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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내인

찬호께이 지음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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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원에게 죄를 지었다고 생각한다면, 그러면 영원히 그 죄책감을 갖고 살아.”
아이는 크게 당황했다. 궈타이도 고개를 들고 아녜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친절하던 ‘형’이 갑자기 매정하진 게 의아했을 것이다.
“인간은 쉽게 잊어버리는 이기적인 동물이야.”
아녜의 말투는 아주 평온했다. 표정에도 전혀 변화가 없었다. 아이는 그가 잠시 가면을 벗었다고 느꼈다.
“남의 용서를 바라는 건 이기적인 소망이지. 용서를 얻고 나면 자기는 마음 편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 하지만 솔직히 그건 위선이야. 샤오원이 너를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평생 그 죄책감을 짊어지고 언제까지나 친구를 저버렸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살아. 이제 영원히 샤오원에게 지은 죄를 갚을 수 없으니까. 남은 인생을 영원히 그 죄책감을 안은 채 그때 왜 한 걸음 다가가지 못했을까, 왜 한마디 건네지 못했을까 후회하면서 살아. 하지만 후회하는 동시에 너에게는 잘살아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도 기억하렴. 마음에 귀 기울이고 올바른 선택을 하면서 살아야 해. 그것만이 네가 마음속의 후회를 줄이고 네 죄를 갚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지금 느끼는 죄책감은 피와 살이 되어 네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증명해줄 거다.”

“나..... 나는 지금까지 좋은 언니라고 자부했는데..... 샤오원을 위해서 진학도 포기했는데, 샤오원만큼은 편안하게....”
“또 그러는군요.”
아녜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동생을 위해? 동생에게 그걸 원하느냐고 물어본 적은 있습니까? 자신을 위해서 언니가 희생하는 것을 동생이 기뻐했겠어요? 당신은 자신의 위대한 마음 때문에 너무 많은 기대를 등에 없고 숨에 찬 것은 아닙니까? 요즘 많은 사람들이 그런 문제를 갖고 있지요. 자기 혼자서, 자기가 뭐라도 되는 양. 바꿔 말하면 통제 욕구입니다. 자신의 기준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거에요. 스스로 가족이 무슨 의미인지 물어본 적은 있습니까?”

“그 회사 사이트는 지티넷이라고 하는데 인터넷 게시판에 소식을 교류하는 sns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시민이 성숙한 사회라면 그 사이트는 정말로 언론을 대체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현재 지티넷은 시답잖은 운영방식으로 이용자의 어두운 면만 끌어낼 가능성이 높아요. 소문과 파파라치 등의 집산지가 되겠지요. 자료가 다 디지털화되는 이 시대에 인터넷으로 유통되는 자료량은 어마어마합니다. 사람들이 소화할 수가 없어요. 정보 홍수에 피로를 느끼고 판단력을 일거나 반작용이 일어날 겁니다. 몇 년 전 미국 작가 데이브드 솅커는 이런 현상을 ‘정보의 안개’라고 이름 붙였죠. 인간에게 진실을 알려주어야 할 정보가 안개처럼 인간의 마음을 흐리는 독약이 된다는 겁니다.”

“잘못은 정보를 전달하는 인터넷이 아니라 우매한 인간에게 있었습니다. 진실을 추구하다가 믿을 수 없는 정보를 선택한 겁니다. 게다가 인터넷의 ‘나눔’ 정신은 이런 잘못된 소문을 쉽게 전파하죠. 전파되고 나면 그 재난은 수습하기 어려워집니다.”

