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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만세 (100%의 세계를 만드는 일)의 표지 이미지

편집 만세

리베카 리 지음
윌북 펴냄

한 권의 책이 만들어져 독자에게 닿기까지, 저자와 독자 사이에 생략되어 있는 수많은 작업과 시간에 대해 소개하는 책.
영국 펭귄 출판사에서 20여년간 편집자로 일해온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썼다.
책을 계속 읽다보니 내가 만지고 읽는 이 책이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에 대해서도 늘 궁금했는데, 편집의 세계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어서 즐겁게 읽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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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교정과 교열의 차이를 알았다. 윤문이란 단어도 처음 봤고. 오랜만에 국어사전 찾아가며 읽었네.
* 교정: 어법에 맞지 않거나 단순 오자 등을 수정
* 교열: 글의 사실관계가 잘못되었을 때 바로잡기
* 윤문: 글을 윤색(윤이 나도록 매만져 곱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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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대리하는 영업사원 역할의 ‘에이전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작게는 아마존 서지 정보의 정확성이나 오디오북의 정상 유통 여부, 크게는 인세 지급/ 출간일 및 표지의 결정, 홍보를 어떻게 할 것인지, 심지어 재정적인 조언까지도... 작가는 글쓰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나머지 모든 것을 챙기는 역할이다. 더 나아가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는 일까지도. 각 출판사의 ‘투고 더미’를 덜어주는 역할을 하기에 출판사들 역시도 그들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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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가 없다는 건 논리적인 이동 방향이 없다는 것이고, 독자가 따라 갈 플롯이 없다는 뜻이고, 모험심이나 긴장감을 자극할 요소가 없다는 말과 같다. 그러면 결국 단어들은 어떤 형태도 갖추지 못한 채 흩어지게 된다. 구조의 역할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단어의 경로를 따라 독자를 안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p.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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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를 방출한다'는 말은 편집자가 일련의 단어들을 끌어내 하나로 엮는 것을 돕고, 그 결과물을 가장 중요한 사람인 독자에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잘 들어맞는다. 편집자는 편집하는 사람이라는 단순한 뜻 외에도 여러 가지 일 자체를 뜻하는 출판 용어 중 하나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편집이란 선집을 편찬하는 것 에서부터 글의 구조를 해체해 완전히 새롭게 만드는 일, 오탈자나 의미가 불분명한 곳이 있는지 문장을 하나하나 점검하는 교열에 이르는 모든 것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문학계의 수렵 채집인으로 불리는 기획 편집자도 있다. 이들은 최신 트렌드와 판매 경향을 파악하고 시장을 이해해 독자의 수요가 높은 목소리를 찾아내는 일을 한다.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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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윌북에서 책을 제공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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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린님의 이토록 다정한 개인주의자 게시물 이미지
  • 시린님의 이토록 다정한 개인주의자 게시물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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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하고 이기적인 세상에 등불이 되어줄 책.
최근 부각되고 있는 사회의 각종 논란거리들을 여러 철학 이론에 빗대어 설명한다. 공정한 관점을 유지하고자 양쪽의 의견을 모두 다루면서, 어떤 생각이 우리 사회를 더 좋게 만들지 제안하는 따스한 마무리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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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 포퍼(Karl Popper)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대인 철학자였는데, 조국이 나치의 마수에 빠지자 뉴질랜드를 통해 영국으로 건너가 활동합 니다. 그리고 대륙에서 벌어진 참상에 치를 떨며, 대체 무엇이 이런 일을 가능하게 했을까?'라는 의문을 푸는 것을 자신의 철학의 중심 과제로 삼았습니다.
그가 내놓은 해답은 자유의 역설, 민주주의의 역설, 관용의 역설, 즉 ‘세 가지의 역설'이었습니다. 자유의 역설이란 자유를 마냥 허용하고 어떤 행동도 규제하지 않다 보면 남의 자유를 통째로 부정하는 세력이 활개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역설이란 민주주의적 방식은 무조건 정당하다며, 법과 도의에 어긋나는 일조차 '국민의 뜻대로' 가능하도록 한다면 그 국민을 적당히 속이고 부추긴 히틀러 같은 사람이 민주적으로 집권하는 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관용의 역설이란 무엇일까요? 관용이란 참으로 중요한 가치이고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것이나, 관용이 지나쳐서 폭력적이고 악랄한 생각이나 행동까지 관용해 버린다면 우리는 관용을 지킬 수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관용이 온통 뿌리 뽑히는 불관용의 체제가 세워진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포퍼는 '불관용의 불관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지요. (p.79)

이토록 다정한 개인주의자

함규진 지음
유노책주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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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린님의 곰탕 1 게시물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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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술술 잘 읽힌다. 수사가 간결하다. 느긋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다가도 어느 순간 빠르게 진행되며 지루할 틈이 없다. 영화감독이 쓴 소설이라 그런지 (영화나 드라마는 아님에도)화면 전환이 영화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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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이렇게 마무리된다고? 2권 부제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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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인은 태어나 여행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중략] 하지만 이런 기분이 아닐까 싶다. 목적 지는 이미 정해져 있지만, 가던 길이 아닌 새로운 길로 가는 기분. 늘 마주치는 사람이지만 그 사람과 새로운 시간을 보내는 기분, 종인은 아무렇게나 여행을 그런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무렇게 해도, 망칠 수 없는 기분이었다. (p.119)

곰탕 1

김영탁 지음
arte(아르테)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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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린님의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게시물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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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앓이로서 존경하고 애정하는 이호 교수님의 책. 그알 유튜브 속 교수님에게서 느껴지던 인문학의 향기가 이 책에서 진하게 묻어난다. 끊임없이 던지시던 농담은 쏙 빼고 진지하게 쓰셨다더니, 정말이네.
예전에 <형사 박미옥>을 읽으면서도 느꼈던 것인데, 진심을 품고 한가지 일을 오래한 사람들은 깊이 있는 성찰을 통해 어느새 철학자가 되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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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환자나 사망자 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들이나 참사 속 생존자들의 마음을 헤아린다. 믿기 어려운 현실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살아 있는 혹은 살아 남은 자들의 삶을 꿋꿋하게 살아가게끔 하려는 의사로서의 노력이 감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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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자들은 대형사고 속에서 시신을 수습하고 신원을 확인하는 역할도 하고 있기에, 대구 지하철 참사나 세월호 사건에서의 경험 또한 언급한다. 처벌 대상자를 가려내는 것뿐만 아니라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문제의 원인을 찾고, 대안을 제시하고, 가이드 라인을 만들고, 적절한 예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p.177)’는 교수님의 말에 십분 공감한다. 다양한 참사 속 유가족들이 일관되게 요구하는 것은 원인 규명과 이를 예방하는 시스템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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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경험은 '삶을 제대로 살아야 죽음도 제대로 맞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연결되었다. 단순하게 말하면, 잘 살아온 사람이 잘 죽는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는 것일까? 제대로 된 죽음을 맞는다는 건 또 무슨 의미일까?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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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은 어떠한 조건을 충족하거나 현재의 고단함을 참아야 얻어낼 수 있는 목표가 아니라 그저 우리 삶의 끝에 다다르기까지의 매일매일 과정 속에 있을 뿐이다. 맛있는 음식 자체가 아니라 무얼 먹을까 고민하는 시간, 좋아하는 이들과 밥을 먹으러 가는 그 길에 행복이 있다. (p.216)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이호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3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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