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슬프고 암울하다. 독재, 인권 유린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안그래도 나의 감정을 제일 자극하는 것들인데 게다가 배경이 5.18 광주다. 이미 많이 보고 들은 역사 속 진실이지만 소설 속 디테일한 부분들이 또 한 번 마음을 후벼판다.
애들을 재워 놓고 밤에 읽는데 읽어 내려가기가 힘들어 몇 번이나 책을 덮었다.
내가 만약 이 시대를 살아내야 했다면… 살아도 죽어도 힘들었을 것이다. 선택할 의지나 있었을까.. 나의 민낯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시대 인간의 본성이 시험대에 오르지 않아도 되는 시대에 살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동시에 이 시대는 그 시대에 얼마나 큰 빛을 지고 있는지 절절히 느낀다.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보내는 당연한 시간들이 절대로 당연하지 않은 것임을 깨닫는다.
‘김진수와 나는 여전히 식판 하나를 받아 한줌의 식사를 나눠 먹었습니다. 몇시간 전에 조사실에서 겪은 것들을 뒤로 하고, 밥알 하나, 김치 한쪽을 두고 짐승처러 싸우지 않기 위해 인내하며 묵묵히 숟가락질을 했습니다. 실제로 어떤 사람들은 식판을 내려놓고 소리쳤습니다. 참을 만큼 참았어. 그렇게 네가 다 처먹으면 난 어쩌란 말이야. 으르렁거리는 그들 사이로 몸을 밀어넣으며 한 남자애가 더듬더듬 말했습니다. 그, 그러지 마요. 좀처럼 입을 떼지 않는, 늘 주눅 든 듯 조용한 아이였기에 나는 놀랐습니다.
우,우리는…..주, 죽을 가, 각오를 했잖아요.
김진수의 공허한 눈이 내 눈과 마주친 것은 그때였습니다.
순간 깨달았습니다. 그들이 원한게 무엇이었는지, 우리를 굶기고 고문하면서 그들이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너희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애국가를 부른 게 얼마나 웃기는 일이었는지, 우리가 깨닫게 해주겠다. 냄새를 풍기는 더러운 몸, 상처가 문드러지는 몸, 굶주린 짐승같은 몸뚱어리들이 너희들이라는 걸, 우리가 증명해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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