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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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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하루만 재워주면 안 돼?"
연이어 강타하는 무례함에도 나는 섣부르게 대답할 수 없었다. 가정 있는 여자가 주말 밤에 술을 사 들고 데면데면한 친구의 집에 사전 허락도 없이 들이닥쳤다면 그냥 간다고 해도 그냥 보내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 가족이 없는 사람은 그저 사라지면 끝이었다. 소란은 모두에게서 한순간 끝난 사람이었다.



🔖 소란의 십오 년을 듣는 동안 나는 빠르게 술잔을 비웠다. 소란의 잘못은 무엇이었을지, 과연 소란이 잘못한 게 있기나 한 것인지 자꾸 생각하게 되었다.



🔖 "도대체 어떻게 견디는 거야?"
(...)
"그냥 살아져. 세상에 완벽한 불행은 없거든. 깜깜한 불행 안에 틀어박혀 보니까 구멍이 다 있더라고. 빠져나갈 구멍. 살 수 있는 구멍. 그걸 찾는 것도 내 몫의 삶인 거야."



🔖 "울기 좋은 집이지. 울고 싶을 때 와. 빌려줄게."



나 하루만 재워 주면 안 돼?
라고 말해도 정말 재워줄 것 같은 사람.
울고 싶을 때,
딱히 갈 데도 없으면서 장군이와 함께 조용히 집을 비워줄 것 같은 사람.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영영 아름다운 소설을 쓰지 못할 것 같다'고 썼지만,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아름다운 사람이 쓴 소설이 아름다운 소설이라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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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책 깨기 2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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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칼 세이건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8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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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에서 지난 2년 750권의 책을 나눴다.
그 중 공짜로 받은 책은 거의 없다. 북스타그램을 운영하다 보니 책을 주겠다는 출판사의 연락을 종종 받지만, 주소를 말하는 순간 모두 난색을 표한다.
안다. 해외배송료는 비싸다는 걸. 내가 읽고 나눈 거의 모든 책은 DHL과 EMS 배송료가 포함된 가격으로 산 책이다.



출판사는 주소를 듣고 포기하지만, 간혹 직접 상하이로 자신의 책을 부쳐 주는 작가님들이 있다. 감사하다.
황주하 작가의 책, <그 길 위의 모든 것들 "고마워">를 받은 건 9월 말이었다.



책은 받자마자 바로 다 읽었지만, 책을 읽고 말을 보탤 자신이 없었다.
내가 애도에 대해 얼마나 알까. 그때만 해도 나는 황주하 작가의 강 건녀 편에 있는 사람이었다.


주저하는 사이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나는 어머니를 잃었다.
이제 강을 건너 황주하 작가와 같은 쪽에 서게 되었지만, 여전히 말을 보탤 자신이 없다.
한 마디라도 꺼내면, 눈물이 더 많이 흐르니까.
대신 책 속의 문장을 그대로 옮겨 적는다.


🔖 적절한 꼬리표도 갖지 못하는 마흔 어른의 철없는 애도지만, 나도 그리고 또 다른 어른도, 당신도, 드러내고 충분히 애도해도 괜찮다고, '어른스럽게' 회복되거나 치유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토닥여주고 싶었다.
(...)
시간의 힘은 생각보다 '거룩'하기에, 빼곡한 슬픔의 틈으로 천천히 햇살이, 바람이 스며들지도 모른다고, 노란 꽃이 피어날지도 모른다고, 노래하며 걸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할 수 있는 한 가장 따뜻한 목소리로 애도하는 어른에게 가 닿을 수 있는 한 마디를 건네고 싶었다.
(...)
지금 울고 있는 누군가,
그 길 위의 모든 것들을 마주하고
다시 웃을 수 있기를.


황주하 작가님, 미리 위로의 말씀 멀리서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9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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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욘 포세의 장편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




135페이지 정도의 짧은 소설인데, 마침표를 거의 찾아볼 수 없어요.
마침표 없이 이어지는 문장들, 문장 사이사이에 자연스럽게 끼어드는 단어들과 침묵... 그러다 마침표를 발견하면 잠시 멈추게 되어요.
주인공 요한네스가 (아마도 작가 역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만큼 확신하는 건 무엇일까 궁금해지니까요.
전체 소설 중 마침표는 열 번 남짓 나오는데, 마침표가 찍히는 순간들은 모두 그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일상이에요.
아내가 죽은 뒤 매일 잠에서 깨어나면 치받치던 욕지기, 커피, 담배, 브라운 치즈를 얹은 빵, 친구 페테르.



문득 궁금해졌어요.
내 삶을 이렇게 축약해서 적으면 무엇이 남을까. 몇 페이지나 될까.
내가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순간은 어떤 것일까.

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문학동네 펴냄

10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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