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y님의 프로필 이미지

Lucy

@lucyuayt

+ 팔로우
지구별 인간의 표지 이미지

지구별 인간

무라타 사야카 지음
비채 펴냄

읽었어요
“유우, 그런 건 눈에만 안 보일 뿐 전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야. 지금도 누군가 도구로 쓰이고 있어. 오늘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그뿐이야.”
“나쓰키, 그건 범죄야. 비정상이라고.”
“그게 뭐? 비정상을 무시하는 게 어른의 일이잖아. 언제나 그랬으면서 왜 지금 이 순간에만 착한 척하는데? 유우는 ‘평범한 어른’이잖아. 무시하면 돼. ‘평범한 어른’답게.”
나는 남편이 저지르려는 범죄에 대해 아무런 간섭도 할 생각이 없었다. 남편이 그렇게 외계인이 되고 싶으면 외계인이 되면 되고, 자신의 정소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싶으면 그렇게 하면 된다. 진짜 실행한다면 적어도 괴물은 될 수 있겠지. 생각하려니 손이 덜덜 떨리고, 오른쪽 귓속에서 매미 소리 같은 전자음이 울려 퍼졌다.
“듣고 보니 유우 씨 말에도 일리는 있어요. 범죄가 아닌 건 아니네요. 할아버지가 알아채지 못해서 입건되지 않을 뿐이니까. 내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남편은 그렇게 말했다. 나는 손끝이 떨리는 걸 느끼며 담담히 남편에게 말했다.
“왜? 범죄가 뭔데? 지구성인은 늘 저지르는 일이잖아. 언제나 아무렇지도 않게 범죄를 저지르잖아.”
“그렇게 말하니 할 말이 없네. 나쓰키는 역시 포하피핀포보피아성인이야.”
남편이 말했다.
“엄마는 간병하느라 바빠서 시간이 없을 것 같으니까 근친상간은 형하고 해야겠어. 물론 상호합의하에 할 수 있도록 알아듣게 설명해야지.”
“잠깐만요, 그런 짓을 해서 뭘 어쩌자는 겁니까?”
남편은 의아스레 유우를 봤다.
“어쩌긴요, 외계인이 될 겁니다. 몇 번이나 설명했잖습니까.”
2022년 10월 18일
0

Lucy님의 다른 게시물

Lucy님의 프로필 이미지

Lucy

@lucyuayt

“너는 하늘에서 떨어졌어. 수많은 것들 사이에서 밝게 빛나고 있었어. 어디에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그게 너라는 게 중요해. 땅에서 솟았어도, 바람에 실려 왔어도, 아무 상관 없어.”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

전미화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읽었어요
12분 전
0
Lucy님의 프로필 이미지

Lucy

@lucyuayt

“이 새가 왜 멸종했는지 아세요?”
“그거야 날지 못했기 때문이겠죠.”
“물론 그렇지만요. 천적이 없었기 때문에 마음 놓고 땅 위에서 살았다고 해요. 알을 낳아도 어딘가에 숨겨 놓지 않고 땅 위에 그냥 낳은 채로 두고요.”
“아! 지금 같으면 리스크 헷지를 하지 못한 거네요. 이렇게 말하면, 혼날 것 같지만.”
무쓰코가 웃는다.
“하지만 그만큼 안전했다는 뜻이죠. 그러다 인간이 찾아왔고 인간이 데리고 온 개와 쥐들이 알을 먹어버리고..... 그러다 결국은 멸종하고 맙니다.”
소로리가 슬픈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본다.
지금도 목초지가 사막화되어 식물이 자라지 못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그 또한 인간이 과도하게 토지를 개간한 탓이다.
“목초지가 사막화돼버린 것도 도도를 사라지게 한 것도 우리 인간이군요.”
왠지 모를 미안한 기분이 들어 무쓰코는 고개를 떨구었다.
“도도는 아둔하고 날지 못하는 새지만 그 덕에 자기 페이스를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그런 삶의 방식을 찾고 싶다고, 이 가게를 운영하면서 생각하곤 합니다. 그래서 이 가게 이름을 카페 도도라고 지었고요.”

밤에만 열리는 카페 도도

시메노 나기 지음
더퀘스트 펴냄

읽었어요
40분 전
0
Lucy님의 프로필 이미지

Lucy

@lucyuayt

우나는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연속성과 의미를 추구할 테지만 지금처럼 행복한 순간들을 포착해 즐기기도 할 터였다. 세월이 어느 쪽으로 흘러가든 아예 흘러가지 못하게 막을 수는 없었다. 시간도 안전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아무리 좋은 일도 끝나기 마련이었다. 다만 주어진 시간을 마음껏 즐길 뿐이었다. 우나는 여전히 배우고 있었다.
리프할 때마다 그게 몇 년이든 중요한 누군가가 그녀의 삶에서 사라지게 될 터였다. 데일이든 매들린이든 켄지든. 매년 씁쓸하면서 달콤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분명 나쁜 날들도 있을 터였다. 그것도 늘. 하지만 그녀는 저마다 반짝반짝 빛나는 이 좋은 날들을 하나씩 모아 한데 엮을 터였다. 사방에 거울이 달린 방의 크리스마스 전구처럼 환하게 빛나도록.
“다시 안에 들어가서 네 기타 솜씨 좀 보여주지 그래? 보나마나 잘하겠지만.” 데일이 눈을 찡긋거리며 그녀를 위해 문을 열어주었다.
어쩌면 젊음은 젊은이들에게 소용없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젊은이들은 젊음을 제대로 쓰는 법을 알고 있을지도.

아웃 오브 오더

마가리타 몬티모어 지음
이덴슬리벨 펴냄

읽었어요
40분 전
0

Lucy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