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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나의 자서전

김혜진 (지은이) 지음
현대문학 펴냄

2023. 0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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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로 얼룩진 세상에서 티 없이 자라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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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 부모의 감정이란 언제나 더 부풀려지고 또렷해져서 아이들에게 가닿는 법이니까요.

30 - 사람은 평생 한 번쯤 그런 각오로 감행하는 일이 있어야 하고,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포기하고 돌아설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까지 한 뒤에야 아버지는 다시 숟가락을 집어 들고 밥을 떠서 입안 가득 밀어 넣었습니다.

72 -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나는 그날 내가 보았던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비로소 희망이라 할 만한 것을 가지게 된 한 사람의 얼굴이었습니다. 삶이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 틀림없이 그렇게 될 거라는 확신.

126 - 저절로 사라지거나 없어지지 않고, 끝없이 누군가에게 옮아지고 번지며, 마침내 세대를 건너 대물림되고 또 대물림될 거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158 - 그러나 그 밤 나는 정말 없애고 싶었습니다. 한 사람 안에 한번 똬리를 틀면 이쪽과 저쪽, 안과 밖의 경계를 세우고, 악착같이 그 경계를 넘어서게 만들던 불안을. 못 본 척하고, 물러서게 하고, 어쩔 수 없다고 여기게 하는 두려움을.

165 - 아니, 또다시 사람들이 몰래 내놓은 쓰레기와 잡동사니들로 지저분해진 담벼락과 골목 입구를 보는 순간, 모든 게 주해가 오기 전으로 되돌아가버린 남일동의 모습을 마주하는 순간, 가슴속에서 말할 수 없는 실망감과 배신감이 치밀었습니다.
2023년 3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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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9. 15.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서 해방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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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노인들은 젊은이들보다 젊었다. 오래전에 일어난 일들이 때로는 어제보다 가까웠다. 모든 것이 너무나 혼란스러운 나머지 사람들은 시간을 기록하기를 포기하고 '지금'에 만족했다. 좋은 세상이었다.

📖 한때와 영원 사이에는 정말이지 작은 차이밖에 없다.

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

리처드 파워스 지음
알에이치코리아(RHK)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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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9. 11.
차별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설명하기 어려워졌을 뿐이다.

📖 어떻게 보면 엄마는 본인이 가진 자갈, 바위, 돌이 섞인 미운 흙들을 온몸으로 고르고 골라 고운 흙만 저에게 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 2018년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20대 후반 여성들은 같은 남성들 월평균 임금의 91.7%를 받는다. 하지만 30대 초반이 되면 남성들이 천 원을 벌 때 여성들은 837원을 벌고 30대 후반엔 723원까지 떨어진다.

📖 비정규직 여성 비율도 연 령대가 올라가면서 급증한다. 30대 후반에서는 여성의 30.8%가 비정규직이다. 이는 40대 후반 37.1%, 50대 후반 50.8%로 가파르게 오른다. 남성 비정규직 비율이 30대 후반 14.6%, 40대 후반 20.0%, 50대 후반 22.6%로 완만하게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 엄마는 그간 가족을 위해 일했다. 그러나 한 가정을 이끄는 가장이나 생계부양자 같은 호칭은 남성에게만 명예롭게 주어졌다.

📖 페미니즘은 많은 딸에게 '그냥 우리 집 일'로 여겨지던 것들을 사회적 차원으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 만약에 '엄마'라는 명함이 존재한다면 저는 아주 크게 찍어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명함은 원치 않더라고요. 엄마, 누구나 다 하는 거 아니야? 하죠.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

경향신문 젠더기획팀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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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9. 06.
잠원동을 떠난 뒤 한동안은 잠원동이 죽을만큼 싫었다. 나의 집들과 가구와 벽지와 형광등까지, 잠원동의 신호등과 아스팔트마저 내 우울을 머금은 것처럼 무겁고 더럽고 혐오스러워보였기 때문이다. 집은 거주공간보다는 삶의 부분을 차지함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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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보낸 것은 개 한 마리가 아니라 다정한 존재와 함께한 내 삶의 한 시절이었다. 가끔 피피의 이름을 불렀다. 세상에 없는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한 시절을 부르는 일이었다.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하재영 지음
라이프앤페이지 펴냄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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