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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견디는 기쁨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의 표지 이미지

삶을 견디는 기쁨

헤르만 헤세 지음
문예춘추사 펴냄

당연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은 일상생활 속에서 잠깐이라도 행복을 느낄 수 있고,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 따위는 한순간도 할 수 없는 삶의 순간을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p.64)

인내하는 것은 어렵다. 인내는 사람에게 있어 가장 어려운 고행이다. 하지만 그것은 가장 힘든 일이면서 그와 동시에 유일하게 배울 가치가 있는 일이다. 이 세상의 자연과 성장, 평화, 번영, 아름다움은 모두 인내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인내는 시간과 침묵, 그리고 신뢰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인내는, 개인의 일생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과정도 참고 기다릴 줄 아는 믿음이 필요하며, 개인의 판단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것과의 연관성도 고려해야 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또한 '인내'와 더불어 말할 수 있는 것은 사랑, 지혜, 천진난만함, 그리고 소박함이다. (p.188)


생각 없이 그저 '살고 있다'싶은 마음이 들 때면 헤르만 헤세의 글을 찾아 읽는 것 같다. 혹자는 헤르만 헤세의 글이 침울하다고 표현하기는 하지만, 삶이 힘겨울 때 사람은 본성을 만나게 되고, 맺고 있는 것들의 민낯을 보게 된다는 말 역시 무척이나 공감하기에 그의 문장에서는 나는 오히려 생생한 삶을 만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삶을 견디는 기쁨』은 나의 '생'에 대해 고민하는 마음으로 읽어왔던 그동안의 헤르만 헤세와는 달리, 타인에 대한 이해를 위해 책을 펼쳤다. 오지랖 넓게도 최근의 나는 “저 사람은 어떤 생각으로 사는 것일까?”를 수없이 생각했는데, 그 오지랖과 오만함, 그 사이의 묘한 감정을 좀 이해하고 싶었던 것 같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삶을 견디는 기쁨』을 읽었지만, 애초의 물음에 답을 찾지는 못했다. 다만, 또 한 권의 헤르만 헤세를 만나며 역시 무엇인가를 이겨내고, 견뎌내는 것은 행복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는 것이었다.

사실은 이 책의 제목, 『삶을 견디는 기쁨』은 읽기 전에도 읽은 후에도 이질감이 든다. 억지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도 아닌데, 그의 문장들은 단 한 번도 하루하루를 마지못해 살아낸 것 같지 않은데 왜 이런 제목을 붙이셨을까. 물론 그간의 그의 문장들에서 이는 행복은 고스란히 느끼고, 고통 또한 부지런히 감내하라는 말임을 상상해볼 수는 있다. 사실 이 책에서도 “견디는” 것이 아니라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조금 더 스스로를 정진하는 방향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삶을 견디는 기쁨』은 스스로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고 싶은 순간, 삶에 대해 고민이 드는 순간에 만난다면 더욱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 역시 책을 시작하며 품었던 마음은 해소하지 못했지만, 타인의 삶을 걱정하기엔 나의 삶에서 해결하여야 할 것들이 더 많음을 깨닫게 되더라. 진정한 행복, 제대로 사는 것, 내면을 부유히 채워가는 것 등 나 스스로를 위해 가야 할 길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생각에 닿고 보니, 처음 품었던 고민이 너무 부질없어 웃음이 났다.

내 삶도 어찌하지 못하면서 타인의 삶에 궁금증을 가지는 오만함을 번복하지 말아야겠다. 그저 나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내고, 생각과 행동을 반복하며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지. 그리하여 훗날, 나는 삶을 견디는 게 아니라, 부지런히 쓸고 닦으며 채워왔다고 말할 수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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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소개해드렸던 『마녀식당』 기억하시나요? 편식을 싹~ 뜯어고쳐주는 레시피와 익살넘치는 일러스트로 전국의 편식아기엄마들을 감동시켰던 그림책이죠! 하지만 어느새 슬슬 『마녀식당』의 효과는 떨어지고, 다시 슬금슬금 편식을 시작한 우리 아이들을 깜짝 놀라게 할 책, 『마녀축제』를 소개합니다.

