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의 흐름을 물건의 발견과 발명을 통해서 살펴본다.
누가 봐도 역사의 흐름을 크게 바꾸어 놓았을 것 같은 문자나 화약 같은 물건들부터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역사의 흐름을 크게 바꾼 삼각 돛과 같은 물건까지 이러한 물건들을 통해 역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말해준다.
생경한 물건들이 세계사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설명해주는 부분과 세계사의 흐름을 기술의 발전을 통해 개략적으로 바라본 것은 매우 좋았다. 총,균,쇠의 내용과 같이 생각하면 세계사를 바라보는 시야가 크게 넓어진다.
다만, 이 책에서 소개된 물건 대부분의 설명에서 개인적으로 부족함을 많이 느꼈고 예전에 읽었던 책과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 여러 가지를 더 알아냈는데 그 중 간단하게 몇 가지를 적어본다.
1. 화약
화약은 중국에서 처음 발명되었고 화약의 주재료로는 초석(질산 칼륨)이 필요하다.
공장에서 인위적인 화학합성을 통해 질산칼륨을 만들어 내기 전에는 질산칼륨을 얻기 위해 굉장히 까다롭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소량을 얻거나 자연 상태의 광산에서 채굴해야 했다.
질산 칼륨을 자연 상태에서 채굴할 수 있는 초석 광산은 지구상에 극도로 편중되어 있었다.
구대륙 기준으로 단 두 곳, 중국과 인도뿐이었다. 따라서 중국에서 화약이 발명된 것은 당연한 순치였다.
식민지 시대의 영국은 인도를 지배하여 초석 광산을 독점해 엄청난 군사력을 갖추었다.
후에 프리츠 하버에 의해 질소 화합물을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질소 비료를 만든 그 하버)
2. 삼각 돛
삼각 돛의 등장 이전에는 항해에 이용할 수 있는 바람은 오로지 순풍뿐이었다.
삼각 돛의 발명 덕분에 배는 역풍에서도 항해할 수 있게 되었다.
삼각 돛을 단 배는 역풍을 항해에 이용하여 역풍의 방향으로 직접적으로는 항해하지 못하였지만 비스듬하게 이동할 수 있었고 배는 지그재그로 움직이면서 바람을 거슬러 항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대서양의 횡단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신대륙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바람이 북쪽에서 불어올 때 정북 방향에서 동서로 45도 총 90도의 노고존을 제외한 270도의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다.
삼각 돛을 단 배는 돛의 각도를 조절할 수 있고 돛의 각도를 조절해 정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양력으로써 선체에 토크를 발생시킨다.
발생된 토크는 물속의 용골(keel)이 바닷물을 밀어내는 힘의 반작용력(바닷물이 배를 미는 힘)과 합쳐져서 알짜힘(합력)이 되고 그 결과 배는 바람과 비스듬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물은 공기보다 밀도가 훨씬 높은 유체이기 때문에 가능)
이러한 삼각 돛을 이용한 배는 바람의 속력의 3배까지도 속력을 낼 수 있다. (역풍이 10m/s 이면 배는 사선으로 30m/s 까지도 속력을 낼 수 있음, 기계적 동력 없이 바람의 힘만으로!!)
3. 란체스터의 법칙
전쟁 등의 무력충돌 상황에서 원거리 무기를 사용한 화력집중이 가능할 경우 군대의 무력은 병사수의 제곱에 비례한다.
고대나 중세 시대 백병전의 경우 군사의 수가 각각 A와 B라 가정할때, 무력충돌 후의 남는 인원수는 A-B (A>B)인 반면에, 원거리 무기를 통한 화력 집중이 가능한 경우
각각의 군대의 무력은 A^2 과 B^2이 되고 무력 충돌 후의 남는 인원수는 √(A^2-B^2)이 된다. (5:3의 경우 4:0이 된다.)
즉, 화약을 이용한 무기는 화력으로 인해 증대된 살상력과 거리라는 1차적인 이점 이외에도 화력집중이라는 2차적인 전술적 이점이 있다.
란체스터의 법칙은 원거리 공격을 추축으로 한 다른 문명들이 운용했던 군대에도 어느 정도의 전술적 이점을 가져다주었을 것이다. (화약을 사용한 무기만큼은 아니더라도)
낙타를 타고 단궁을 사용했던 이슬람 제국 유목민들의 군대, 칭기즈 칸과 몽골제국의 기마 궁수 등... (각각 단봉낙타와 기마도구의 발전과 함께 제국을 형성)
가축을 이용한 기동성과 원거리 공격능력에 화력의 집중까지 더해진 엄청난 무력의 군대를 운용하며 제국을 형성했다.
이 외에도 도시의 탄생이나 관개시설의 발전, 기마술과 기마 도구, 급속냉동 기술의 발달 등.... 다양한 물건들의 발명,발전과 함께 세계사의 흐름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설명해준다.
물건으로 읽는 세계사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현대지성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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