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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엘레나 페란테 지음
한길사 펴냄
대학교 3학년 1학기를 나와 함께한 책과 작별할 시간이 왔다.
내 삶을 살아가는 것보단 책을 읽는 게 더 쉬웠다. 문제를 마주할 때마다 답을 찾기 위해 책 속으로 도피했다. 내가 살아온 나이까지는 이 책과 내 기억이 포개어지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렇게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레누이자 릴라였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하나씩 배역을 주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허물어질 만큼 흡입력 있는 책이었다.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나니까 눈물이 났다. 딱히 눈물을 짜 내는 장면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책 속 인물들의 인생과 함께 내 인생도 같이 끝난 것만 같았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소설을 읽는 일은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보통은 한번 밖에 살 수 없는 인생을 책을 통해 여러 번 살 수 있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책을 통해 그들의 인생을 살아보고 나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영원한 것도, 완전한 것도 없다는 것이다. 릴라가 경험한 경계의 해체야말로 사물의 본질이 아닐까? 지진처럼 인생을 뒤흔들어 놓는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결국 모든 것은 흘러가고, 변하고야 만다. 그 점이 내게 위안을 주었다. 그들의 인생에서 내 인생을 떼어 놓고, 나만의 이야기를 써갈 용기가 생겼다.
이토록 눈부신 친구들을 만나게 해준 플라이북이 정말 고맙다.
👍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
추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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