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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들 (여성의 자유와 해방에 관한 지구사)의 표지 이미지

페미니즘들

루시 딜랩 지음
오월의봄 펴냄

10여 년 전 인터넷을 중심으로 불붙기 시작한 페미니즘은 여전히 뜨거운 논쟁거리다. 그전까지는 퍽 낯선 단어였는데 요즘엔 누구나 페미니즘에 대한 의견 한 마디쯤은 얹을 수 있을 정도로 인식의 저변이 확대되었다. 그것에 대한 여론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페미니즘은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목받는 트렌드 중 하나라고 단언할 수 있다.

≪페미니즘들≫의 저자 루시 딜랩은 페미니스트들의 다면적 요구와 충돌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여성은 페미니즘 이전에 시대, 국가, 인종 그리고 그 안에서도 계급, 종교, 성적 지향, 정치 성향 등 다양한 맥락 안에서 정체화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이 겪는 억압과 불평등은 이질적이며 페미니즘의 실천 양상도 서로 다르게 전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페미니즘 내부의 균열이 필연적이라는 주장은 페미니즘의 근간인 전 지구적 자매애와 단결이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내부에 갈등이 상존하는 페미니즘 운동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걸까?

딜랩은 페미니즘 내부에서 발생하는 불화를 실패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다른 성질의 페미니즘이 맞부딪힐 때 발생하는 교차성이야말로 페미니즘의 지평을 확장시키는 동력이라고 인식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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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blog.naver.com/ok_odk/223264031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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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을 지나 바디우를 건너 들뢰즈까지 이르는 여정은 내 예상과 달리 아주 산뜻했다. 거대한 세 능선을 아늑한 숲속 산책로를 따라 걸어 내려온 느낌이랄까.

저자는 세 철학자의 세계관을 부글부글 끓는 초콜릿 파이의 반죽 같은 '실재계, 무한, 무無, 잠재태'와 그 표면을 덮고 있는 얄팍한 초콜릿 껍질 같은 '상징계, 유한, 셈하기, 현실태'의 이분화된 구조를 통하여 설명한다.

이데아론에 익숙했던 나에게 현대 프랑스 철학이 제시하는 개념은 모두 신선했고 파격적이었다. 무엇보다도 무한한 자유를 긍정하기 위해 광기조차 받아들이는 그들의 태도가 놀라웠다. 완벽은 곧 경직이며 창조성이 흘러나올 틈을 허용할 것.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며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을 관용적으로 받아들일 것. 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강박에 빠지지 않을 것. 전부 나에게 필요한 메시지이기도 했다.

역시 프랑스하면 자유와 혁명, 똘레랑스라는 생각이 새삼 든다. 책을 읽으면서 프랑스 정신이 싹튼 배경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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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 바디우, 들뢰즈의 세계관

장용순 지음
이학사 펴냄

👍 불안할 때 추천!
9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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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_odk

≪서울 리뷰 오브 북스 제 11호≫는 이름 그대로 서평을 중심으로 구성된 기획물이다. 이번 호는 특집 리뷰 '냉전과 신냉전 사이'를 주축으로 저명한 지식인들의 리뷰를 한 데 모았다. 필자들은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며 국내외 굴지의 저서들을 정교하게 파고든다. 테마가 테마인 만큼 역사 텍스트가 대부분이었지만 각각 과학, 정치, 경제, 문학, 인권문제 등 다양한 문제의식을 아우르고 있기에 단조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특집 리뷰에서는 제2차 세계 대전 말미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냉전을 주축으로 하여 세계사와 한국사의 굴곡을 더듬어 간다. 인물 전기부터 학술지, 소설을 망라하는 도서들을 해체하면서 이데올로기 대립이 빚은 지식인의 갈등과 비극, 글로벌 세계의 헤게모니를 쟁취하기 위한 위정자들의 치열한 전략 선택, 그리고 거대담론의 틈바구니에서 방황하는 과도기적 주체와 소수자의 목소리를 담아낸다.

서평은 그 대상이 되는 책으로부터 파생된 글이지만 독립적인 텍스트로서도 흥미롭다. 독서는 필자와 독자의 대화라고 비유되는데 그런 의미에서 서평은 다시금 독자가 필자가 되어 울리는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서평은 독서 경험의 부수물이자 하나의 창작물로서 종종 책이 담고 있는 논지의 지평을 뛰어넘기도 한다. 그것은 또 하나의 작품이며 별개의 독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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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ok_odk/223272081556

서울리뷰오브북스

백승욱 지음
서울리뷰오브북스 펴냄

👍 인생이 재미 없을 때 추천!
10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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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녀는 숲으로 갔다≫는 마녀들이 모여 사는 만신나루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단수와 배급제가 시행될 정도로 기후 위기와 식량난이 본격화된 미래상을 그린다. 그곳은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 예를 들면 수도꼭지를 틀면 그칠 줄 모르고 흐르는 물이나 마트에 쌓여있는 식료품 같은 물질적 풍요가 사라진 낯선 세계다. 그러나 이토록 절박한 상황에서도 고급 휴양 시설 건설을 위해 서슴없이 환경을 파괴하는 배금주의와 이기주의가 존재하는 낯익은 세계이기도 하다.

만신나루 주민들의 소망은 그들이 나고 자란 만신나루를 지키는 것이다. 그들 대부분은 모두 20여 년 전 일어난 큰 산불로 인해 소중한 사람을 잃은 아픔이 있다. 특히 작중 등장하는 주동 인물들은 자기 어머니의 육신으로부터 재생한 숲과 호수를 한없이 사랑하며 언젠가 자신도 그것들의 일부가 되리라 믿는다. 그들에게 자연은 공존과 친화의 대상이자 돌아가야 할 원점이다.

그러나 5년 만에 재개된 만신나루 개발 계획이 그들을 위협한다. 실존적 위기가 위험 수위까지 밀어닥친 현실에서도 배금주의는 환경파괴를 멈추지 않는다. 만신나루 개발 계획을 통해 작가는 정경유착과 이권 추구 때문에 가장 시급한 기후 위기 이슈가 도외시되는 현실의 폐해를 지적하는 듯하다.


개발 계획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인류는 종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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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blog.naver.com/ok_odk/223259713193

그리고 마녀는 숲으로 갔다

산호 지음
고블 펴냄

10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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