네, 『마녀축제』는 『마녀식당』의 후속작으로 김신희 작가님의 통통 튀는 아이디어와 무시무시한 레시피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지난번 『마녀식당』이 아이들의 편식을 잡는데 일조했다면, 이번 『마녀축제』는 아이들이 다양한 음식을 더욱 사랑하고, 음식에 대한 즐거운 경험들을 기억하게 하는 역할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녀축제』안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귀신들이 드글드글, 호박과 유령까지 바글바글 합니다. 또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호박수프, 미라핫도그, 마녀 손가락쿠키, 거미동동 샐러드 등 무시무시(?)한 레시피도 대거 등장하기에 아이들의 웃음은 당연 예약이지요! 그러면서도 아이들이 평소 즐기지 않는 메추리알, 호박 등을 먹을 수 있도록 유도하니 편식예방에도 일석이조! 지난번 『마녀식당』에서도 여러 야채를 고루 먹게 해주셔서 무척 좋았는데, 이번 『마녀축제』역시 아이가 평소 싫어하는 호박을 먹어보고, 잘라보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답니다!

첫 페이지부터 끝까지, 재미있는 일러스트가 가득! 농사를 짓고 수확을 한 재료로 요리를 하는 즐거움도 엿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평소 기겁할 재료들이 익살스러운 일러스트를 통해 맛있는 식자재로 변하는 마법~! 다양한 레시피를 따라하며 아이들에게 차곡차곡 쌓이는 즐거움까지! 김신희 작가님의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언제나 새로운 도전과 감동이 되는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마녀축제』에 등장하는 장난꾸러기 미라, 겁많은 호박, 먹보유령 등 평소 대외적(?) 이미지와 다른 아이들을 통해 웃음을 찾기도 하고, 선입견에 대해 이야기를 해줄 수 있어 더욱 좋았던 것 같아요. 이번 책 역시 거미, 유령 느낌 가득한 일러스트를 하나하나 살피다보니 꼭 진지한 책이 아니라도 아이들에게 이렇게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구나, 싶어졌답니다. 쉬 마려운 사람처럼 몸을 비비 튼 귤, 스스로 샤워하는 방울토마토 등을 비롯해 온갖 기괴한 요리들로 한바탕 웃고 난 후에도 여운이 꽤 짙은 걸 보면, 그저 웃기만 하는 그림책은 아니구나 싶어지기도 하구요!

세상 맛있는 그림책, 『마녀축제』였습니다!

마녀 축제

김신희 지음
북극곰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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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어떤 시간을 살아왔던 걸까. 얘길 들어볼 시간이 있다면, 헤아릴 시간이 있다면 좋을 텐데. 안지호. 네가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지만 네가 떠나지 않으면 좋겠어. 솔직하게 말 할 수 없었다. 저무는 시간과 서투른 마음이 속상하고 미안해서 핑그르르 눈물이 돌았다. 머지않아 혼자 남겨질 나는 두고두고 후 회하겠지. 널 아프게 했던 이 순간을. (p.290)


이 이야기들을 도깨비에서 이동욱의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들어야할까. 호텔 델루나에서 커피를 마시며 들을 이야기일까. 인생극장의 작가, 고수리 작가님의 『까멜리아싸롱』을 읽는 내내 내 마음은 이곳저곳을 맴돌며 그들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기 바빴다. 이승과 저승 사이, '중천'이라 불리는 곳에서 49일동안 인생을 정리할 수 있는 곳. 이 곳이 바로 『까멜리아싸롱』이다. 이 곳에 오면 자신의 “인생책”을 받게 되는데, 저마다의 사연은 아프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슬프고 아름답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 고갤르 들 수 없더라. 만약 내가 나의 인생책을 받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지, 어떤 이야기가 적혀있을지 한참 고민하게 되기도 했고.

