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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기쁨 (흐릿한 어둠 속에서 인생의 빛을 발견하는 태도에 관하여)의 표지 이미지

상실의 기쁨

프랭크 브루니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읽었어요
삶이 시다 못해 쓰디쓴 레몬을 내민대도 당신은 그것으로 레모네이드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은 내가 얻은 큰 배움이었다.
언제나 이웃집 잔디가 더 푸르게 보인다는 것도 구름 저편은 늘 은빛으로 빛난다는 것도 밤은 새벽이 오기 전에 가장 어둡다는 것도 비로소 깨달았다.

애틀랜타에서 내가 송년 만찬에 참석하고 석 달이 채 지나지 않은 2019년 3월 16일, 크루거는 세상을 떠났다. 향년 58세였다. 보데인과 스페이드처럼 자살이었다. 자살 방법은 언론에 일절 공개되지 않았다.
오바마는 성명서를 발표해 크루거를 “한없는 미소와 다정한 영혼”을 가진 남자로 기억했다. “심지어 잘못을 지적할 때조차”도 말이다.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로 프리스턴대에서는 크루거의 동료교수였고 <뉴욕타임즈>에서는 내 동료 칼럼니스트였던 폴 크루그먼은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는 징후를 단 한 번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어 크루거가 경제자문위원회에서 임기를 마친 직후 그 자리를 채운 뱃시 스티븐슨은 트위터에서 크루거의 고통에 대한 연구를 언급했다. “이제 나는 크루거 역시 고통 속에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크루거는 자기 자신의 고통을 타인들의 고통에 관해 생각하는 통로로 삼았을 것이다.”
스티븐슨은 이렇게 덧붙였다. “진실은, 우리는 모두 세상이 흔히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2023년 8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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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알까? 나는 여전히 그곳에 가.
하루도 빠짐 없이.

여전히 나는

다비드 칼리 지음
오후의소묘 펴냄

읽었어요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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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내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야. 그러니 남 탓도 할 수 없고.”
“그래도 ‘성취하려던 뜻을 단 한 번의 실패 때문에 저버리면 안 된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이 애는 가끔 요상한 말을 입에 올린다.
“격언이요. 어렸을 때부터 격언을 무지 좋아해서 뭔가 도움이 되겠다 싶으면 모조리 적어두는 습관이 있거든요. 물론 경우에 안 맞는 격언을 인용해서 여기 마스터한테 웃음거리가 되는 일도 많지만. 방금 그건 셰익스피어.....였나? 아무튼 한 번 실수했다고 그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잖아요. 그러니까 아저씨도 새로 시작하면 된다고요.”
“새로 시작하다니, 무리야.”
“단칼에 잘라버리네.”
아야코가 웃었다. 표정이 수시로 바뀐다.
“그래도 저는 그런 생각이 항상 들더라고요. 뭔가 삐걱거리고 잘 안되는 일이 있을 때도 있지만, 언젠가는 그런 실패도 소중한 경험이 될 거라고, 게다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귀찮은 것도 많지만 막 기대되고 설레기도 하잖아요.”
“긍정적이네.”
“유일한 장점이죠. 3년 전에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는 정말 넋이 나간 애처럼 지냈는데 계속 그런 식으로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군.”
커피잔은 내려다보면서 내가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사나에는 대단한 딸은 둔 모양이다.
“네. 그러니까 아저씨나 저나 너무 열심히는 말고, 적당히 열심히 살아요. ‘세상은 아름답다. 싸울만한 가치가 있다’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이건 미국의 대작가인 헤밍웨이의 말이에요.”
그녀는 그런 격언을 내뱉으며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 보였다.

기적을 내리는 트릉카 다방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문예춘추사 펴냄

읽었어요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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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yuayt

확정된 회사의 수를 자랑하고 싶다거나 안심하고 싶다거나, 그런 것 때문이 아니었다.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까, 한마디라도 좋으니까, 나한테 말해줬으면 싶었다. 너는 너 나름대로 열심히 해 왔구나, 하고.
“월급도 변변치 않은 회사에 들어가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건 나도 똑같아. 그러니 나랑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을 쉽게 볼 수는 없어.” 나 자신도 놀랄 만큼 차례차례 말이 흘러나왔다. “나 같은 인간이, 혹시나 취직이 된다고 해도 잘해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 그래도, 내가 회사에서 잘나가지 못한다고 해도, 남한테 취업 같은 거 때려치우라는 소리는 못할 것 같아. 그래서....”
“나는!” 기요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난 일 같은 거 어려워서 회사 관둔 거 아니야. 주변 인간들 수준이 한심해서, 그런 놈들 이겨봤자 뭔 의미가 있나 싶어서, 그래서 관둔거라고.”
뒤쪽 건널목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어느새 우리는 선로 옆길을 걷고 있었다.
“...그래, 그런데....” 말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아 에둘러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기요타, 넌 지금 이겼어?”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앞쪽에서 열차가 달려와 우리를 지나쳐갔다.

8월의 은빛 눈

이요하라 신 지음
비채 펴냄

읽었어요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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