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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 헤이그 (지은이), 노진선 (옮긴이) 지음
인플루엔셜(주) 펴냄

읽고있어요
"전 행복해요"
"아니, 그렇지 않아."
닐의 말이 맞았다. 그녀 안에서는 자괴감이 곪아 터졌다. 마음은 계속 토하고 있었다. 노라는 더 활짝 웃었다. (23)

금빛 단발머리에 태닝 로션을 발라 피부가 가무잡잡한 여자는 만족스럽고 태평하고 느긋해 보였다. 노라로서는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상태였다. (31)

어쩌면 그냥 그녀가 사는 데 젬병인지도 모른다. (34)

노라는 땅이 벌어지며 자신이 떨어지는 모습을 상상했다. 암석권을 통과하고 맨틀을 지나 계속 떨어지다가 마침내 내핵에 도달해 아무 감정도 없는 단단한 광물로 압축되는 모습을. (36)

그걸로 끝이었다. 이제 아무도 그녀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 우주에서 불필요한 존재였다. (37)

죽기로 결심하기 세 시간 전, 노라의 온몸이 후회로 욱신거렸다. 마치 마음속 절망이 상반식을 거쳐 사지까지 퍼진듯이. 몸 구석구석까지 점령한 듯이.
자신이 사라지는 편이 모두에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든 블랙홀 근처에 가면 중력에 의해 그 안의 황량하고 어두운 현실로 빠져버리는 법이다.
생각은 멈추지 않는 마음의 경련 같다. 너무 불편해서 참을 수 없지만 무시하기에는 너무 강력하다. (38)

그녀가 둔 모든 수는 실수였고, 모든 결정은 재앙이었으며, 매일 자신이 상상했던 모습에서 한 걸음씩 멀어졌다.
수영 선수. 뮤지션. 철학가. 배우자. 여행가. 빙하학자. 행복하고 사랑받는 사람.
그중 어느 것도 되지 못했다.
심지어 '고양이 주인'이라는 역할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혹은 '일주일에 한 시간짜리 피아노 레슨 선생님'도. 혹은 '대화가 가능한 인간'도. (39)

"네가 죽음에게 가는 게 아니야. 죽음이 널 찾아와야 해."
보아하니 노라는 죽는 것도 제대로 못 한 듯했다.
익숙한 감정이 밀려왔다. 모든 면에서 자신이 불완전하다는 느낌이었다. 미완성된 인간 퍼즐. 불완전한 삶과 불완전한 죽음. (50)

댄이 웃었다. 노라는 그 웃음소리가 기억났지만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둘이 사귈 때 댄이 상대를 비하하는 농담, 특히 노라를 상대로 그런 농담을 자주 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당니 노라는 그의 그런 면을 그냥 넘기려 했다. 댄에개슨 장점이 훨씬 많았다. 아픈 노라의 엄마에게 극진히 대했고, 어떤 주제에 관해서든 편안히 이야기할 수 있었고, 미래에 대한 꿈으로 가득 찼으며, 매력적이고 함께 있으면 편안했다. 또한 예술을 열렬히 사랑했고, 길에서 노숙자를 보면 늘 걸음을 멈추고 얘기를 나눴다. 세상에 관심을 가졌다. 사람은 도시와 같아서 마음에 덜 드는 부분이 몇 개 있다고 해서 전체를 거부할 순 없다. 위험해 보이는 골목길이나 교외 등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을지라도 다른 장점이 그 도시를 가치 있게 만들어준다.
댄은 짜증 나는 팟캐스트를 많이 들었는데 노라도 함께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노라의 신경에 거슬리게 웃어댔으며, 가글할 때 유달리 큰 소리를 냈다. 잘 때는 이불을 독차지했고, 예술과 영화, 음악 이야기를 할 때 가끔씩 거만하게 굴기는 했지만 크게 잘못된 구석은 없었다. 이제 생각해보니 댄은 그녀의 음악 활동을 지지해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75)

"살다 보면 더 쉬운 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죠." 처음으로 무언가를 깨닫고 노라가 말했다. "하지만 아마 쉬운 길은 없을 거예요. 그냥 여러 길이 있을 뿐이죠. 전 결혼한 삶을 살았을 수 있어요. 가게에서 일하는 삶을 살았을 수도 있고요. 함께 커피를 마시자는 귀여운 남자의 제안을 수락했을 수도 있죠. 북극권 한계선에서 빙하를 연구하면서 살았을 수도 있고, 올림픽 수영 메달리스트가 됐을 수도 있어요. 누가 알겠어요? 매일 매 순간 우리는 새로운 우주로 들어가요. 자신을 타인 그리고 또 다른 자신과 비교하며 삶이 달라지기를 바라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죠. 사실 대부분의 삶에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이 공존하는데 말이에요."

