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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었어요
2023.8. 독서
작별 곁에서 _ 신경숙
내가 그동안 겪은 작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던 작별.
어렸던 내가 제대로 정리해내지 못한 작별을 정리해줄까 싶었던 제목의 [작별 곁에서]
제목에 이끌려 구입해 읽어봤다.
[작별 곁에서]는 <봉인된 시간>,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 <작별 곁에서>의 3가지 챕터로 이루어진 연작소설이다.
<봉인된 시간>
고국에 다시 올 날을 의심하지 않고 떠났던 해외. 그러나 일련의 사건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곳이 된 고국. 수십년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된 주인공은 고국을 방문하지만, 너무나 바뀌어 버린 고국의 모습에 낯섦을 느낀다.
자신의 기억 속 고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곳이 되어버렸고, 주인공은 자신의 고국과 또 다시 작별하게 된다.
작별한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지니며 타지에서 지내고 있는 주인공은 고국인 한국에서 온 ‘선생’을 만나 반가움을 느끼고 친밀하게 지낸다. 이후 ‘선생’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선생’이 떠난 후 주인공은 매일같이 선생에게 전화하지만, 선생과 전화는 연결되지 않는다. 그렇게 아침, 저녁으로 전화를 해보는게 일상이 된 주인공은, 받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또 다시 전화를 할 것이라 다짐한다. 그러면서 언젠가 자신이 그 선생에게 전화를 걸지 않아도 괜찮아 질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한다.
작별은 정리가 필요하다. 다만 정리는 쉽지않다. 아쉬움과 미련이 남는다.
우리는 흔히 정리를, 끊어내는 것이나 털어버리는 것으로 오해하곤 한다.
정리는, 끝난 상태 같은 결과 적인게 아니라, 작별부터 미련이 옅어질때까지의 일련의 과정 자체가 정리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이 계속 전화를 걸어보면서, 한번씩 나의 삶을 돌아보기도하고, 그 사람을 그리워했다가 아쉬워했다가하며 미련이 있을 때 그 미련대로 계속 연락을 시도해 보는 것.
그러다 자연스레 그런 마음과 행동이 옅어질때까지 기다리는 것.
자연스럽게 나의 마음과 행동이 옅어질 때까지 나를 기다리는 것이 정리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흘려보내지 못한 감정이 많다. 감정을 가둬두고 보이지 않게 만들어 정리를 끝낸 척하며 지내왔다. 이제는 가둬져 흘러가지 못한, 고여있는 감정을 마주하고 바라보는 사람이 되려하는 중이다.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
멀리 떨어져 지내는 친구에게서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은 ‘나’. 치료를 받으며 친구가 한번씩 보내는 이메일로 서로 연락을 한다. ‘나’는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겠지라며 생각하지만, 친구가 결국 3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말을 전하자 마음이 다급해진다.
매일같이 전화하고, 이메일을 보내며 연락이 어려워진 친구에게 계속 연락을 한다.
언제나 만나는 것을 좋아해주던 친구는, 한번만 만나러 가고 싶다는 주인공의 부탁을 거절한다. 아픈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나중에 네가 나 기억할 때 여기까지만이면 좋겠어. 너 아니고 누구라도. 나도 모르는 고통스러워하는 나 말고, 너무 작아져서 없는 것 같은 나 말고... 그래 여기까지만.”p148-p149
그러나 ‘나’는 친구를 영원히 떠나보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고, 아직 하지 못한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며 생길 이야기들을 친구와 나누고 싶어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지금 극심한 통증에 허덕이고 있는 너의 근처에 가닿지도 못할 쓸모없는 것이어도 나는 너와 단절되지 않게 계속 너에게 말을 걸고 싶다. 힘들어도 너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싶어.”p122
“너에게 무슨 얘기인가를 계속하고 싶어하는 이 욕망조차 분명 결국 사라지게 될지라도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게 될 때까지 계절이 순환하듯이 시간이 원으로 말리듯이 우리가 함께하지 못한 시간들 속에 접혀져 있는 이야기들을 너에게 하고 싶다.”p122-p123
‘나’와 친구는 그렇게 서로의 작별을 준비한다.
‘나’는 친구에게 만나고싶다고 말하며 언제든 친구네 집으로 갈 수 있게 준비를 하고, 친구는 ‘나’가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친구 역시 ‘나’를 만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싶지 않았던 것 뿐이다. 친구는 대신 ‘나’에게 자신이 묻히기로 생각한 굴참나무 숲의 주소를 보내주고, 살아있는 하루하루 오늘의 안부를 물어본다.
“너에게 갈 수 없으니 나는 여기 있을게. 오늘은 어땠어? 내일도 물을게. 사랑하고도 너를 더 알지 못해서 미안해. 신은 늘 굶주려 있는 것 같아, 잡아먹힌다 해도 앞으로 나아갈게. 내일 다시 연락할게.”p157
<작별 곁에서>
‘나’는 친구와, 딸과의 작별을 정리하지 못하고 지쳐있다가, ‘선생님’께 연락을 하고자 마음을 먹고, 과거 제주의 작업실로 돌아온다.
작업실로 돌아왔지만 우울감에 빠져 잠만 자는 생활을 하던 ‘나’는, ‘나’를 신경써주는 작업실 주인, 유정씨의 도움으로 일상을 회복할 힘을 얻는다.
누구든 예상치못한 작별, 예상하고있는 작별이 있을 것이다.
작별로 외로울 때, 위로받을 수 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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