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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읽으면서 다른 어떤 책보다 큰 위안을 얻었다. 책을 읽게 되면서 나를 둘러싼 주변과 세계가 바뀌는 게 아니라 이를 바라보는 내 시각이 바뀐다는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소설집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 소설을 읽으며 몇 가지 사실을 마음에 담게 되었다. 이야기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바얀자그에서 그가 본 것」)과 우리가 희망을 버리지 않는 한 평범한 미래는 우리에게 다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이토록 평범한 미래」) 믿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면 그 마음에 조금은 더 닿아갈 수 있으리라는 사실 역시 (「진주의 결말」) 되새겨본다.
김연수 작가의 소설에는 유독 소설가가 많이 등장한다. 이 소설에도 소설가가 여러 명 등장한다. 비극적 사건이 되풀이되고, 희망보다 절망에 더 가깝게 있는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만들고 들려주는 소설가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우리는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다. 소통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행위에서 시작된다. 충분히 들어야만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야만 우리는 미처 알지 못했던 일의 공백을 메꿀 수 있다. 김연수 작가의 소설집에서 소설가는 바로 이런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우리가 미처 듣지 못하고 보지 못했던 일을 우리에게 들려주는 역할을 맡은 사람이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소설가는 공감의 가교역할을 해주는 사람이다.
표제작 「이토록 평범한 미래」에서 주인공과 지민은 돌아가신 지민의 엄마가 자살 전에 쓰신 소설의 줄거리를 듣게 된다. 두 사람은 소설의 줄거리가 자신들의 미래를 예언하는 것 같아 놀라게 된다. 동반자살을 하려고 했던 이들은 접신하는 미국인 줄리아에게 가서 자신이 살아가야할 이유가 있는 것인가를 묻는다. 줄리아는 두 사람은 결혼할 것이기 때문에 죽으면 안된다고 말한다. 과거는 이미 겪은 일이기 때문에 상상할 수 있지만 미래는 가능성만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상상할 수 없다. 지민의 엄마는 소설에서 과거를 기억해야하는 게 아니라 미래를 기억해야한다고 말한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읽으며 지금 당장은 너무 힘들고, 괴롭고, 삶을 지탱하나갈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감에 빠져있다 하더라도 미래에서 보자면 평범한 하루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이르러 가장 좋은 미래를 생각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리가 우리의 미래를 기억할 수 있다면 지금의 슬픔은 좀 더 옅어질 지도 모른다. 희망을 놓지 않는 일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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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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