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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 (소중한 것을 지키는 삶에 대하여)의 표지 이미지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

임승수 지음
수오서재 펴냄

자본주의 체제에 젖을대로 젖은 삶에서 어찌 사회주의를 떠올릴 수나 있을까. 아니 그보다 이미 사회주의는 실패한 이데올리기라는 것을 역사적으로 규명하지 않았던가. 이런 마당에 굳이 사회주의를 들먹이는 이 “불온한” 저자는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작자일까.

그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노동자로 살면서 어딘가 불편했던 지점들. 첨예한 경쟁에 밀려 간신히 끝자락에 대롱대롱 매달려 끌려가는 삶. 경쟁이란 구도에서, 시기 질투와 중상모략이 판치는 조직. 차별과 불공평으로 귀결되는 새드앤딩. 억눌이게 되어버린 말들.

읽는 내내 나의 신념과 가치관쯤은 쓰레기통에 쉽게 쳐박혔던 순간들이 겹쳐졌다. 그러면서 적당히 타협하고 묵인하고 방조하며 살아온 날들이 스쳐간다. 조금 비겁해야 편했고 도리어 나았다. 그게 필부필녀의 필승전략 아니던가.

사회주의가 뭔지도 잘 모르는 주제에 반감만 갖는, 여전히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차이도 잘 모르는 유아적 수준이다 하지만 그래도 성공한(?) 자본주의가 실패한(?) 사회주의보다 낫다고 여겼다. 잘 알지도 못 하면서 아는 척만 늘었다.


사회주의자의 삶을 들여다보며 저자는 어떻게 이리도 고결하게(?)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살아올 수 있었던가 싶다. 나는 ‘우아하게 늙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우아한 기품은 외모의 준수함에서 오는 것보다 몸가짐 마음가짐에서 흘러나온다. 아직도 너무나 에너제틱한 나에게는 먼 시간의 얘기같다.
2023년 1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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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ulsori

서울에 흰 눈이 수북히 쌓인 전날, 이 책을 펼쳤다.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눈 덮인 세상에서 이 책을 읽고 있자니 뭔지모를 따스함이 나를 감쌌다.

3호선 전철을 타고 지나는 길에 보인 한강 풍경이었다.
온 세상이 눈으로 덮여도 한강만은 눈에 덮이지 않았다.
한강은 그 눈을 다 담고도 남았다.

흰과 한강이 교차하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흰 것은 따스함 보다 차가운 느낌에 가깝다.
이 책의 흰은 차갑기도 따스하기도 하다.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긴 흰을 한장씩 아껴읽었다.

한강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읽었어요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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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ulsori

어느 순간부터 말이 하기 귀찮아질 때가 있었다.
그 뒤로 목소리를 작게 하고, 점점 말을 뱉지 않게 되었다.
그러자 외로움과 고독이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의미 없는 웃음을 지어보이기 싫어졌다.
무뚝뚝하게 굳은 표정으로 사람을 응시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곁을 떠나갔다.

언젠가부터 눈이 나빴지만 희뿌옇게 세상을 보는 게 좋아서
안경을 벗은 채로 거리를 활보했던 적이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애써 보려하지 않았다.
그러자 바로 옆을 지나쳐가는 친구도 못 알아차리게 되었다.

때때로 그럴 때가 있다.
사는 게 귀찮아서, 사람이 싫어져서.
모든 것으로부터 피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땐 그저 나만의 시간으로 채우고 싶어진다.

희랍어 시간

한강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읽었어요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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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ulsori

뉴스란 무엇인가,
저널리즘은 또 무어란 말인가.

수십 년을 뉴스 앵커로 살아온 그이자 토론 진행자이자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DJ였던 손석희 님.

장면들을 읽으며 한 아젠다 세팅이 아닌 아젠다 키핑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한 그와 그의 동료들이 떠올랐다. 뉴스가 결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성을 지녀야 힘을 갖는다는 말이 귓전을 때린다.

너무도 쉽게 흥미거리로 전락한 지금의 뉴스가 매우 아쉽다. 그래도 여전히 희망을 잃지 않는다. 손석희 같은 신념과 철학을 가진 자는 또 어딘가에 있을 것이기에……

장면들

손석희 (지은이) 지음
창비 펴냄

읽었어요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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