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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숙제처럼 살지 않기로 했다
웃따(나예랑) 지음
다산북스 펴냄
마음이 힘들 때 다시 한번 읽어볼 책
행동이 아닌 존재로 자신을 느끼기 시작하면 자신에게 훨씬 관대해져요. 일만 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요. 조급함과 초조함에 쫓기지 않고 내 마음의 소리를 듣기 시작해요. 남에게 편안하게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고 그것이 무례하지 않고 자연스러워져요. 거울을 볼 때도 한숨을 쉬지 않아요. 사진 찍기가 부끄럽지 않아요. 내 얼굴에서 잡티만 보는 게 아니라 아름다움을 봐요. 생김새 말고 그 안에 담긴 아름다운 세월을 봐요.
누워서 드라마 정주행을 해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요. 하루쯤은 정크푸드를 먹고 시간을 펑펑 낭비해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아요. 나를 위해 돈을 쓰고 나에게 선물을 할 수 있어요. 남의 눈치를 과도하게 보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하고 말할 수 있어요. 그러고도 내 자신이 사랑스럽고 이해가 되죠. 실수해도 자책하지 않고 용서할 수 있어요. 과도하게 나를 치켜세울 필요도 없어요. 누가 나를 인정하고 수용해 주지 않아도 이미 나로 만족하거든요. 정체성을 외부에서 끌어오는 게 아니라 내부에서 느끼고 있기 때문에 조건과 성과, 즉 행동에 목숨 걸지 않죠.
그렇게 살면 나태해지고 도태될 것 같나요? 사람은 쥐려고 하면 놓치고, 놓으려 하면 쥐게 되는 것 같아요. 나를 놔주세요. 그러면 실오라기 같은 빛부터 서서히 잡히기 시작할 거예요.
저는 이제 인생을 파도타는 것처럼 살아요. 한때는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하게 계산하고 계획해서 야무지고 똑똑하게 살았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에요. 때로는 내가 길을 만들어놓고 가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걸어가면 그게 길이 돼요.
계획에 맞게 착착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저는 없다고 봐요. 인생은 아무도 몰라요. 당장 내일도 무슨 변수가 있을지 우리는 아무것도 몰라요. 사람의 마음은 수시로 바뀌고요. 행복한 사람은 그때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자기실현을 해요. 저의 5가지 직업 중에서 뭐 하나라도 제가 계획해서 된 게 없어요. 그냥 살았는데 여기 있어요.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걸 했을 뿐이에요. 즐기면서 최선을 다해 주어진 삶을 살았을 뿐이에요.
파도타기는 나와 파도의 합작이지, 내가 파도를 통제할 수는 없어요.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세상과 나의 합작이에요. 그중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건 생각보다 별로 없어요. 성숙한 어른은 이것을 받아들일 줄 알아요. 인생은 내 뜻대로 할 수 없구나, 이건 어쩔 수 없는 거구나, 하고 힘을 뺄 줄 알아요. 그리고 오히려 튜브 하나만 끼고서 그 파도의 변수와 업다운을 즐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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