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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애니 라이언스 지음
한스미디어 펴냄

책을 읽기 전, 이 책의 내용이 안락사를 신청하여 준비하는 여든다섯의 할머니 유도라의 이야기인 것을 알았을 때
삶과 죽음, 떠나는 자와 남겨진 자의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상큼한 책 표지만큼이나 최근 읽은 소설책 중 가장 사랑스럽고 따뜻한 내용의 책이었다.

유도라 할머니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과거 그녀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그래서 앞으로 그녀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에
그 답을 구하며 읽어가는 과정이
때로는 가슴 아프기도, 때로는 유쾌하기도 하였다.

꽤 두툼한 두께의 책이지만, 단숨에 읽힌다.
그렇다고 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결코 얕지는 않다.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결국 죽음이 아닌,
지금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사랑’이란 것이 우리의 삶뿐 아니라 죽음까지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안락사 프로그램 담당자의 말이 책을 덮은 뒤에도 계속 생각난다.
“죽음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동안만이라도, 삶을 선택해 주시겠어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중요하니까요(p.167)."
2023년 5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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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가르치며 다양한 모어와 국적을 가진 학생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 직업을 가진 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가르친 학생들을 통해 그 모어나 국적을 가진 사람들을 일반화하는 우를 종종 범하곤 한다. 나부터도 ‘OO 사람들은…, XXX 사람들은 …’으로 시작하는 말들을
너무 쉽게 내뱉기도 한다. 한 사람이 살아온 문화적 배경은 분명 그 사람의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결국은 개개인마다 다른 것임에도 말이다.

이 책의 작가는 내가 그동안 만나온 그 어떤 학생들 혹은 학부모들과 같은 중국동포이다. 학생들을 좀 더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읽게 되었지만, 책을 읽으며 이따금씩 모래가 섞인 밥을 씹어 넘기는 듯한 까끌까끌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 까끌함은 내 안의 선입관 혹은 민족성에 기인한 것일 터였다.

그럼에도 쉬이 몰입해서 읽었던 것은 작가가 엄청난 스토리 텔러인 덕분이다. 그 많은 마음의 이야기들을 각 단편에서 인물들과 상황을 통해 매끄럽게 풀어내고 있었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을 빌려 더없이 담백하게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나의 심경이 복잡해지고 책을 덮은 후에도 깊은 여운이 남았다. 중국에도, 한국에도 속하지 못하는 ’작은 물줄기(31쪽)‘를, 하지만 결국 바다에서 만나게 될, 그렇게 얽혀 있는 그들을 조금은 깊게 들여다볼 수 있던 시간이었다. 가끔씩 이해되지 않던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의 언행과 태도를 이해할 수 있는 약간의 실마리를 찾은 것 같다.

또한, 재한 중국동포와 대화하다 보면 발음적 측면은 차치하더라도 특정 어휘나 문법적 표현에 있어 언어적 차이를 느끼고는 하는데 그런 차이가 느껴지지 않은 것도 쉽게 읽히는 데 큰 몫을 했던 듯싶다.

야버즈

전춘화 지음
호밀밭 펴냄

2023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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