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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피트니스 (나는 뭔가를 몸에 새긴 것이다)의 표지 이미지

아무튼, 피트니스

류은숙 지음
코난북스 펴냄

임금이나 노동시간 같은, 처우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웃어야 한다. 상냥함이 의무다. 그런 감정노동의 시대다. 특히 체육관 샘들은 언제든 웃어야 한다. 체육관을 다니면서 내게 가장 거슬렸던 건 회원들의 반말이다. 체육관 샘들은 거의 다 젊은 분들이다. 그래선지 트레이너들에게 존대를 하는 회원은 보기 힘들다. 상대적으로 젊은 회원들만 샘들에게 존대를 한다. 나이 많은 쪽이 적은 쪽을 향해서 반말을 하는 건 전통이고 흠이 아니라고 여기는 걸까? 아니다. 나이 많다고 반말을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건, 전통이 이니라 신분사회의 의식인 거다. 21세기 만민 평등에 기반한 공화국의 시민의식과는 거리가 멀다. 체육관이건 어디서건 우린 동등한 시민으로 만나는 거다. 나이뿐만 아니라 하는 일, 일에서의 직위 같은 거를 따져 함부로 반말을 하는 건 타인을 동등한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는, 요새 하는 말로 적폐 중 하나다.

운동을 해서 몸이 좀 좋아졌다고 '내가 해봐서 아는데'의 또 다른 버전을 만들지 말자. 똑같은 산수로 서로 다른 생을 비교할 수 없다. 생애 주기에 따라서가 아니라 나에게 특화된 나의 몸과 활동이 있다. 늙지 않기를 바라는 대신 나이 듦과 더불어 살아가자. 운동을 하면서 '성공적인' 나이듦 같은 건 생각하지도 말자. 노화는 질병이 아니라 삶을 의미한다. 또 하나의 정신승리를 거부하자.
2024년 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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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과 결과'의 관계는 주사위 굴리기와 같다. 죽도록 노력하면 한 번 굴릴 기회가 주어지는 다면체 주사위. 100만큼 노력해도 1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저는 끝까지 노력해볼 거예요, 선생님. 노력은 주사위 굴리기 같은 거라, 뭐가 나올지 알 수는 없지만...잘못하면 선생님처럼 될 수도 있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요. 굴려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나온다는 거."

도토리 문화센터 1

난다 지음
문학동네 펴냄

3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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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 언니한테 가르쳐주려고 그러는 거야. 세상이 어떻게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오만원을 내야 오만원을 돌려받는 거고, 만이천원을 내면 만이천원짜리 축하를 받는 거라고. 아직도 모르나본데, 여기는 원래 그런 곳이라고 말이야. 에비동에 새우가 빼곡하게 들어 있는 건 가게 주인이 착해서가 아니라 특 에비동을 주문했기 때문인 거고, 특 에비동은 일반 에비동보다 사천원이 더 비싸다는 거. 월세가 싼 방에는 다 이유가 있고, 칠억짜리 아파트를 받았다면 칠억원어치의 김장, 설거지, 전 부치기, 그밖의 종종거림을 평생 갖다 바쳐야 한다는 거. 디즈니 공주님 같은 찰랑찰랑 긴 머리로 대가없는 호의를 받으면 사람들은 그만큼 맡겨놓은 거라도 있는 빚쟁이들처럼 호시탐탐 노리다가 뭐라도 트집 잡아 깎아내린다는 거. 그걸 빛나 언니한테 알려주려고 이러는 거라고, 나는."

"내가 회사 생활 십오년 하면서 한번도 운 적이 없었거든요. 루바 공연 건 때문에 특진 취소되고, 팀 옮겨지고, 강남에서 판교로 짐 싸서 올 때도 눈물이 안 났어요. 그런데 그 포인트를 보고 있는데 눈물이 나더라구요. 포인트가 너무 많아서. 너무 막막해서."
굴욕감에 침잠된 채로 밤을 지새웠고, 이미 나라는 사람은 없어져버린 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되었다고. 그런데도 어김없이 날은 밝았고 여전히 자신이 속한 세계 속에 존재하며 출근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마주해야 했다. 억지로 출근해서 하루를 보낸 그날 저녁, 이상하게도 거북이알은 결국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포인트로 모닝커피 마시고, 포인트 되는 식당에서 점심먹고, 포인트로 장 보고, 부모님 생신선물도 포인트로 결제했다. 그렇게 일주일을 더 보내고 나서 그녀는 모든 것을 한결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원래 내가 받았어야 하는 건 포인트가 아닌 돈인데......사실 돈이 뭐 별건가요? 돈도 결국 이 세계, 우리가 살아가는 시스템의 포인트인 거잖아요. 그래서 그냥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죠."
"어떻게요?"
"포인트를 다시 돈으로 바꾸면 되는 거잖아."

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지음
창비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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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우리에게 알려준 가장 큰 비밀은, 인간이 사건을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 사건들이 인간을 이끌어 간다는 사실이다. 또한 인간을 엄습하는 사건들은 모두 앞선 또 다른 인간들에 의해 경험된 것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모든 가능성이 느껴졌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그 어떤 사건도, 심각한 혹은 유익한 사건도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갖는 느낌은 언제나 새로운 것이다. 모든 사람은 유일한 존재이다. 한 나무에서 자란 모든 잎들이 유일한 존재이듯.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같은 수액을 나눈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각자 다르게 수용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듯이, 새로운 일이 진정으로 새롭진 않더라도, 끊임없이 밀려오는 세대, 그 다음 세대, 파도, 그 다음 파도에겐 언제나 새로운 것이다. 따라서 인생에서 길을 잃지 않고, 자신을 찾기 위해선,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지나치게 스스로 생각하는 것은 의무를 배신하는 것이다. 이 인생의 비밀을 이해하는 자는 평화롭게 살 수 있는 행운을 얻은 것이다. 그러나, 무엇도 확실한 것은 없다.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다비드 디옵 지음
희담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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