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이불 속에서 읽기 좋은 책. 하루키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수많은 단편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ㅡ도넛화ㅡ 라는 편.
도넛화된 인간의 중심을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고민했다. 어떠한 것의 상실일지, 새로 무언갈 채울 수 있는 공간일지. 하루키도 정답을 내려주진 않는다. 작가의 “양을 쫒는 모험”이라는 다른 책에 도넛이 잠깐 언급되는데, 거기서도 하루키는 도넛의 구멍을 공백 혹은 존재로 받아들이는 건 어디까지나 형이상학적인 문제이고, 그 때문에 도넛의 맛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