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놓고 몇년만에 읽은 책. 표지 일러스트가 일단 좋아하는 이규태 작가의 그림이었고, 영화 <어느가족>을 너무 좋아했었기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책을 사두었는데 이상하게도 잔잔한 스토리에 손이 안가서 몇년을 묵혔다.
집에 읽을 책이 없을까 찾다가 얇디 얇은 이 책을 손에 들었는데,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이 감성이 너무 좋다,,, 어느가족도 다시보고 싶고, 이 책도 영화로 나왔다는데 궁금하다. 다른 것도 다봐야지.
걸어도 걸어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민음사 펴냄
6
여러 번 허물을 벗으면서도 여전히 자신인 채 존재하는 기분은 어떨지 궁금했다. 그 과정에서 어떤 것은 버리고 어떤 부분은 간직하는지, 눈동자에 허물이 덮여 세상이 뿌옇게 보일 때면 무섭지 않은지도.
- 57p
지우는 만화 속 ‘칸’이 때로 자신을 보호해주는 네모난 울타리처럼 여겨졌다. 둥글고 무분별한 포옹이 아닌 절제된 직각의 수용. 그렇다고 지우가 그림에 대해 엄청난 환상이 있거나 기대를 품은 건 아니었다.
-116p
엄마의 눈동자에 고인 빛을 표현할 땐 더 공을 들였고, 어깨선을 다듬을 땐 실제로 엄마를 쓰다듬는 것처럼 했다. 그렇게 한때 엄마였거나 여전히 엄마인 선들을 좇으며 손끝으로 엄마를 만졌다. 그런 식으로 엄마를 한번 더 가졌다.
-127p
떠나기, 변하기, 돌아오기, 그리고 그사이 벌어지는 여러 성장들. 하지만 실제의 우리는 그냥 돌아갈 뿐이라고, 그러고 아주 긴 시간이 지나서야 당시 자기 안의 무언가가 미세히 변했음을 깨닫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230p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