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삶을 필사적으로 살아내기 위해 안간힘 썼던 두 여성의 이야기. 비극적 역사, 뒤바뀐 삶, 거짓과 진실, 체념과 회피, 후회와 용기.
읽는 내내 응원했던 주인공이 맞이한 허망하고 가슴 아픈 결말이 마음에 씁쓸함을 남긴다. 그토록 악착 같이 그리고 진취적으로 불행했던 삶을 개척하던 주인공이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나약해지고 운명에 순응하고 때론 답답할 만큼 쉽게 무너져내리는 모습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주인공에겐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파고였겠지만 그것 또한 뛰어넘어 이겨내주기를 바란 건 욕심이었을까?
찝찝한 결말에 책을 덮고도 머릿속이 복잡하다. 삶은 권선징악이나 고진감래처럼 동화 같진 않겠지만 우울한 결말은 항상 피하고 싶다.
섬세하고 구체적이었던 처음과는 달리 작품이 진행될수록 서술의 시간 간격이 너무 벌어져 끝부분에 가서는 사건을 온전히 정리하지 못하고 급하게 마무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인물의 삶을 실감나게 그린 점과 예상했던 반전을 한 번 더 비튼 작가의 구성력이 돋보인다. 두꺼운 책이라 선뜻 읽기 부담스럽지만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이금이 지음
사계절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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