“인간이란 원래 남을 이해하기보다 자기 생각을 드러내기를 좋아하니까요. 우리는 말을 많이 하고 적게 듣습니다. 결과적으로 세계가 소음과 잡다한 정보로 가득 찼죠. 세계가 진정으로 진보해야 인간도 인터넷이라는 도구를 진정으로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샤오더핑이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면 도와주었을지 모르지만, 그 사람 스스로 포기한 일을 왜 내가 나서야 합니까? 사람은 스스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의 결과를 당당히 받아들여야 합닏. 그런데 걸핏하면 어쩔 수 없었다고 핑계를 대죠. 이 사회가 점점 부패하는 건 그런 ‘평범한 악’때문입니다. 모든 일에서 선악이나 진위보다 이해관계를 먼저 따지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그런 사람을 도와주는 건 선량한 이들이 괴롭힘 당하도록 옆에서 돕는 꼴입니다.”
아녜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말했다.
“게다가 샤오더핑이 결백을 주장했다면 무죄방면되었을 테니, 두쯔위가 그런 글을 써서 사건을 일으켰겠습니까? 이런 추론 하에서도 그 사람을 돕고 싶어요?”
“하지만 샤오원이 샤오더핑을 모함했다는 오해도 밝혀지지 않았으니까....”
“그 부분은 포기하세요. 스중난이 추행범이라고 나서도 당신 동생이 모함했다고 누명을 쓴 것은 증명되지 않습니다. 인터넷에 또 샤오원 때문에 샤오더핑이 징역형을 받았다는 둥 쓸데없는 소문이 넘쳐날 겁니다.”
“잠깐! 샤오원은 법정에도 안 나갔고, 맨 처음 샤오더핑을 지목한 것도 다른 사람인데....”
“누리꾼은 그런 것에 신경 안 씁니다. 어쨌든 일이 잘못되었으니 그들은 비난의 화살을 쏘지요.”
“누리꾼이 그렇게 비합리적이라고요....?”
아이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누리꾼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인간이 원래 그런 겁니다.”
아녜가 아이를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인터넷은 단지 도구에 불과해요. 인터넷이 사람 또는 사물을 정의롭게 혹은 사악하게 만드는 게 아닙니다. 살인을 한 것은 칼이 아니라 그 칼을 쥔 사람, 그리고 살인자의 손을 움직이게 만든 악의인 것 처럼요. 누리꾼이라는 라벨을 붙이는 건 현실을 회피하는 변명일 뿐입니다. 누구나 인간성 속의 이기적인 면, 욕심 많은 면을 인정하지 않으면 자기 죄를 뒤집어씌울 희생양을 찾게 됩니다.”
아이는 인터넷을 증오했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샤오원은 이런 괴물 같은 악의에 시달리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녜의 말을 들으니 자신이 증오해야 할 것은 인터넷이 아니라 인터넷 뒤에 숨은 인간성의 어두움이었다. 인터넷이 없더라도 악의에 찬 사람들은 타인을 해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이기심과 욕심을 채우기 위해 남을 해칠 도구를 찾아낼 것이다.
“인터넷은 오늘날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뼈대가 되었죠.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낙후된 관점으로 인터넷을 평가합니다. 좋은 면을 볼 때는 인터넷의 놀라운 능력을 찬양하고 인류 문명의 진보라고 말합니다. 나쁜 면을 볼 때는 인터넷이 야기한 수많은 문제를 지적하면서 인터넷 발전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선진적이라고 여기지만 사실은 100년, 200년 전 사람과 똑같은 의식을 갖고 있지요. 문제는 인터넷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들 자신에게 있습니다.”
2024년 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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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마찬가지였을 거야. 어차피 나는 주위에서 고립되었을 거고, 호소오가 소년원에서 나오면 다시 사귀었을 테니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거야.”
요리코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사토코가 말했다.
“결국 인간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꾼다는 건 불가능해.”

인플루언스

곤도 후미에 지음
북플라자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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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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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알까? 나는 여전히 그곳에 가.
하루도 빠짐 없이.

여전히 나는

다비드 칼리 지음
오후의소묘 펴냄

읽었어요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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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내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야. 그러니 남 탓도 할 수 없고.”
“그래도 ‘성취하려던 뜻을 단 한 번의 실패 때문에 저버리면 안 된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이 애는 가끔 요상한 말을 입에 올린다.
“격언이요. 어렸을 때부터 격언을 무지 좋아해서 뭔가 도움이 되겠다 싶으면 모조리 적어두는 습관이 있거든요. 물론 경우에 안 맞는 격언을 인용해서 여기 마스터한테 웃음거리가 되는 일도 많지만. 방금 그건 셰익스피어.....였나? 아무튼 한 번 실수했다고 그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잖아요. 그러니까 아저씨도 새로 시작하면 된다고요.”
“새로 시작하다니, 무리야.”
“단칼에 잘라버리네.”
아야코가 웃었다. 표정이 수시로 바뀐다.
“그래도 저는 그런 생각이 항상 들더라고요. 뭔가 삐걱거리고 잘 안되는 일이 있을 때도 있지만, 언젠가는 그런 실패도 소중한 경험이 될 거라고, 게다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귀찮은 것도 많지만 막 기대되고 설레기도 하잖아요.”
“긍정적이네.”
“유일한 장점이죠. 3년 전에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는 정말 넋이 나간 애처럼 지냈는데 계속 그런 식으로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군.”
커피잔은 내려다보면서 내가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사나에는 대단한 딸은 둔 모양이다.
“네. 그러니까 아저씨나 저나 너무 열심히는 말고, 적당히 열심히 살아요. ‘세상은 아름답다. 싸울만한 가치가 있다’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이건 미국의 대작가인 헤밍웨이의 말이에요.”
그녀는 그런 격언을 내뱉으며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 보였다.

기적을 내리는 트릉카 다방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문예춘추사 펴냄

읽었어요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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