『까멜리아싸롱』은 첫분이 내릴 때 문을 열고, 동백꽃이 피기 시작하면 문을 닫는다. 이 이상한 곳에는 객실장도 있고, 매니저도 있고, 사서도 있다. 이 이상한 다방, 『까멜리아싸롱』에서의 49일은 서로의 마음을 위로하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시간이 된다. 인간극장 특유의 “사람냄새”가 이 책에서도 가득하게 느껴지고, 타인의 사연에서 나의 이야기들을 덧대어 보며 감동과 위로를 동시에 느끼게 되는 책이었다.

『까멜리아싸롱』은 분명 판타지 소설이지만, 휴먼다큐같기도 하고 돟화같기도 하다. 또 한 편의 드라마 같은 느낌도 든다. 그만큼 읽기 쉽고, 편안한 문장인데 마음에 남기는 따뜻함은 다큐멘터리만큼 묵직하다.

오늘 퇴근길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미처 겨울옷을 채 꺼내지 못하고 움츠린 사람들이 가득한 길이었다. 나 역시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기에 움츠리고 집으로 돌아와 『까멜리아싸롱』을 마저 읽으려 앉았는데, 문장에서 온기를- 위로를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모두 사랑받는 사람이었다(p.322)고,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착하지 않아도 괜핞다(p.262)는 문장들을 읽으며, “그래, 나도 사랑받는 사람이다.”, “뭐든 잘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게 되더라. 『까멜리아싸롱』을 읽는 내내 온전히 위로받는 시간을 보냈다.

다른 분들께도 『까멜리아싸롱』의 온기를 전하고 싶은 마음에, 어떤 문장을 남기는 게 좋을지 고민하다가 한 구절을 꺼냈다.
“ 세상에 쓸모없는 일은 없습니다.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도 없고요. 당장 쓸모없다 여겨지는 것들도 훗날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지 모를 일입니다. (p.280)”
오늘, 스스로의 쓸모를 고민한 사람이 있다면- 부디 스스로를 좀 더 믿어주는 밤되시기를.

까멜리아 싸롱

고수리 지음
클레이하우스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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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날 만한 일은 이제 젊은 사람들에게 맡겨두세요 웬만한 일들이야 시간이 지나면 저저롤 해결되지 않습니까 (p.64)

내가 어쩔 수 없이 나학으로 떨어져야 한다면, 혼자 그렇게 되지는 않을 거야. 죄없는 다른 인간들까지 몽땅 끌어안고 갈거라고. (p.314)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몇 권 읽으며 느끼는 것은, 각각의 책이 저마다의 무게와 기승전결을 지니고 있음은 물론이고, 전체 시리즈도 강약을 조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리즈 전체가 물줄기를 이루고, 그 크고작은 이야기들이 하나의 바다로 흘러들어가 엄청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기분이랄까. 그런 선상에서 본다면,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일곱 번째 이야기, 『성소의 참새』는 “물살”을 담당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성소의 참새』의 첫 문장이 “엄청난 폭풍의 전조처럼 그 사건은 시작되었다”일 때 또 얼마나 엄청난 이야기가 쏟아지려나 생각하며 마음이 쫄깃해졌다. 피투성이가 되어 수도원으로 피신한 청년, 릴리윈. 그는 떠돌이 광대인데 사건에 휘말려 용의자 신분이 되고 만다. 그때 캐드펠을 만나게 되지만 사람들은 그의 출신성분이나 살아온 배경 등을 따져 그에게 믿음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선입견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다. 이 시대에는 범죄자라도 하더라도 수도원에서 40일까지 보호해주어야 함이 법으로 정해져있던 시기. 캐드펠은 이 시간안에 진범을 찾고, 억울한 이의 불편을 해결해주고자 노력한다.

사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어느 편이든 재미있지만, 이번 『성소의 참새』를 읽으면서는 고정관념이, 낙인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요즈음의 세상은 타인에게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나 인터넷이라는 익명성에 숨어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 시대아닌가. 마치 『성소의 참새』가 우리 모두는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었던 것 같다.

성소의 참새

엘리스 피터스 지음
북하우스 펴냄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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