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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황선우 외 1명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읽었어요
📖 18p
여전히 나는 혼자 먹는 밥이 맛있고 혼자 하는 여행의 간편한 기동력을 사랑한다. 그런 한편으로 또 믿게 되었다. 혼자 하는 모든 일은 기억이지만 같이 할 때는 추억이 된다는 이야기를. 감탄도 투덜거림도, 내적 독백으로 삼킬 만큼 삼켜본 뒤에는 입 밖에 내서 확인하고 싶어진다.
📖 59p
또 하나 배운 교훈은, 자신이 두려워하는 뭔가를 영원히 피해 다닐 수 없다면 제대로 부딪쳐볼 필요도 있다는 거다. 늘 머물던 안전지대 밖으로 한 걸음을 내딛어보면 세상에 생각해온 것만큼 큰 위험이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어쩌면 겁쟁이일수록, 위험한 상황을 좀처럼 만들지 않는 자신의 본능적 감각을 믿어봐도 좋을지 모른다.
📖 106p
지금 써놓고 보니 나로서도 ‘조금만 움직이면 되는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매일 조금씩 집이 쾌적해지고, 움직일 공간이 생기고, 퇴근해서 돌아온 황선우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 145p
잘 모르는, 멀리에 있는, 애정이 없는 대상일수록 일반화하기 쉽다. 뭉뚱그리고 퉁쳐도 상관없다. 하지만 사랑하는 존재에 있어서는 아주 작은 차이가 특별함을 만든다. 그 개별성이 소중하고 의미 있다.
📖 152p
신비롭게도 인간은 자신을 위해서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 더 부지런할 수 있는 존재다.
📖 172p
여러분도 스스로를 행복하게 하는 것에 대해 잘 생각해볼 일이다. 그런 것을 발견했다면 ‘행복은, OO야!’라고 한번 외쳐보길 바란다. 그걸 알아두면, 힘든 상황에서도 비교적 더 빨리 회복할 수 있을 테니까.
📖 228p
나는 간병인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던 동거인이 나의 주보호자로서 베풀어준 가장 큰 부분을 잊지 못할 것이다. 플라스틱 공 하나 띄우려 애쓰고 있는 내가 사실은 하프 마라톤을 몇 번이나 완주한 사람이라는 걸, 진통제에 멍해져 있지 않을 때는 재미있는 농담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방귀 뀌는 게 가장 중요한 임무인 지금의 내가 전부는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 그 사실은 겨우 3박 4일이지만 가장 무력하고 약해졌을 때 내가 사라지지 않게, 또 최선을 다해 돌아갈 수 있게 단단히 붙잡아주었다.
📖 241p
살면서 쌓이는 스트레스와 긴장, 걱정을 해소시켜주는 건 대단한 뭔가가 아니라 사소한 장난, 시시콜콜한 농담, 시답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워너원의 노래 <갖고 싶어>에는 “매일 하루의 끝에 시답지 않은 얘길 하고 싶은데” 하는 가사가 나온다. 누구나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만 나누는 사이가 아니라 쓸모없고 시시한 말을 서로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를 한 사람쯤은 갖고싶은 것이다.
이 책은 윤혜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알고 있었다. 제목과 표지만 대충 알고 있었을 때에는 퀴어문학인가...? 싶기도 했었다. 읽어보니 그건 아니고 김하나 작가님과 황선우 작가님이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을 이뤄낸 과정과 살아가면서 있었던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낸 에세이였다.
인생에서 평생을 함께하고픈 동성 친구를 만났다는 게 정말 부러웠다. 그냥 읽으면서 계속 너무너무 부러웠다. 어쩌면 너무도 내가 꿈꾸는 미래가 아닐까 싶었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너가 받고, 너가 줄 수 있는 것을 내가 받아서 그렇게 서로 너무 무거운 책임감 없이 따뜻한 배려 속에 안정감을 갖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보고싶은 영화, 듣고싶은 음악, 먹고싶은 음식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을 때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되고 바로 내 옆에 있다는 바로 그 안정감... 미치도록 좋다.
잘 살아가려면 잘 싸울 줄도 알아야한다는 챕터가 있었다. 누군가가 고쳐줬으면 하는 것들을 이야기하는 것... 내가 불편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 그것은 여전히 나에겐 많이 힘든 일이다. 황선우 작가님도 동거를 하기 전까진 회피형 인간이셨는데 김하나 작가님을 만나서 잘 싸우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동거 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잘 싸울 줄 알아야한다. 할 말은 할 줄 알아야한다. 앞으로 오래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더더욱. 조금씩 연습해봐야하나 싶다. (쉽지 않을 것 같다)
김하나 작가님이 혼자 사는게 좋지만 그 나름대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게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에 공감이 갔다. 혼자 있으면 작은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고, 할 수 있는 것도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요리) 무기력감과 우울감 또한 자주 찾아온다. 그럴 땐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만으로도 환기가 되어 그런 것들을 달아나게 해준다고 한다.
나 또한 내 생활환경을 통제하고 남에게 방해받지 않으며 혼자 있는 것을 즐긴다. 그런 삶을 살면 자기 통제력이 많이 성장할 줄 알았는데 또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무도 내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으니 더 나태해지기 쉽다. 그렇게 살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다가도 지칠 때면 스스로 이겨내야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그럴 때 집에 누군가가 있다는 게 그 속에서 빠져나오게 하는데에 도움이 된다는 말인 것 같다.
옆에서 서로 배울 것이 많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나와 취향이 맞으면서도 각자 잘하는 일은 따로 있어 알아서 분담이 딱 딱 되는 그런 관계. 이런 사람을 찾는게 가능은 한 일인가!!? 싶은데 이 분들은 찾으셨다... 부럽고 부러워서 질투가 막 난다.
아직 내 나이에 평생을 함께할 누군가를 찾는다는 건 굉장히 이른 일이다. (난 이르다고 생각한다) 가만히 있는다고 찾아지는 것도, 어디서 뿅하고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사귀고 하는 과정들을 계속 거쳐다가다 보면 나도 어느덧 작가님들 나이 대가 되었을 때 내가 꿈꾸는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 누군가가 나타나기까지 나는 경제적 자유도 얻고 할 줄 아는 것도 많은 능력자가 되어 있어야겠다. 누군가가 미래를 꿈꾸고 싶어할 만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2
효지님의 인생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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