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사전적으로 오렌지족이라는 단어만 들어봤을 뿐, 실제로 겪어보거나 구경할 기회는 없었다. 그저 지나간 옛 존재처럼 느껴졌을 뿐이다.
조금 더 자라서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대충 어떤 생활을 했는지,
또 사회적으로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정도의 윤곽은 잡혔었다.
하지만 책을 통해 그들의 삶을 상세히 들여다보니,
왜 그들이 비판을 받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무분별한 소비와 향락과 사치를 단순히 일삼아서가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보면 깨닫게 될 것이다.
말이 좋아 오렌지족이지,
결국 돈이 넘쳐서 열심히 ‘뻘짓’만 했을 뿐이었다.
그들의 행동 중에는 훗날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버닝썬’ 사태와 같은 류의 범죄도 있었으니 말이다.
어쩌면 이들이 버닝썬이 시초였을지 모르지…
한편으로는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내 눈에는 그냥 돈 많은 한량들에 불과했다.
강남 외의 세상은 전혀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으며,
자신이 최고라고 여기는 우월감에 가득 찬,
그야말로 강남 안에서만 사는 진정한 촌놈들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한심스럽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방황이라고 해봤자 아픔이라고 해봤자
그저 배부르고 연약한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2020년대를 사는 나로서는 그들의 행동이 불쾌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
왕따가 밥맛이 되었다.
그리고 밥맛으로 끝났다.
세상을 우습게 본 댓가가 결국은 또 다른 고립이었다.
오렌지 리퍼블릭
노희준 지음
자음과모음(이룸) 펴냄
읽고있어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