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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많으니 그냥이라고 할 수밖에 (묘생 9회차 고양이의 인간 상담소)의 표지 이미지

이유가 많으니 그냥이라고 할 수밖에

을냥이 지음
스튜디오오드리 펴냄

자신을 보다듬어 주라는 이야기를 하는 수많은 책 중 하나.
페이스북 감성,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님
시간이 아깝네
2022년 9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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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ngnazo

사랑.. 뭘까?

p.63
도담이 코웃음 쳤다. 누군가는 사랑이 교통사도 같은 거라고 했다. 그래, 교통사고 낼 수도 있다 치자. 그런데 책임도 안지고 벌도 안 받으면 그건 뺑소니잖아.

p.100
도담에게 사랑은 급류와 같은 위험한 이름이었다. 휩쓸려 버리는 것이고,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것, 발가벗은 시체로 떠오르는 것, 다슬기가 온몸을 뒤덮는 것이다.
... 왜 사랑에 '빠진다'고 하는 걸까. 물에 빠지다. 늪에 빠지다. 함정에 빠지다. 절망에 빠지다. 빠진다는 건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p.136
그 큰힘이 아빠를 정신도 못 차리게 바보로 만들어 급류에 휩쓸리게 했나. 오직 사랑만이 최고라고 조금의 의심도 없이 말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사랑은 종교나 다름없었다. 언제나 사랑만이 답이라는 허술한 교리를 가진. 사람을 믿지 못하고 사랑을 믿지 않는 나 같은 사람은 사랑스럽지 않겠지. 도담도 모르는 건 아니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아끼고 위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고 그 모습이 아름답기까지 하다는 사실을. 그렇지만 도담에게는 하늘을 나는 빗자루만큼 현실과 먼 판타지처럼 느껴졌다.

p.194
... 관계를 흐릿하게 맺는 만큼 이별도 모호해지는 게 그의 방법이었다.

p.197
연애와 결혼이라는 형식이 자주 본질을 망친다고 했다...
"사랑이란 건 거대한 마케팅 같아요. 제가 보기엔 잘 포장된 욕망과 이기심인데. 자기들 멋대로 핑크빛으로, 하트 모양으로 정하고. 그게 장사가 되니까요. 사과 로고처럼."
"맞아요. 위대한 사랑 이야기라고 하는 '타이타닉'도 결국에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을 위해 대신 죽을 정도로 도취되었던 거 아닌가요? 그 둘이 살아남았으면 결국 '레볼루셔너리 로드'처럼 진절머리 나는 결혼 생활을 했을 걸요."

p.256
"지금 너는 행복이 두려운 거야."
해솔이 도담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도담의 눈을 바라봤다.
"도담아, 슬픔과 너무 가까이 지내면 슬픔에도 중독될 수 있어. 슬픔이 행복보다 익숙해지고 행복이 낯설어질 수 있어. 우리 그러지 말자. 미리 두려워하지 말고 모든 걸 다 겪자."

p.286 ❤️
"사랑에 빠진 거야?"
도담은 고개를 저었다. 이제 해솔에 대한 도담의 마음은 연애 감정으로 사랑에 빠지는 것과는 달랐다. 오히려 할머니의 사랑과 비슷할 것이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이 하는 사랑처럼 한 사람을 세상에서 가장 안쓰럽게 여기는 마음. 이건 한 때 끓고 식는 종류의 마음이 아니다. 남들이 뭐라고 부르든 상관없다. 도담은 그 어느 때보다 맑은 정신으로 다짐했다. 영원히 살 것처럼이 아니라,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해솔을 사랑하겠다고. 두 사람에게 어떤 고난이 닥쳐도 해솔과 다시는 헤어지지 않겠다고.
"난 빠진 게 아니라 사랑하기로 내가 선택한 거야."

p.289-290
그때 생각했어. 누군가 죽기 전에 떠오르는 사람을 향해 느끼는 감정. 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사랑이란 말을 발명한 것 같다고. 그 사람에게 한 단어로 할 수 있는 말을 위해 사랑한다는 말을 만든 것 같다고.
그때 깨달았어. 사랑한다는 말은 과거형은 힘이 없고 언제나 현재형이어야 한다는 걸.

2025.02.23 - 03.08

급류

정대건 지음
민음사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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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ngnazo

삶이란 고도를 기다리는 것.

당신에게 고도는 무엇인가?
나에겐 죽음 이다.

고도를 기다리며,
우리는 쉬이 지루함을 느끼고,
계속해서 무언가를 행하려 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웃고, 또 행복감을 느끼기도 하고
슬픔, 지루함, 놀람, 실망감 등 온갖 것들을 마주한다.

그래도,
우리는 고도를 기다려야 한다.

왜?
그냥.

..

고도가 오면 모든 것이 끝난다.

그래서 고도는 누구인가? 모른다.

고도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기다린다? 그렇다.

아니, 고도가 누구인지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도 기다린다고?
나는 그냥 집에 갈 걸세!

아니지, 고도를 기다려야지.

그렇지. 고도를 기다려야지.

그럼, 우리는 이제 무얼 해야하나?
춤을 추자. 생각을 하자. 운동도 하고 수다도 떨자.
어쩌면 나무에 목을 매달아 볼까.

아, 이제 해가 지는 걸까.
내일 다시 돌아오자.

그렇지만 고도를 기다려야지.
그래도 여기서 잠을 잘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지.
그렇지만 내일 다시 돌아오면 되는 걸.

그렇지.
자, 가자.

둘은 움직이지 않는다.

..
'이 모든 혼돈 속에서도 단 하나 확실한 게 있다면 그건 고도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

'우린 늘 이렇게 뭔가를 찾아내는 거야. 그래서 살아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되는구나.'

이야기는 그들에게 삶의 도구이며 위안이다.
나아가 살아 있음을 확인해 주며 그 끝은 죽음이다.

삶을 지배하는 것은 고통

..
베케트의 "유쾌한 허무주의"가 비극 속의 희극을, 동시에 희극 속의 비극을 만들어낸다.

베케트는 인간의 존재를 극히 가늘고 작은 것으로 축소시쿄 시간이 지나면서 먼지가 앉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인간의 존재를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축소시킬 수 없음을, 그 어떤 허약한 인간도 완전히 침묵시킬 수 없음을 증명하려 한다.

고도를 기다리며

사뮈엘 베케트 지음
민음사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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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ngnazo

죽음과 삶의 과정은
결국 하나의 끝나지 않는 문장
(그래서 마침표보다는 쉼표가
끊임없이 문장들을 끌고간다)

삶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죽음은 삶을 밀어내지 않는다.

페테르와 그는 그 자신이면서 동시에 아니기도 하다,
모든 것이 하나이며 서로 다르고,
하나이면서 정확히 바로,
그 자신이기도 하다.
(나는 삶과 죽음도 이와 같이 보았다.)
..

멜랑콜리아에서부터,
나는 침묵 속에서도 언어를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매료됐다.

그래서 이번에도 좋았다.

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문학동네 펴냄

3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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