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별에 대하여
세계는 언제나 자아의 세계다. 내가 해석한 주관적 자아의 세계를 지평이라하고 우리는 각자의 지평에서 산다. 그러므로 만남이란 놀라운 사건이다. 너와 나의 만남은 단순히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넘어선다.그것은 차라리 세계와 세계의 충돌에 가깝다. 너를 안는다는 것은 나의 둥근 원 안으로 너의 원이 침투해 들어오는 것을 감내하는 것이며, 너의 세계의 파도가 내 세계의 해안을 잠식하는 것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거다. 폭풍같은 시간을 함께하고 결국은 다시 혼자가 된 사람의 눈동자가 더 깊어진 까닭은. 이제 그의 세계는 휩쓸고 지나간 다른 세계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더 풍요로워지며, 그렇기에 더욱 아름다워진다.
헤어짐이 반드시 안타까운 것은 아니다. 그것은 실패도, 낭비도 아니다. 시간이 흘러 마음의 파도가 가라앉았을 때, 내 세계의 해안을 따라 한번 걸어보라. 그곳에는 그의 세계가 남겨놓은 시간과 이야기와 성숙과 이해가 조개껍질이되어 모래사장을 보석처럼 빛나게 하고 있을 테니.
*연애에 대하여
우리는 다시 고독해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또다시 거울속에 울고있는 자신을 대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의 손을 잡고 세계의 중심이 되었던 기억이 우리를 보호할 테니까. 우리는 거울속의 젊은이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몇번의 겨울과 몇날의 밤을 보내고 다시 봄이 찾아온 어느 맑은 날, 우리는 또 다시 운명처럼 새로운 세계를 조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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