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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인 케미스트리 1

보니 가머스 (지은이), 심연희 (옮긴이) 지음
다산책방 펴냄

엘리자베스는 다시 그림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지금껏 그녀는 매들린에게 이집트인들이 석관 표면에 살아온 인생을 새겼다는 내용의 책을 읽어주었다. 석관 표면에 삶의 굴곡과 내면의 침잠과 융기를 전부 정교한 상징으로 새겼다고. 책을 읽던 엘리자베스는 어느새 궁금해졌다. 석관에 그림을 새긴 예술가는 한 번도 한눈판 적이 없었을까? 실수로 염소 대신 독사를 그렸던 적은 없었을까? 만약 그랬다면 실수한 걸 그대로 놔두었을까? 분명히 놔두었겠지.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삶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니겠는가? 끝없이 일어나는 실수에 끊임없이 적응하는 게 삶이다. 그래, 엘리자베스는 그 점을 알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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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덤덤하게 말했다. 이젠 엄마 이야기를 할 때도 목소리가 더이상 떨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괜찮아진 건 아닐 거다. 유년기에 받은 상처는 영원히 아물지 않으니까. 딱지가 앉지도, 흉터가 아물지도 않는다. 무당이 모시는 할머니가 내 기억을 봉인시킨 이유가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물지 않는 상처를 가지고 살아온 어른의 배려였을까. 남편의 기억을 봉인시켜주고 싶었다. 그리할 수 없기에 말하지 않기로 했다. 남편이 나를 볼 때마다 엄마를 떠올리게 된다면 나 역시 남편에게 상처를 주는 존재가 되고 말 것이다. 남편이 받아야 했을 사랑을 내가 대신 받은 것 같아 미안했다. 그래서 언니와 만난 적 있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기로 했다. 언니에 대해 이야기하면 아줌마에 대한 기억도 따라나올 테니까. 어두컴컴한 방 침대 위에 오도카니 홀로 앉아 있던 언니의 외로운 옆모습이 떠오른다. 그 모습은 영영 혼자 간직하기로 했다.

없는 사람들을 생각해

정지혜 지음
자이언트북스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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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뜸을 들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거 알아?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을 계속 계속 생각하다 보면 이해에 도달하는 게 아니라 다 상관없어져. 이해하려는 모든 노력이 무의미해지지. 어차피 끝내 알 수 없을 테니까. 나 아닌 모든 존재는 결국 미지의 영역이니까. 그 지점에 이르러서야 깨닫는 거야. 어차피 이해하지 못할 사람을 왜 계속 생각할까?"
장 사장이 선형을 돌아보았다. 선형은 몰래 챙긴 물건을 집어 들었다.
"그래서 어, 나 설마 걔 좋아하나 했지. 이게 전부야."

입속 지느러미

조예은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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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 기분 좋은 바람.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캐치볼. 그 좋아하는 사람이 그냥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좋아하는,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이렇게 생각하니 치에코씨는 참으로 분에 넘치는 인생이구나 하고 절절히 느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자신의 삶에 슬픈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건 아무도 모른다. 이 행복이 그대로 계속될지 어떨지 그런 건 모른다. 노력해도 도저히 안 되는 것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노력할 수 있는 건 노력하면서 살아야 하고, 사실 그런 노력은 "고마워"란 말이나 "미안해"같은 이런 말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치에코씨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4

마스다 미리 지음
문학동네 펴냄

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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