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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도 인생이니까 (주말만 기다리지 않는 삶을 위해 | 김신지 에세이)의 표지 이미지

평일도 인생이니까

김신지 지음
알에이치코리아(RHK) 펴냄

좋은 문장을 많이 얻었다. 처음에는 뻔한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뻔함은 누구에게나 있다. 알고 있지만 움직이지 않는 몸과 마음에 기름칠을 해준다. 오늘은 아이유의 비밀의 화원을 들어야겠다.

- 책에서

1
오늘은 퇴근길에 편의점에 들러 네 캔에 만 원 하는 맥주를 종류별로 샀다. 치킨을 시킬까 하다가 시골집에서 부쳐준 표고버섯이 생각났다. 버섯을 토각토각 썰어 딱 맛있을 만큼만 구워 낸 다음, 소금 뿌린 참기름에 찍어 먹으면 최고의 맥주 안주가 된다. 이번 주 마감도 무사히 치러 냈고, 내일은 약속 없는 토요일이다. 코인 세탁소에 가서 겨울 이불을 빨고 오후엔 원두를 사러 나가야지. 이걸로 된 건가? 물으면 내 안에서 이걸로 됐다! 대답한다. 그럼 정말로 됐다.

평범한 인생을 특별히 소중하게 여기며
내일보다 좋은 오늘을 살아가고 싶다.
(Tomorrow is better than tomorrow 중)

2
요즘 내게 중요한 것은 이런 것이다.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 이미 읽은 책을 한 번 더 읽는 시간. 여러 곳에 가는 것보다 한 장소에 제대로 머무르는 일. 거기 좋았잖아, 또 가 보자,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좋다.
(두 번 해도 좋을 것들 중)

3
사람들 앞에 섰을 때 내가 그토록 긴장하는 이유는 잘하고 싶어서였다. 잘하는 것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못하는 모든 상황이 끔찍하게 여겨졌다. 거기엔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나를 한심해할 것 같은 마음, 쓸모도 없는 말을 늘어놓는 나를 보며 저런 게 작가라니 실망할 것 같은 마음, 그러니까 그 자리에 선 나를 어떤 식으로든 평가할 거란 두려움이 있었다. 동시에 그런 나를 가장 혹독하게 평가하는 건 나 자신이었다. 내성적인 게 아니라 그건 어쩌면 대단한 자의식인지도 몰랐다.

목표는 이것을 ‘잘’ 전달하는 게 아니라, ‘다’ 전달하는 것.
(뭘 또 잘하려고 해, 그냥 해도 돼 중)

4
나보다 어린 나이의 누군가를 보며 ‘좋을 때’라고 생각할 때,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는 그 사람의 지금이 아니라, 그 나이 때의 자신을 보고 있을 것이다.
(좋을 때다, 라는 말의 진짜 의미는 중)

5
봄 나무의 아름다움을 알아채게 된 건 서른 즈음부터였는데, 그렇다면 나는 세상을 더 촘촘히 보게 된 것이 분명했다.
(4월을 보내는 일기 중)

6
사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이고, 더 멀리 갈 수 있는 사람이고, 지금보다 더 넓게 살며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다.
(엄마와 운전 중)
2023년 5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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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포를 찾아다니는 초빼이, 김종현 작가가 소개하는 식당과 음식 이야기.

우회해서 돌아가는 시간마저 감내할 만큼 가치가(36쪽) 있는 순댓국, 쌀 한톨 한톨 사이 잘 스며든 불향이 적절하게 양을 조절한 기름의 고소한 냄새와 환상적인 조화(75쪽)를 맛볼 수 있는 중식집, 웅장한 하모니를 만들어(211쪽) 내는 육회비빔밥 등. 책을 읽다 보면 맛이 궁금해 안달이 난다.

소개된 곳 중 몇 곳은 이미 가본 곳도 있다. ‘참 맛있게 먹었는데’ 지난 추억을 더듬다 보면 그 끝에는 사람이 있다. ‘음식을 떠올리면 사람이 떠오르고, 그 사람과 함께 한 시간이 기억되며, 그 음식을 먹은 장소가 떠오른다.‘(162쪽)고 한 그의 말이 생각난다.

그래서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초빼이의 노포일기

김종현 지음
얼론북 펴냄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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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죽음 이후 외삼촌 가게에서 눈칫밥 먹고 사는 지상만과 부러울 것 하나 없는 부잣집에서 사랑 듬뿍 받고 사는 허구.

상만은 늘 바빴다. 공부하랴, 쌀 배달 가랴. 구의 집에 오면 진짜 아들이 된 것만 같아 마음이 풀어졌다. 사랑받는 것 같아서, 그런 사랑을 받았을 구를 부러워했다.

소설은 상만의 시점에서 서술되기에 구의 속마음이 어땠는지는 짐작만 할 뿐이다. 구는 어땠을까? 자신이 쓴 소설 <여행자 K>처럼 미래를 보고 오기라도 한 걸까? 온통 허구인 삶에서 하나라도 참을 남기고 싶어 상만을 곁에 둔 걸까?

“사람들은 자신이 하나의 인생만 산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하나의 인생만 안다고 하는 게 더 맞는 말이야.”
(본문 중)

나는 상만과 아들 영우의 마지막 대화를 통해 살아있음을 본다. 영우는 상만에게 “아빠, 슬프면 울어. 울어도 창피한 거 아니래. 감정에 솔직한 게 더 멋진 거래.”라고 한다. 펑펑 우는 상만, 그 눈물은 살아있음으로 흘릴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상만은 눈물을 나누며 주변 사람들과 함께 걸어갈 것이다.

허구의 삶

이금이 지음
문학동네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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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웠던 일을 이렇게 멋지게 해내는 용기를 닮고 싶다. 어떤 마음이 그를 헤엄치게 했을까?

수영 요요

필라멘트 요요 지음
퍼플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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