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북 앱으로 보기
+ 팔로우
이방인 페스트 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지음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펴냄
1. 프랑스 철학자들의 글 쓰기가 내 취향과는 좀 거리가 있다. 까뮈의 글 또한 독일 철학자라면 두어줄의 명제로 딱 정리해서 말하고 한 단락 정도 설명으로 끝날 간단한 내용을 말하고 다시 다르게 말하고 또 다르게 말하고 지겹도록 반복한다. 요점을 정리한 책을 읽는게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쇼펜하우어나 칸트가 깔끔하게 논리적 구성으로 정리한 글과는 너무나도 비교가 된다. 암튼 이 부분은 내 취향적 문제이다. 수필적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독일철학의 학술적 글쓰기는 얼마나 혐오스럽겠는가. 아참 모든 독일철학자가 그렇지는 않다. 대표적으로 니체가 있지 않던가. 물론 모든 프랑스철학자가 그렇지도 않고.
2. 그런 학술적인 글과는 다른 문체라면 문학적 아름다움이나 멋짐이 있는 글이어야 할테고, 까뮈가 그런 글로 인정을 받고 있기는 하다만
내가 읽어보기엔 그닥 문장이 멋진 느낌을 받지는 못하겠다. 비유나 은유적 표현들이 멋있게 써보려한 느낌을 받기는 하는데 딱히 감탄할만한 문장은 만나기 어려웠다.
3. 부조리는 세계의 불합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꾸 그렇게만 이해되는 경우가 많은듯 하다. 까뮈도 스스로의 글에서 그렇게 이해하지 말라고 강조하는데도 그런 식의 이해가 많은듯 하다. 부조리는 인간의 합리에 대한 추구와 세계의 불합리함이 만날 수 밖에 없고 그것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까뮈는 이렇게 단적으로 부조리를 정리하는 것이 싫었기에 이런저런 다른 정의를 계속 반복해서 지겹게 얘기하기는 하지만 암튼 그렇다. 이점에서 까뮈가 왜 그렇게까지 인간의 합리에 대한 욕구를 인간 정신의 본질인양 그렇게 물고 늘어지는지 안타까운 느낌조차 들었다.
그 전제를 하지 않으면 자살의 문제를 내놓을 근거가 부족해지긴 하겠다.
하지만 그러한 합리와 논리를 극한까지 몰고 가려는 기본틀이 까뮈가 현대철학자이면서도 촌스러운 느낌을 들게 하는 부분이다.
차라리 지금 합리성에 대해서 주장한다면 차라리 미래적이고 새로운 느낌을 주긴 하겠다.
까뮈 이후에 더더욱 이성주의가 더 무너지며, 까뮈 때 이미 비합리가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음을 책에서 스스로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인간 정신은 본질적으로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것을 추구한다는 것은 본인의 개별적 경험을 너무 절대시한 것은 아닐까?
4. 책에서 실존주의자들을 대거 등장시키며 비판의 칠성판 위에 올러놓고 칼로 잘게 잘게 다지기는 하는데, 자신에게 영향을 준 철학자에 대한 얘기에서 정작 니체는 별로 등장하지 않는 것은 좀 의아하긴 한다.
정말 많은 부분에서 니체의 영향이 보이는데에도 불구하고, 정작 니체에 대한 인용글은 딱히 무게감 있는 내용을 담은 것은 없었다.
5. 시지프의 신화에서 부조리에 대해서 도피하지 말고 그대로 맞서서 있는 그대로를 살라는 말이 결론이라면 결론일텐데 사실 애매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방인에서 그것들의 구체적인 예시를 보여주며 해설해주는 느낌이다. 그 두권을 동시에 써서 발표한 것은 정말 잘 한 것이다.
이방인의 해설서가 시지프이고 시지프의 구체적 보여주기가 이방인이었다. 두 개를 한 쌍으로 본다면 정말 좋은 구성이긴 하다.
6. 까뮈 글의 문학성을 볼 때 그렇게 뛰어난 글 쓰기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방인이 나왔을 때 읽어본 프랑스 시민들이 나도 소설 쓰겠다는 말을 했다는 말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사실 내가 매우 좋아하는 소설이긴 하다. 문학적인 기교나 구성 그리고 끌고가는 능력 등 문학적 평가를 할 여러가지 요소들이 있기야 하겠지만 내가 가장 멋있게 보는 것은 매우 깊이 있는 철학적 내용을 은유적으로 다룬 소설이라는 점에서 이방인은 매우 좋아하는 소설이다. 작품성에서 그깐 기교나 소설적 완성도보다는 담고 있는 주제와 내용의 깊이를 더 인정하는 내 기준에 따라 매우 좋게 보는 소설이고, 그런 점에서 노벨상도 받지 않았던 것 아니었나 싶다.
7. 이러저러함에도 불구하고 까뮈는 부조리라는 언어를 독취하였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
이성과 합리성의 성이 무너지고 붕괴한 것에 대해서 부조리라는 단어만큼 쓰기 용이한 것은 없으리라.
4
ND님의 인생책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