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은 미래도 아니요 과거도 아니요, 현재 자체다. 한낱 입자 한 개의 상태조차 완벽히 파악할 수 없으니 말이다. 기본 입자를 아무리 꼼꼼히 조사하더라도, 모호하고 미확정적이고 불확실한 것은 언제나 남기 마련이다. 마치 실재가 우리로 하여금 한 번에 한쪽 눈으로 세상을 수정처럼 투명하게 인식하는 것은 허락하되 양쪽 눈으로 인식하는 것은 결코 허락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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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자는 여러 방식으로 공간을 통과할 수 있지만 그중에서 하나만 고를 수 있다. 어떻게? 순전히 우연으로. 하이젠베르크가 보기에 어떤 아원자 현상이든 절대적으로 확실하게 기술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했다. 이전에는 모든 결과에 대해 원인이 있었지만 이젠 확률의 스펙트럼이 존재할 뿐이었다.
만물의 가장 깊은 바닥에서 물리학이 발견한 것은 슈뢰딩거 와 아인슈타인이 꿈꾸었듯 세계의 끈을 당기는 합리적 신이 지배하는 단단하고 확고한 실재가 아니라 우연을 가지고 노
는 천수여신의 놀랍고도 희한한 세상이었다.
p218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문학동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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