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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었다!! (ㅋㅋㅋ) 구병모 작가 책은 처음이었는데 묘사가 정말정말 섬세했다.. 특히 첫 장면에서 조각이 지하철에 섞여 있을 법한 평범한 중-노년 여성이라는 걸 설명하는 장면에서 작가의 필력에 감탄했다. 심리 묘사도 일품이었다. 은유들을 보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 분은 특히 더 언어 천재같다는 느낌을 받음. 작가는 유에서 무를 창조하는구나… 그리고 구병모 작가의 다른 책들도 궁금해졌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묘사들이 켜켜이 쌓여 결말로 치닫는 구조였다. 구체적인 묘사 덕분에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듯한 현장감이 느껴졌다. 조각의 마지막 결투는 영화 액션 씬을 보는 듯했다.
책 내용 중 제일 좋았던 부분은 투우의 죽음 직전에 조각이 이제는 알약 잘 먹냐고 물어본 장면이었다.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아서 몇 번이고 다시 읽어봄. 이건 작가가 노렸다고 본다…
책을 읽으면서 조각의 삶에 연민을 느끼려다가도, 조각은 연민과 동정의 대상이 되는 것을 극도로 혐오한다(… 누가 네 어머니냐 등등). 그래서 오히려 마음 편히, 삶 자체로만 조각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조각과 성격이나 상황 면에서 공통점이 정말 없었기 때문에 사실 그녀의 삶에 개인적으로 공감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어느 누가 조각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겠는가… 자신이 여성 노인 킬러라면 공감하겠지만 대부분 이 책의 독자는… 그 여집합에 속할 것이다. 어쨌든 대부분 독자는 조각과 공통점이 전혀 없음에도 조각과 함께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책 모든 순간 조각의 옆에서, 조각이 되어서 이야기를 느꼈다.
결국 이 책은 해피엔딩에 가까운 결말을 맞이한다. 늙은 여성인 조각이 젊은 남자 투우를 이기는 게 오히려 반전이었던 포인트… 투우는 일부러 조각에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남은 삶을 평범하고 멋진 할머니로 살아가는 조각을… 응원하며… 가상의 이야기에도 이렇게 응원을 보내게 되는 구병모 작가의 창조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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