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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었어요
표지로 읽고 싶은 책을 가르는 나에게 이 표지는 상당히 고전적으로 느껴져 읽기 꺼려졌다. 그런데 독서 모임에서 이 책을 추천받고 큐레이션을 들으며 혹했다. 당장 읽어봤다.
이런 분위기의 소설은 처음이라 떨떠름한 느낌이 강했다. 추천받을 때도 추천자의 첫 마디가 강렬했다. “이 책이 사랑에 대한 건데.. 좀 확실해요. 사랑하는 이가 죽자 그를 먹거든요.”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 “진짜 먹어요?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진짜로.. 먹어요?” 되물었을 정도다. ‘시대가 사랑하는 사람을 먹는 게 당연한 배경인 건가’ 진지하게 고민했을 정도로 참신한 충격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지만, 어떤 형태로든 떠나보내고 싶지 않아 선택한 방법이 놀라워서 한참을 가만히 멈춰 생각했다. 상대방을 먹는다. 머리카락부터 시작해서 손톱과 발톱, 불룩 솟아있던 성기, 손과 팔, 얼굴까지 전부. 사랑하고 사랑했던 진심 그 이상의 진심이기에 그를 먹었음을 기억한다. 배에 들어간 그는 이제 내 일부가 되었기에 살아갈 수 있다. 같이 살아가는 것이니까. 이건 미친 사랑이다.
읽으며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인지 정의할 수 있다. 지금 나는 사랑하는 연인이 없어 ‘이 정도로 상대를 사랑할 수 있을까’는 생각이 들지만, 사랑은 미친 짓이라고 하지 않는가? 사랑하는 이를 집 앞에서 기다리며 그가 어떻게 사는지 쓰레기통을 뜯어 내용물을 살펴보려고도 한다. 생각해보니 연락이 닿질 않아 애가 탄다면 그 정도의 미친 짓은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생각만. 죽기 딱 직전까지 사랑하는 이를 떠올린다. ‘내가 없으면 그는 어떻게 살아갈까.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안타깝게도 그는 연인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는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사랑이라니.
비슷한 느낌으론 전에 읽었던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가 떠올랐다. 비슷한 삼각관계. 짧았던 사랑의 반짝임. 비극적 결말. 삼박자가 딱 맞았다. 구의 증명이 핵심적 요소만 공략해 독자를 울린다면, 착한 스프는 조금 더 다양한 요소를 가미해 감정적 휩쓸림 소용돌이가 크다.
이 책은 꽤 노골적인 묘사로 이뤄진다. 사람을 뜯어먹는 것부터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성기, 가슴, 살결, 섹스 등. 그러나 절대 거북스럽지만은 않다. 자연스럽게 전개되는 이 책을 다 읽고 책을 덮는다면, 당신 역시 ‘구’와 ‘담’의 사랑 이야기에 가슴이 절절해질 것이다. 본인이 그들과 같은 사랑을 했다면 몰입이 더 잘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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