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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보니, 지능 (챗GPT와 글쓰기부터 뇌와 마음의 관계까지, 지능에 관한 특별한 대화)의 표지 이미지

살아 보니, 지능

이권우 외 3명 지음
어크로스 펴냄

환갑을 맞이한 3명의 이씨 성을 가진 학자들의 대담집. 나이가 들어갈수록 뇌는 어떻게 변화하는지, AI 시대의 인간은 어떻게 살아갈지 등에 대해 솔직하게 풀어낸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유쾌하게 늙어갈 수 있다면 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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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젊은 시절 책 읽기를 통해 학습의 즐거움을 만끽한 사람들은 평생 무엇으로든 학습한다. 책이나 공연, 여행과 운동, 그 무엇을 통해서든. 아니면 타인을 통해서라도 말이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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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을 잘 보고, 한줄 세우기에서 앞에 서고, 좋은 학교를 나온 것이 지능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데 자신의 뇌를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것이 지능이다. 그런 점에서 환갑은 여전히 지능적이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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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개별 정보는 사라지고 연결점만 또렷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어요. 처음에는 조바심이 났죠. 하지만 지금은 걱정 안 해요. 연결점을 놓고서 나머지는 찾아보면 되니까요. 지금은 개별 정보를 일일이 머릿속에 담아두려고 노력하지 않습니다.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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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나의 세계가 꽉 찼어요. 내 세계가 이미 꽉꽉 차 있어서 인간관계든 뭐든 더는 넓히기 어렵다, 이런 걸 내가 알게 된 거예요. 그런데도 우리는 어쨌든 항상 새로운 관계를 추구하잖아요. 뭔가를 받으려면 뭔가를 덜어내야죠. 덜어내려니 주변에 있는 사람 가운데 나한테 부담이 되는 사람들, 유쾌하지 않은 사람들, 다음에 내 관점에서 사회에 악이 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덜어내는 거예요.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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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생태계를 생각해보세요. 지금까지 아주 많은 콘텐츠가 쌓여 있어서 나올 건 다 나온 것으로 보이죠? 하지만 앞으로 10년, 20년 뒤에도 사람들은 유튜브 콘텐츠를 계속 만들고 소비할 거예요. 그럼 무엇이 달라질까? 똑같은 얘기라도 그걸 누가 하는가, 이게 중요합니다. 그 얘기를 하는 사람이 살아온 삶, 쌓아온 경험과 지식, 이런 것이 다르기 때문이죠.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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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가진 생각을 요령 있게 정리하는 일이 바로 글쓰기로 구현이 되잖아요. 애초 그렇게 써낸 글이 엉망진창이면 AI가 아무리 표현을 다듬어줘도 최종 결과물도 좋기는 어렵겠죠. 좀 더 과감하게 말하자면, 나는 AI 시대일수록 논리적 글쓰기가 중요해진다고 생각해요.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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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먹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림짐작할 수 있다. 다른 무엇보다 젊은 날을 사로잡았던 욕망에서 비로소 벗어날 수 있다. 소포클레스가 말한 것은 예상할 수 있듯 육체적 욕정이었으나, 어디 거기에만 한정할 수 있겠는가. 감각이 무뎌져서, 흥미를 잃어서, 돈이 없어서 줄곧 탐하던 그 무언가를 더는 욕망하지 않게 되는 게 나이 듦의 신호탄일 터다. 공자도 비슷한 말을 했다. 젊을 때는 혈기가 아직 안정되지 않았으니 여색을 경계하고, 장성해서서는 혈기가 한창 왕성하니 싸움을 경계하고, 늙어서는 혈기가 이미 쇠잔했으니 탐욕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이다(《논어》 <계씨편>).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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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소전쟁에서의 러시아 여성 저격병의 존재에 대한 작가의 의문에서 시작된 이 소설은, 전쟁 속에서 평범한 인간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악마는 우리 곁에 있다.
출간된 직후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며 예상치 못한 시의적절성으로 화제를 사는 것이 괴로웠다는 작가의 서문을, 다 읽은 직후에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여전히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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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드라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울었다. 세라피마는 그런 산드라에게 화가 나면서도 동정심이 갔다. 모순된 심경을 느끼며, 문득 세라피마는 생각했다.
왜 이 여자는 울고 있고 왜 나는 지금 손에 총을 들고 싸우고 있는가. 산드라와 나를 가르는 것은 무엇인가.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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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로들은 국방군들이 깔보곤 하는 친위대 산하의 아인 자츠그루펜(파르티잔, 공산주의자, 유대인을 처리하는 학살 부대)에 넘겨졌다. 포로들 대부분이 그곳에서 살해당한다는 소문도 들었으나, 어쨌든 직업군인인 자신의 임무와는 관계 없다고 예거는 생각했다.
누구나 다 정당화하는 기술을 익혔다.
모스크바 공방전이 벌어지던 때, 마지막에 배속됐던 부대는 길을 헤매다가 이바노프스카야라는 마을에 들어갔다. 부대는 그곳에서 여자를 덮치고 식량을 빼앗기 위해 마을 사람들을 파르티잔으로 몰아갔다. 한 사냥꾼이 지휘관을 노렸지만, 그 사냥꾼은 아무리 봐도 민간인 여자였다.
아니지. 예거는 생각을 바꿨다. 나는 정당하다. 그 여자는 아군을 노렸으니. (p.316) 혀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

