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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가르치며 다양한 모어와 국적을 가진 학생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 직업을 가진 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가르친 학생들을 통해 그 모어나 국적을 가진 사람들을 일반화하는 우를 종종 범하곤 한다. 나부터도 ‘OO 사람들은…, XXX 사람들은 …’으로 시작하는 말들을
너무 쉽게 내뱉기도 한다. 한 사람이 살아온 문화적 배경은 분명 그 사람의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결국은 개개인마다 다른 것임에도 말이다.
이 책의 작가는 내가 그동안 만나온 그 어떤 학생들 혹은 학부모들과 같은 중국동포이다. 학생들을 좀 더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읽게 되었지만, 책을 읽으며 이따금씩 모래가 섞인 밥을 씹어 넘기는 듯한 까끌까끌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 까끌함은 내 안의 선입관 혹은 민족성에 기인한 것일 터였다.
그럼에도 쉬이 몰입해서 읽었던 것은 작가가 엄청난 스토리 텔러인 덕분이다. 그 많은 마음의 이야기들을 각 단편에서 인물들과 상황을 통해 매끄럽게 풀어내고 있었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을 빌려 더없이 담백하게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나의 심경이 복잡해지고 책을 덮은 후에도 깊은 여운이 남았다. 중국에도, 한국에도 속하지 못하는 ’작은 물줄기(31쪽)‘를, 하지만 결국 바다에서 만나게 될, 그렇게 얽혀 있는 그들을 조금은 깊게 들여다볼 수 있던 시간이었다. 가끔씩 이해되지 않던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의 언행과 태도를 이해할 수 있는 약간의 실마리를 찾은 것 같다.
또한, 재한 중국동포와 대화하다 보면 발음적 측면은 차치하더라도 특정 어휘나 문법적 표현에 있어 언어적 차이를 느끼고는 하는데 그런 차이가 느껴지지 않은 것도 쉽게 읽히는 데 큰 몫을 했던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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