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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인문학강의를 통해 알게 된 책이다. 이 책을 쓴 정혜윤작가는 CBS 라디오PD로 저자강의를 통해 관심분야에 대한 열정을 볼 수 있었다.
이 책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메모하는 방법, 메모의 이로움 등이 쓰여진 책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작가의 메모에 대한 생각과 메모에서 시작된 생각과 글이 쓰여있었다.
다른 내용들은 읽고 말았지만 마지막 부분 일본전쟁의 전범재판에 대해서는 정말 충격이었다. 전혀 모르고 있었던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뒤늦게 접한 것 같아 얼굴이 화끈해졌다.
P.142 나는 당신을 위해서 메모합니다.
P.152 전쟁재판의 결과 일본은 스스로의 힘으로는 단 한 번도 전쟁 책임을 지지 않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아시아인들에게 저지른 갖가지 범죄는 쉽사리 잊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죽음이지 그들이 죽인 자들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자신들이 받은 고통이지 자신들이 준 고통이 아니었다.
P.153 1945년 10월부터 1951년 4월까지 동남아시아 곳곳에서 50건이 넘는 B.C급 전범재판이 열렸지만 어떤 법정에도 조선인 판사, 조선인 검사는 없었다. 조선인들은 일본인으로 재판을 받았고 기소 이유의 대부분은 포로에 관한 제네바협약 위반과 관련이 있었다. / 세계 그 어디에도 그들의 운명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이 살 길을 고민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의 고국은 스스로도 갈 길이 복잡한 신생 독립국이었다. / 나치에 붙잡힌 영미 포로의 사망률은 4퍼센트, 일본군에 잡힌 포로 사망률은 27.5퍼센트였다. 이러한 피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조선인 포로감시원들이었다.
P.154 조선인 전범 백마흔아홉 명 중 스물세 명은 조국을 해방시킨 연합군에 의해 사형당했다. 그동안 천황, 731부대 책임자, 강제징용의 기획자 누구지도 전범 명단에 오르지 않았다. 역사 속에서 철저히 혼자였던 그들은 당시 역사가 필요로했던 것, 정의실현을 위한 엑스트라 역할을 하다가 죽은 뒤 이내 역사의 쓰레기통 속으로, 망각 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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