의고 쓰마미 간자시의 직인으로서 제자에게 자신의 기술을 전수 중이다. 그런가 하면 구니마사는 일평생 은행에 매진했다가 은퇴 후 집에서 생활하던 중 아내가 딸네 집으로 가출한 후 혼자 지내고 있다. 책은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법한 노년의 삶을 가감없이 찬찬히 보여준다. 읽다 보면 구니마사 부인의 입장에 충분히 공감되지만 다소 처량한 구니마사의 일상에 슬퍼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둘의 우정이 빛난다. 늙그막에 이런 친구가 곁에 살면서 서로 의지가지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럽기 그지 없다. "죽음"이나 "사후의 세계" 같은 것도 서로 의논하고 삶의 마지막을 정리해 나가는 둘의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마사 & 겐

미우라 시온 지음
비채 펴냄

4일 전
0
에버네버님의 프로필 이미지

에버네버

@yhkles

언젠가부터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었다. 아이들만을 위한 애니메이션이 아니어서 폭넓은 층을 확보하고 각 애니메이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은 것 같았지만 대부분은 호평인데다 다들 한 번씩은 보고 싶다는 얘기들을 들은 터라 나도 한 번쯤은 보고 싶다~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초등생을 키우는 나로서는 영화관에 가서 나만을 위한 영화를 보기가 쉽지 않다. ㅠㅠ 그러다 캐이블 방송을 통해 보게 된 애니메이션이 <너의 이름은>이다. 좋았다.



보통 애니메이션이 원작인 경우, 애니메이션을 굳이 소설로 읽는 편은 아니지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스스로 "소설"을 쓰기를 원했고 그렇게 각 애니메이션마다 소설이 출간되기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읽고 싶어졌다. 맨 먼저 접하게 된 애니메이션이 바로 <언어의 정원>



의외로 <언어의 정원>은 약 50분 분량의 애니메이션이라 한다. 시리즈 애니메이션을 극장판으로 만든 경우도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인데, 50분이 채 안 되는 분량이라니, 신기하다. 하지만 역시나 애니메이션으로는 다 풀지 못한 내용들이 있었는지 소설판에서는 애니메이션보다 훨씬 다양하고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한다.



도시 한복판에 자리한 유료 공원의 한 정자에서, 한 소년과 한 여성이 만난다. 각자의 삶에서 도망치듯 자리한 곳에서 만난 이들은 남학생의 비가 오는 날만 학교에서 벗어나기로 했다는 스스로의 다짐에 따라 비가 오는 날에만 만나게 된다. 별 것 아닌 것 같았던 이들의 만남은 왠지모르게 서로의 아픔을 조금씩 치유하며 각자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하지만 소설에선 이 둘의 이야기 외에 다른 화자로 타카오의 형이나 어머니, 유키오와 얽혔던 여학생의 이야기, 혹은 유키오의 전 남자친구 등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회자된다. 그렇게 각자의 이야기 속에서 독자는 전체 이야기를 아우르며 다각적으로 다가가게 된다.



내가 그림이나 영화보다 소설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읽어가며 나만의 방식으로 무한 상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원 정자에 대한 묘사나 각 등장인물에 대한 외형 묘사가 있더라도 이들의 대사나 행동을 통해 나름대로 나마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며 읽다 보면 훨씬 다층적이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 묘미를 <언어의 정원>을 통해 더욱 느끼게 된 것 같다.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 어떻게 연출하면 좋을지를 글로 옮기다 보니, 읽는 이도 저절로 더 많이 상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영상으로 표현하면 더 간단하고 더 쉬울 수 있었던 복선이나 암시같은 것들에 대한 아쉬움은 남겠지만서도 읽는 이로서는 무척이나 즐겁게 읽었던 작품이다.

언어의 정원

신카이 마코토 (지은이), 김효은 (옮긴이) 지음
하빌리스 펴냄

1주 전
0

에버네버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