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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피트니스 (나는 뭔가를 몸에 새긴 것이다)의 표지 이미지

아무튼, 피트니스

류은숙 지음
코난북스 펴냄

임금이나 노동시간 같은, 처우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웃어야 한다. 상냥함이 의무다. 그런 감정노동의 시대다. 특히 체육관 샘들은 언제든 웃어야 한다. 체육관을 다니면서 내게 가장 거슬렸던 건 회원들의 반말이다. 체육관 샘들은 거의 다 젊은 분들이다. 그래선지 트레이너들에게 존대를 하는 회원은 보기 힘들다. 상대적으로 젊은 회원들만 샘들에게 존대를 한다. 나이 많은 쪽이 적은 쪽을 향해서 반말을 하는 건 전통이고 흠이 아니라고 여기는 걸까? 아니다. 나이 많다고 반말을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건, 전통이 이니라 신분사회의 의식인 거다. 21세기 만민 평등에 기반한 공화국의 시민의식과는 거리가 멀다. 체육관이건 어디서건 우린 동등한 시민으로 만나는 거다. 나이뿐만 아니라 하는 일, 일에서의 직위 같은 거를 따져 함부로 반말을 하는 건 타인을 동등한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는, 요새 하는 말로 적폐 중 하나다.

운동을 해서 몸이 좀 좋아졌다고 '내가 해봐서 아는데'의 또 다른 버전을 만들지 말자. 똑같은 산수로 서로 다른 생을 비교할 수 없다. 생애 주기에 따라서가 아니라 나에게 특화된 나의 몸과 활동이 있다. 늙지 않기를 바라는 대신 나이 듦과 더불어 살아가자. 운동을 하면서 '성공적인' 나이듦 같은 건 생각하지도 말자. 노화는 질병이 아니라 삶을 의미한다. 또 하나의 정신승리를 거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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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iseomoon

나는 나를 죽여 버린 것일까.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도 없는 삶은 죽은 상태나 마찬가지 아닐까. 이래서는 안 된다고 느끼면서도 지금 상황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자기를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프레디의 목소리와 나 자신이 겹쳐지는 것만 같아 고개를 내저었다. 좋아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니다. 지금의 나는 이런 생활밖에 할 수 없다.

일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고, 일이 없으면 매일 할 일도 없다. 그래서 회사에 나간다. 하지만, 일을 해서 얻는 것은 그게 전부가 아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조금이라도 무언가에 도움을 주고 싶다. 자기 안에 있는 어떤 생각을 밖으로 드러내 형태로 만들고 싶다. 일은 그런 욕구를 충족해 준다. 눈앞에 막연히 있는 시간에 일로써 다소나마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약을 끊으면 괴롭고, 한 번 실패하면 고생이 더 심하다. 인터넷에서 그런 소회를 몇 번이나 보았다. 과연 내가 약을 줄일 수 있을까.
"괴롭다는 얘기를 흔히 듣는데......"
"누가 그러는데요?"
"그게,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그렇겠죠.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보통 목소리가 큰 사람이 흘리는 경우가 많죠. 야마조에 씨를 아는 사람의 의견이 아니잖아요."
"그렇지만."
"다음 진료 날짜는 한 달 후가 아니라 일주일 후로 잡죠.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바로 판단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의사는 평소의 담담한 말투로 돌아와 접수창구에서 다음 진료 날짜를 예약하라는 말을 덧붙였다.
약을 줄이면 발작 횟수도, 불안을 느끼는 순간도 늘지 모른다. 그런 상상을 하면 두렵다. 하지만, 언제 올지 모르는 것에 지레 겁을 먹고 한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있는 것은 더 두려운 일이다.

새벽의 모든

세오 마이코 (지은이), 김난주 (옮긴이) 지음
왼쪽주머니 펴냄

4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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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iseomoon

"아니지, 아니지. 흔한 일이라고 해도 가미노에게는 중요한 일이잖아. 그런 식으로 따지면 모든 생물은 죽으니까 언제 죽어도 별수 없다는 결론이 나버린다고. 흔한 일이라는 말로 그냥 넘어가면 안 돼."

마리아가 걱정돼 앞뒤 가리지 않고 호텔을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평소 나나오의 좌우명이었다.
물론 차분히 행동한들 불운은 찾아온다. 다만 급하게 행동했을 때는 "급하게 행동했기 때문일 수도 있어." 하고 반성할 여지가 생긴다. 잘 생각하고 행동한 결과라면 미련이 남지 않는다. "운이 나빴을 뿐이야." 하고 한탄하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야한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그런 사고방식이 자리를 잡았다.

"남과 비교하는 것 외에는 행복을 얻을 줄 모르는 인간인 거지." 소다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가미노가 물었다.
"무슨 말씀이고 뭐고 그 말 그대로의 의미야. 전에 콜라 씨에게 '남을 질투하거나 부러워한 적은 없어요?' 하고 물어봤어. 난 늘 그랬거든. 대활약하는 스포츠 선수를 보면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부러워하거나, 저 사람처럼은 될 수 없다고 침울해하곤 했지. 그래서 콜라 씨도 똑같을 둘 알았는데 '없어. 전혀 없어.' 하고 재깍 대답하더라고."
깜짝 놀란 소다가 "부러워하지 않는다고요?" 하고 목소리를 높이자 콜라는 오히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매화나무가 옆에 있는 사과나무를 신경 써서 어쩌자는 거야?" 하고 대꾸했다고 한다. "매화나무는 매화꽃을 피우면 돼. 사과나무는 사과를 맺으면 그만이고. 장미꽃과 비교한들 아무 의미도 없어."라고.

트리플 세븐

이사카 고타로 지음
알에이치코리아(RHK)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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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iseomoon

맛있다 이거. 특별할 건 없지만,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어. 따뜻하고 포근한 엄마의 맛이야. 그래, 내가 늘 요리를 하며 딸아이의 사랑을 독차지했지만, 사실은 당신의 맛있는 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야. 내 요리를 빛내주던 당신! 티나지 않게 늘 우리 가족을 뒷받침해주며 애써온 당신!
잘해야 본전이고, 잠시라도 소홀히하면 금방 티나는 집안살림. 하지만 내 옷장 서랍 속엔 깨끗한 양말과 속옷이 언제나 제자리에 있었고, 냉장고 안에는 1.5L 병 가득 잘 우려낸 옥수수차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준비되어 있었고, 화장실의 휴지나 타월도 떨어진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딱히 보람도 없는 이런 일을 한마디 불평도 없이 언제나 따스한 마소로 해준 당신.
온갖 양념으로 버무려진 화려한 요리가 아니라, 늘 하이얀 쌀밥 같았던 당신!

돼지고기 동동

조경규 (지은이) 지음
송송책방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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