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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쇼펜하우어 아포리즘)의 표지 이미지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포레스트북스 펴냄

읽고있어요
부제: 내가 젤 잘 나가. - 맞아요.
쇼펜하우어라고 하면 바로 따라오는 단어가 있다.
염세주의!

그 정도 상식뿐이라 서점 인기도서 코너에 자리하고 있는 이 책은 좀 어려워 보였다.
잠깐 집어 들고 첫 장을 여니 편역자의 글이 먼저 보인다.
대충 훑어보던 내 눈에 들어온 문장은,
'베를린에 콜레라가 만연했을 때는 평소 입만 열면 "태어나지 않는 게 최선이다. 만약 태어났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게 차선이다"라는 염세주의 철학을 버리고 목숨을 위해 베를린 탈출을 감행하기에 이릅니다.'라는 부분이었다.
빵 터졌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는 이 책을 들고 계산대에 서 있게 된다.
옆에 있던 친구가 제목을 슬쩍 보더니 "핵폭탄 만든 사람? 영화도 나왔다는데... 그거 함 봐야 하는데.."라고 말한다.
그렇다. 내 환경은 이렇고 나도 친구와 별다를 게 없지만 철학서를 한번 시도해보려고 한다.

책 제목부터 어럽다. 아포리즘이 뭔지 찾아보다가 쇼펜하우어는 어떤 사람인가도 좀 살펴봤다.
아포리즘은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 금언 ·격언 ·경구 ·잠언 따위를 가리킨다.'라는 뜻. 액기스라는거 아닌가! 만만하다. 좋다.
홍삼 파우치 하나 물고 이 분 검색도 해봤다.

외식할 때 자기 잔을 따로 사용하고,
자신의 수염을 면도해 주는 이발사를 믿지 않아 면도할 때마다 긴장했으며,
집안의 비밀장소에 중요한 재산 등을 숨겨두고,
침대 머리맡에 권총을 두었다.
위의 내용은 모두 사생활이라 다른 사람들 눈에 그리 심각해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내가 이 책을 사들게 된 사연, 편역자의 글에서 보았던 것처럼,
베를린에 전염병이 돌자 550km나 떨어진 프랑크푸르트로 피신했던 일은 사람들의 조롱을 받게 된 대표적인 사건이 된다.(거리상으로 표현하자면 서울에 전염병 도니까 제주도로 가신 것. 염세주의신데 다른 보통 사람들 보다 쫌 멀리 가신 듯)
태어난 것 자체가 잘못된 거고 어쩔 수 없이 태어났으니 가능한 한 빨리 죽는 게 낫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던 염세주의의 아이콘이신 분인데 이러시니 사람들이 조롱할 수밖에.

하지만 염세주의의 아이콘이신 이 분을 검색한 내용을 보면 사실은 참으로 치열하게 살아왔고, 삶에 대한 의지도 강했으며, 자존심도 무척 강했던 분인 것 같다.
이 분 삶의 과정도 결코 순탄치 않다. 세상에 화가 많이 나실 것 같은 삶을 사셨다. 그런 부분이 염세주의 철학의 일부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특히. 내가 얄팍하게 알고 있었던 염세주의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나올 것 같아 기대된다. 삶에 대한 의지와 삶을 냉철하게 분석하는 내용도 있을 것 같다.
수많은 철학자들이 존경한다는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를 조금은 제대로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도 함께.

(아! 이 분 관련된 내용을 검색해 보다가 알게 된 건데 1800년대 평균수명은 40대이고 1900년대로 넘어가면서 50대로 늘었는데 이 분을 포함해서 철학자들은 모두 장수했다. 고대 철학자들도 장수했다.
생각만 하는 삶이 장수하게 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좀 더 생각해 보니 철학자들의 루틴은 먹고 산책하고 사색하는 것. 위험한 거 전혀 안 하고 어쩌다 여행 한번 정도뿐이라 위험도가 낮으니 장수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헌데 철학자들 거의 모두 정말 장수했다. 산책만 해도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거 체크!)

지하철 타고 오가며(책도 작아서 좋다) 집중하지 않고 대충 넘기며 몇 페이지는 보았었는데 검색해서 살펴보고 난 후 편역자의 글을 다시 보니 거기서부터 이해도가 달라진다.
다시 첫 페이지인 편역자의 글부터 시작한다.

이거... 나 이제 아포리즘 뜻 아는데... 아포리즘이라면서요. 원래 책은 두께가 10센티쯤 되는 걸 눌러서 얇게 만든 거 같은 느낌. 어렵다기보다 생각을 하게 한다. 진도가 빨리 나가지는 않지만 지루하지는 않다.
뭐 책 다 읽은 느낌 같지만 사실 30여 페이지 봤을 뿐이다. ㅋㅋㅋ. 그래도 뿌듯하다.

아포리즘이라는 단어에 걸맞게 좀 작고 귀염하게 만들어져 있다. 사악한 제작자.
아... 책 표지에 있는 그림은 당시 화가가 그린 그림이라는 것도 검색을 통해 알게 됐다.
옆에 강아지가 무슨 종인지도 알게 됐는데 산책 나갈 때 이 강아지들 보이면 이젠 쇼펜하우어가 생각이 난다.