"삶에는 어떤 패턴이…… 리듬이 있어요. 한 삶에만 갇혀 있는 동안에는 슬픔이나 비극 혹은 실패나 두려움이 그 삶을 산 결과라고 생각하기 쉽죠. 그런 것들은 단순히 삶의 부산물일 뿐인데 우리는 그게 특정한 방식으로 살았기 때문억 생겨났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슬픔이 없는 삶은 없다는 걸 이해하면 사는 게 훨씬 쉬워질 거예요. 슬픔은 본질적으로 행복의 일부라는 사실도요. 슬픔 없이 행복을 얻을 수는 없어요. 물론 사람마다 그 정도와 양이 다르긴 하겠죠. 하지만 영원히 순수한 행복에만 머물 수 있는 삶은 없어요. 그런 삶이 있다고 생각하면, 현재의 삶이 더 불행하게 느꺼질 뿐이죠." (258)

"전 그냥 삶을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노라가 부루퉁하게 말했다.
"삶을 이해할 필요 없다. 그냥 살면 돼." (312)

"우린 감각을 통해 인식하는 것만 알아.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은 결국 그것에 대한 우리의 인식일 뿐이야. '중요한 건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지." (313)

원래 삶을 돌이켜볼 때 가장 근본적인 문제, 노라가 정말로 힘들었던 이유는 사랑의 부재였다. 심지어 그 삶에서는 오빠마저 그녀를 버렸다. 볼츠가 죽은 뒤로는 노라 곁에 아무도 없었다.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녀를 사랑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녀는 텅 빈 껍데기였다. 그녀의 삶은 텅 빈 껍데기였다. 그녀는 지각 능력이 있는, 체념한 마네킹처럼 정상적인 인간 흉내를 내며 돌아다녔다. 간신히 하루하루를 버텨낼 뿐이었다.
하지만 그날, 칙칙한 잿빛 하늘 아래 케임브리지에 있는 집 정원에서 노라는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의 무시무시한 힘을 느꼈다. 이번 삶에서도 부모님은 돌아가셨지만 그녀에게는 몰리가 있었고, 애쉬가 있었고, 조가
있었다. 그녀가 추락하지 않게 받쳐주는 사랑의 그물망이 있었다. (353)
2022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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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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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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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심하게도 벤을 다시 만나고 싶었다. 그가 안아주면 엉엉 울고 싶었다. 그의 팔이 내 팔처럼 친숙했으니까.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고, 그 죄를 들킬까봐 두려움에 떠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섬세하게 드러나 긴장을 더했다. 속도감 있게 읽혀 좋았지만 결말이 좀 아쉬웠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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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 바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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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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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파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 내 인생의 여섯 달을 함께 보내다가, 차라리 내가 죽은 꼴을 보는 쪽이 낫겠다고 판단한 여자가 보낸 편지는 그렇게 시작했다. "사람이 그렇게 자신을 인식하지 못하면서 동사에 그렇게 자신에게 강박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 말이야. 너는 나를 사랑한다고 했지만, 나르시시스트는 자기밖에 사랑할 수 없어. 나도 남자들이 대부분 소통의 실마리를 잘 찾지 못한다는 것을 알지만, 너의 무능력은 짜증날 정도로 특별했어. … 나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는 이기주의자, 자기 귓불보다 멀리 있는 어떤 것에도 공감을 하기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나는 너무 긴 시간을 낭비했어……."(11)

자신의 전기를 수많은 서로 다른 관으로 흘려보내는데, 그것을 듣는 사람들은 잠깐 귀를 기울이다가 어깨를 두드려주며 자기 삶으로 돌아가곤 한다. 타인의 공감을 얻는 것은 그들이 직장에서 해야 할 여러 일들 때문에 제약을 받았고, 결국 할아버지는 상자에 담긴 빛바랜 편지, 가족 앨범에 담긴 설명도 없는 사진, 두 아들과 휠체어를 타고 장례식에 나타난 몇몇 친구들에게 들려준 일화 속에 자신의 단편들을 되는 대로 흩뿌려놓은 채 숨을 거두었다. (16)

인간의 이해와 소통에 희망을 품었음직한 프로이트조차 말년에 인터뷰 자리에서 자신은 아무 불평할 것이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70년 넘게 살았다. 먹을 것은 충분했다. 많은 것을 누렸다. 한두 번은 나를 거의 이해하는 인간을 만나기도 했다. 그 이상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17)

키스 앤 텔

알랭 드 보통 지음
은행나무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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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달한 로맨스가 필요할 때 추천!
2022년 1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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