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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산장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재인 펴냄
잘 쓰인 작품이다. 제한된 공간, 제한된 인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잘 준비된 결말로 이르는 과정이 매끄러워 추리소설로선 흔치 않게 뒷맛이 깔끔하다. 폭풍우나 눈보라 등 천재지변으로 고립된 게 아니라 은행강도의 침입에 의해 고립된다는 설정도 특별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종종 활용하는 사회적 문제의식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는 점과 철저히 의도된 장치에 의존하는 추리물이라는 점이 단점으로 느껴질 수 있겠으나 그보다는 장르적 장점이 더욱 선명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잘 쓰였다는 건 반전이 너무 쉽게 드러나지도 그렇다고 너무 꽁꽁 감춰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수준으로 잠복하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작가는 이야기가 전개되는 내내 독자와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이며 누가 범인인지를 쉽사리 예상할 수 없도록, 하지만 끝까지 독자 나름의 추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적절한 수준의 정보를 제공한다. 바로 이것이 이 같은 장르에서 작가가 갖춰야 할 주요한 미덕이며 히가시노 게이고는 절묘하게 줄을 타는 광대처럼 때로 카드를 내보이고 때로는 감추며 독자와의 대결에서 종막까지 주도권을 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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