이 책 다 읽을 때쯤이면 정말 이 책은 손 때 많이 묻어있을 듯하다.

"쇼펜하우어는 모든 희망을 잃고도 진리를 추구했다." -니체
2023년 9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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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꼭그르드라

@mares

그것 하나만, 오직 사랑하는 그것 하나가 있으면 삶의 중심에서 나를 지키고, 내가 지키게 만드는 것 같다.

책은 비닐에 쌓인채 도착했다.
뜯어보고 이유를 이해하게 됐다.
그림많은 그림책이다.
책을 들고 책상으로 가는 동안 4분의 1은 읽은 듯 하다.
그리고 커피 한잔을 다 마시기도 전에 다 읽어버렸다.

그란데 그녀의 40여년 사업의 우여곡절과 파란만장을 한순간에 다 읽어버린 것이 좀 미안해서 바로 책장에 꽂아두지 못하고 다시 쓸어넘기듯 중간 부분들이나 그림채도 다시보고 앞 뒤 표지도 다시 살피면서 만지작 거렸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그녀의 모습이라도 볼까하여 검색도 해봤다.
그리고 꽤 비싼 책이었으니 중고로 팔면 얼마나 하는지도 알아봤다. 그냥 참고삼아…. ‘제길슨‘

그녀가 겪었을 고통스런 순간들이 분명히 보이는데도 그녀는 어른스럽고 덤덤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해준다. 여전히 아이같은 모습도 남아있는 그녀가 고난을 대하는 태도는 사실 어른스럽게 덤덤한게 아니라 좋아하는것에 집중하는 순수함으로 투정부리지 않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인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것에 대한 순수함, 천진함이 투정부리지 않게 한다는 건 다소 부자연스러운 말이겠지만 암튼 내 느낌은 그렇다. 이 책은 고통스런 쓴 맛도 쌉살하게 만들고 웃게도 만든다. 살면서 투정부린 나를 좀 멋적게도 하고.
짧게 읽었지만 조금은 여운을 남겨 주는 책이다.

뉴욕에서 그릇 팝니다

줄리 게인즈 지음
키럽 펴냄

2023년 9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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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꼭그르드라

@mares

겉표지가 하나 더 있다.
안쪽 표지는 흰색바탕에 검정글씨로 원띵이라고 되어 있고 겉표지는 지금 이미지에 보이는것처럼 반전된, 검은색 바탕에 흰글씨로 원띵이라고 적혔있다.
지금의 겉표지가 확실히 더 집중되어 보인다.
신중하지 못했고 원띵하지 않은 결과로 지금의 겉표지가 나오게 됐을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책을 읽은지 얼마나 됐는지,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하나도!
하지만 내 책상 바로 정면에 꽂혀있고 자리 보전하고 있다.
무슨 일을 하건 내 눈 앞에 정면에 있으면서 항상 내게 묻는다. 원띵이 무엇이냐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제목으로 모든걸 다 말하고 제목만으로 이렇게 큰 존재감을 갖고 있는 책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 책은 항상 내 눈 앞 중앙 자리에서 썩어 먼지가 될 때 까지 자리하고 있을 것 같다.

원씽

게리 켈러 외 1명 지음
비즈니스북스 펴냄

2023년 9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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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꼭그르드라

@mares

나는 그에게 열광하는 사람은 아니다.
주변에서, 그리고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다는 것이 그의
책을 몇 권 읽게 만든 동기이다.
(처음 그의 책을 찾아 읽을 때 무라카미 류라는 작가의 책을 먼저 만나게 된 정도의 관심도 랄까)
이 책은 이전에 내가 읽었던 그의 책과는 달리 작가의 성향, 일상의 이야기 등 소박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다 읽고나서 정신을 좀 차리고 나를 돌아보면 소박하지 않은 이야기들이었고, 현실적인 이야기이다보니 난 뭘 했지? 라고 비교하며 살짝 자괴감 10%와 대상없는 분노 8%, 도합 80%정도 역감정이 나온다)
정상적이고 성실하며 집중력도 있는 착한 사람같아 보여 다행이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

글 속에서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알 수 있고 무엇보다 그는 유쾌한 사람이다.
그가 달리기에 진심이라는걸 알게되서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책을 샀다. 그의 달리기에 대한 생각이 뭔지 곧 들어줄 참이다.
그리고 또 아직 읽지 못했지만 ’장수고양이의 비밀‘이라는 책도 샀는데 책을 사면서 “응..그림은 안자이상이 그렸구나” 라고 혼자말 한 것도 다 이 책 때문이다.
어쨌든 이 책은 소박해 보이지만 특별한 재미도 있다. 사연은 이렇게 쌓을 수도 있구나 하는 것도 알게 됐고…

이런 글을 남겨 본 적이 없다보니 소감 정리도 잘 못해 엉망이지만 글을 남기게 된 건 다 무라카미씨 때문이지 내 탓은 아니다.

무라카미 T

무라카미 하루키 (지은이), 권남희 (옮긴이) 지음
비채 펴냄

2023년 9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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