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갚다가 사채업자에게 살해된 구. 담은 공중전화 부스에서 서른 걸음 떨어진 곳에 있는 구의 시체를 집으로 끌고 와서 손톱, 머리카락부터 해서 그 죽은 몸을 먹는다. 담의 목소리와 구의 목소리가 번갈아 가며 적혀 있다. 구는 죽었는데도 그 의식이 남아 있어서 죽은 자신을 보고, 자신을 먹는 담에게 오래 살아 남아서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자고 말한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이렇게 정신이 어질어질하게 되는 책을 가끔씩 읽는다. 하지만 어질어질함 가운데에 또렷하게 볼 수 있는 것은 구와 담의 사랑이다. 고난스러운 삶 안에서 담담한 목소리로 서로의 사랑과 추억을 이야기하고 계속 사랑을 고백하는 둘의 목소리에서 절절함이 느껴진다. 혼자 속으로 하는 고백이든, 서로에게 하는 고백이든. 이 책은 로맨스다. 어릴 때부터 사랑을 시작하여 그 사랑이 어떻게 자랐는지 보여주는 로맨스. 하지만 아름답지 않은. 기다림과 고요, 슬픔, 고통, 열기와 끈적함과 육체가 어우러지는 사랑의 이야기다.
모르겠다. 작가가 왜 구를 죽여 놓고 영혼을 남겨서 이야기를 진행하게 했는지. 아니 어쩌면 구의 이야기도 있기 때문에 이 글이 더 진한 무언가가 될 수 있었다.
근데 2015년 출간한 책이 왜 올 여름 베스트 셀러가 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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