아이사카 토마 지음
다산책방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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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D. 제임스의 책을 당장 더 읽고 싶어서 전자책 도서관을 뒤져 새벽까지 읽다 잠들었다. 아무래도 단편이라 장편소설만큼의 탄탄한 서사와 다이내믹한 사건 진행은 없지만 기승전결은 확실하다.
코지 미스터리라고들 하지만 숨겨진 인간의 본성은 전혀 코지하지 않다. 묵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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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작품 대다수는 장편이었지만 나 역시 단편으로의 도전을 몹시 즐겼다. 단편은 제한된 수단으로 많은 것을 성취해야 한다. 장소를 길고 자세히 묘사할 여유는 없지만, 독자를 위해 설정은 반드시 생생해야 한다. 단 편의 인물 만들기도 장편만큼 중요하지만, 성격의 본질적 요소는 경제적인 단어로 만들어내야 한다. 구성은 강력하되 너무 복잡해서는 안 되고 서사를 이루는 모든 문장이 목표로 삼고 달려가야 할 결말은 독자를 놀라게 하되 속았다고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 모든 요소가 단편만의 기발한 점이라고 할 놀라움의 충격을 향해 가야 한다. 그러므로 좋은 단편은 쓰기는 어렵지만, 분주한 이 시대에 가장 만족스러운 독서 경험을 안겨줄 수 있다. (작가의 서문 마지막 문단)

겨우살이 살인사건

P. D. 제임스 (지은이), 이주혜 (옮긴이) 지음
아작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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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rin

  • 시린님의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 게시물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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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동선을 따라 펼쳐지는 배경과 적재적소에서 나타나는 등장인물에 대한 묘사가 훌륭하다.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머릿 속에서 영화 한 편이 펼쳐진다.
주인공의 심리를 반영한 섬세한 상황 설명이 정말 기가 막히다. 적막하고 서늘한 대리석 복도를 거니는 것 같다가, 따사로운 봄 햇볕을 받으며 잠시 몸을 녹였는데, 어두컴컴함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살인자에게 쫓기는 듯한... 덤덤하게 쫓아가는 독자를 온탕과 냉탕에 번갈아 담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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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오랜만에 재밌게 읽었네. 바로 다음 책 찾아 읽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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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례식이 끝나고 코델리아는 구두 굽 아래로 자갈의 열기를 느끼며 환한 햇살 아래 서 있었다. 대기는 짙은 꽃향기와 함께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갑자기 버니를 대신한 황량함과 방어적인 분노가 코델리아를 덮쳤다. [중략] 처음으로 코델리아는 버니를 위해 울었다. 뜨거운 눈물 너머로 밝은 화관에 뒤덮여 기다리는 기나긴 영구차 행렬이 흐릿하게 번져 여러 겹으로 보였다. 영구차들은 번들거리는 크롬 장식과 떨리는 꽃들 때문에 한없이 늘어나 보였다. 유일한 애도의 뜻으로 머리에 둘러썼던 검은색 시폰 스카프를 풀어 내리고 코델리아는 지하철역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p.3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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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움은 지적으로 혼란을 주죠. 상식을 파괴해요. 이사벨의 본 모습, 그러니까 너그럽고 나태하고 지나치게 애정이 넘치면서 어리석은 젊은 여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가 없었어요. 그렇게 아름다운 여자는 인생에 대한 본능을 지니고 영리함을 넘어서는 어떤 은밀한 지혜에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 예쁜 입을 열 때마다 삶을 환하게 비춰주길 기대했어요. 그런데 그녀가 하는 이야기라곤 온통 옷 얘기뿐이었죠."
"가엾군요."
"가엾지 않아요. 나는 불행하지 않으니까. 이성적으로 생각 할 때 절대로 내 손에 들어오지 않을 것을 원하지 않는 게 행복의 비결이에요." (p.309)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

P. D. 제임스 지음
아작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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