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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한 문체로 삶을 토로하는 구와 담의 이야기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와 같았다. 글은 두 주인공의 시점으로 서술되지만, 독자는 그들에게 이입이 된다기보단 제3자의 입장에서 그들을 바라보게 된다. 별생각 없이 읽다 보면 가끔씩 기억의 편린을 건드리는 문장들이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곤 한다. 책의 부제가 있다면 후회일까? 구와 담은 서로의 운명이었을까 그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이었나. 하지만 후회와 연민, 애착과 죄책감으로 점철된 감정을 나는 사랑이라 부르고 싶지 않다.
작품의 분위기나 색채가 묘하게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과 닮은 것 같으면서도, 글의 여운이은 후자가 더 짙다는 점에서 분명하게 구분된다. 특히 후반부(구와 담 재회 이후) 구의 독백은 마치 인소를 보는 것처럼 지나치게 단조로우면서도 난해하여 아쉬웠다. 책의 결말과 첫 장이 수미상관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그나마 흥미로웠다.
여전히 베스트셀러 목록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고, 누군가의 인생 책이라는 소리에 그저 호기심이 동했을 뿐이다. 안타깝게도 그 정도의 특별함은 없는 소설인데 아마 초반의 식인 행위가 강렬한 인상을 줬기 때문에 유명해진 게 아닌가 싶다. 당장 제목만 검색해도 ‘식인’ 키워드가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언급된다. 설명이 필요할까. 온갖 자극적인 소재가 뇌의 전두엽을 자극해 심취해 있는 걸지도. 누군가에게 추천할 만한 책은 아니지만 킬링타임용으론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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