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54 ~ 55
난 지금 아무것도 할 게 없기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해야 할 과제도, 마쳐야 할 일도 없는 깨끗한 무계획의 인간이다. 그렇기에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고 마구 호들갑을 떨어도 된다. 이제 막 태어난 사람처럼 온몸의 세포가 눈을 뜬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나를 너무 함부로 대한 것을 반성한다. 마음껏 좋아하고, 흥분하고, 슬퍼하고, 좌절하고, 행복하고, 설레고, 실망해야지.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너무 좋아서 울고 싶어졌다. 이 여행이 나에게 축복이라는 것을 취업준비생으로서의 책임감을 핑계로 부정했지만 이제 인정하고 즐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