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Belle님의 프로필 이미지

La Belle

@labelle

+ 팔로우
원통 안의 소녀의 표지 이미지

원통 안의 소녀

김초엽 지음
창비 펴냄

첨단 나노 기술을 통해 미세 먼지를 정화하고 기상을 통제하는 미래 도시. 하지만 주인공 지유는 나노 입자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 투명한 플라스틱 원통 안에 갇혀 돌아다닌다. 그런 지유에게 어느 날 노아라는 아이가 말을 걸어온다. <원통 안의 소녀>는 자유를 꿈꾸는 두 아이의 이야기이다.

초등학생 때 과학 대회에서 흔히 하는 미래 도시 그려보기가 생각이 났다. 많은 아이들이 날아가는 자동차나 화려한 해저도시 등 지금보다 발전되고 세련된 미래를 생각하고 그린다. 하지만 화려함 속에는 언제나 이면이 있기 마련이다. 김초엽은 그런 이면을 그려냈다. 지유는 과학이 발전된 도시에서도 소속감을 갖지 못한다. 로봇이 정화해주는 공기를 맡지 못하고 자신 혼자 원통 안에 갇혀 다른 사람들과 단절돼있기 때문이다. 그런 지유에게 도시를 통제하는 노아라는 존재는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노아는 도시 사람들과 도시를 지켜보지만 도시 속에 스며들지 않기 때문이다. 노아의 정체를 알고나서도 마찬가지다. 동정보다 차라리 특이함을 바라는 지유의 모습과 탈출하고 싶어하는 노아의 모습이 슬프게 느껴졌다.

김초엽은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미래 세계도 좋지만, 그보다 아무도 외롭지 않은 미래를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 라고 말한다. 미세 먼지를 정화해주는 편리한 로봇, 태풍 같은 기상 재난을 제어할 수 있는 세상. 물론 편하겠지만 그 속에서도 누군가는 이에 어울리지 못하고 지유처럼 단절되고 외로움을 느낀다면 슬플 거 같다. 지유 같은 존재가 소설 속 미래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도 당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더 슬퍼졌다.
2022년 5월 4일
0

La Belle님의 다른 게시물

La Belle님의 프로필 이미지

La Belle

@labelle

갑작스레 닥친 대폭우로 인해 빗물이 들어차는 건물에 고립된 두 여성 스포츠인이 생존을 위해 연대하는 이야기 -프로듀서의 말-

두 아마추어 스포츠인의 주 종목이 수영과 달리기라는 것, 서로가 서로의 종목을 잘하지 못하고 두려워한다는 것, 한 사람은 강아지와 애틋한 기억이 있고 한 사람은 강아지와 두려운 기억이 있다는 것. 하나부터 열까지가 전부 다른 두 명의 조합이 너무 너무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그런 둘이 의기투합해 위기를 헤쳐나간다는 것까지도!

전력 질주

강민영 지음
안전가옥 펴냄

2023년 7월 1일
0
La Belle님의 프로필 이미지

La Belle

@labelle

“누가 선샤인을 죽였는가” 라는 whodunit으로 볼 수 있지만, 읽어보면 범인은 중요하지 않다

이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자리한 “제도”들과 그 제도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조명한다. 학교 내 계급을 나누고 높은 계급에서 올라가려, 내려가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아이들. 학생의 실력보다 가족의 자본이 더 우선이 되어 그 계급을 좌우한다. 나뉘어진 계급을 당연스레 여기며 밑의 계급을 낮추어 보고, 공공연하게 학교폭력도 일어나는 행태가 변질된 무아교에선 일어나고 있다. 이런 일들이 무아교에만 일어나는 일일까? 조금 과장된 형태지만, 이런 일은 현실 속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옳지 않은 계급주의가 천천히 우리들의 머릿속을 잠식하고 있다.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소설 속에서 또 하나 중요한 키워드는 “진실“이다. 사람들은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그것보다 더 큰 사건으로, 더 자극적으로 조작된 이야기들로 잊어버린다. 판도라를 상자를 연 여자로만 기억하듯이, 사람들은 누군가가 조작한 형태로 죽은 선샤인을 기억한다. 그들에게 선샤인의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껍데기이자, 포장지, 물고뜯을 가십거리일 뿐이다.
이는 결말까지 이어지며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단단히 한다. 4년의 시간이 흐른 뒤, 선장은 그 사건의 전말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그게 뭐 중요한가”라는 말로 통칭한다. 여기서 한 번 자문해본다. 사과의 속은 무슨 색이었을까.

선샤인의 완벽한 죽음

범유진 (지은이) 지음
안전가옥 펴냄

2023년 4월 16일
0
La Belle님의 프로필 이미지

La Belle

@labelle

스스로를 Bad(부족한, 완벽하게 훌륭하지 못한) Feminist라고 칭한 저자의 페미니즘 이슈에 대한 생각을 담은 에세이

저자는 본인이 즐겨 듣는 노래 가사 속 여성혐오적 표현들이나 tv 드라마 속 만연하게 보이는 강간 소재 등 우리 일상 속 퍼져있는 미소지니들을 지적하기도 하고, 학창시절 당한 성폭행이나 다이어트 캠프같은 실제 본인의 경험들을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소설•영화 <헝거게임>의 당찬 주인공 캣니스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비판하기도 한다. 여러 작품들과 사건들을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바라본 글을 읽으며 다르게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운 것 같았다.

후반부에는 흑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여러 영화들을 비판했는데, 특히 <헬프>가 가장 의외였다. 보지는 않았지만 유명해서 알고 있었고 좋은 의의를 가진 잘 만든 영화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흑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그 영화는 비판투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흑인 인권을 위해 투쟁한 사람은 흑인인데 보통 영화는 백인 주인공이 활약하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헤어스프레이>도 마찬가진데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헬프>말고도 책에서 설명된 여러 영화들이 이같은 비판점이 있었고, 동양인인 내가 이때까지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점들을 흑인 입장에서 어땠을지를 생각해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팟캐스트나 친구들한테서 좋은 말만 들었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역시 <장고>라는 작품을 흑인 입장에서 고려하며 만들지 않았고, 반대로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라는 작품은 책을 읽으며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록산 게이가 여성혐오적인 가사를 쓰는 에미넴의 노래를 즐겨 듣고, 핑크색을 좋아하고, 출산에 긍정적인 의견이라고 할지언정 그녀는 성폭행 기사에 분노하고, 여러 여성 드라마를 보며 좋은 점과 비판거리를 이야기하고, 여성과 남성이 평등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핑크색을 좋아하고, 외출할 때 화장을 하지 않으면 얼굴을 못 들고, 매일 매일 내 몸을 보며 다이어트 생각을 하지만 한국의 아이돌 산업이 기괴하다고 생각하고, 여러 미디어를 보며 옳지 않은 점을 찾아내려한다. 완벽한 페미니스트가 되려하지 않고 또 완벽하지 않음에 자책하기보단 있는 그대로를 좋아하고 인정하는,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노력하는 자세가 더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나쁜 페미니스트

록산 게이 지음
사이행성 펴냄

2022년 12월 20일
0

La Belle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