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는 숨구멍이 있는 그 삶이 꽤 만족스러웠고, 어느 한편으로는 이 생활이 계속되었으면 했다. 커커스를 보기 전까지. 자신이 커커스의 숨을 빼앗아 쉬고 있다는 걸 확인하기 전까지.“
”이기적이란 게 그래. 그것도 결국 좀더 가진 자만이, 조금 더 거대한 자유를 누리는 자만이 부릴 수 있으니까.“
“이기적으로 생각해. 너 빼고 이미 다 이기적인데 뭘 걱정하는 거야.”
“소마, 나는 우리가 이끼였으면 좋겠어.”
“바위틈에도 살고, 보도블록 사이에도 살고 멸망한 도시에서도 살 수 있으면 좋잖아.
고귀할 필요 없이, 특별하고 우아할 필요 없이 겨우 제 몸만한 영역만을 쓰면서 지상 어디에서든 살기만 했으면 좋겠어.
햇빛을 많이 보기 위해 그림자를 만들지 않고, 물을 마시지 못해 메마를 일도 없게.
그렇게 가만 하늘을 바라보고 사는 거야. 시시하겠지만 조금 시시해도 괜찮지 않을까?”
*
다른 식물과 경쟁하듯 그림자를 만들며 하늘위로 우뚝 솟지도 않고,
제일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마음도 없이 바위틈과 동굴, 녹이 슨 다리, 물이 고여 썩은 저수지, 관리되지 않은 더러운 수조 같은 곳에서도 살아가는 이끼.
천선란 작가의 문장들에서는 세상을 향한 애정과 안타까움,
소외된 이들을 대하는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문장 한 줄 한 줄 너무나 와닿고 공감되는 이야기인데,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녀로 인해 세상을 보는 올바른 감각들이 조금이나마 열리는 것 같은 느낌.
작가는 구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한다.
나는 그런 큰 마음을 품을 깜냥은 안된다.
다만 가진 것들을 아까워하지 않고 나눌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
비록 내가 가진 파이가 크지 않지만, 다른 이들을 위해 뭘 내려놓을 수 있을까?
조금 나누어 갖더라도, 내 삶이 그리 궁핍해지진 않을 것이다.
그냥 그렇게 시시하게 살아도 그것 또한 나쁘지 않은 인생일 것이다.
👍
힐링이 필요할 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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