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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모든
세오 마이코 (지은이), 김난주 (옮긴이) 지음
왼쪽주머니 펴냄
읽었어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네’인지 ‘아니요’인지 분명하게 전할 수 있어야지.”
얌전했던 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런 소리를 자주 들었다.
중학교에는 상담 선생님이 있었다.
“무리를 하니까 힘든 거야. 평소에 조금씩이라도 자기 의견을 드러내도록 해.”
그 선생님도 그렇게 조언했다.
참는 건 아니라고 하자, 선생님은
“아주 작은 일이라도 좋으니까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말로 꺼내보자.”
라고 했다.
고등학교 때 찾아간 산부인과 의사도 비슷한 말을 했다. 참는 건 좋지 않다. 주위 사람들 눈치를 보지 마라.
많은 사람들이 엇비슷한 말을 해 주었지만, 나의 내면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아무도 나를 보고 있지 않다. 사람들 눈을 일일이 의식하는 것은 자의식 과잉이다. 그렇게 알고는 있어도,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여길지 염려되어 언행이 어색해진다. 그래도 어른이 되면서 상황을 원활하게 이끌어 가기 위한 말이 입에서 나오고 행동도 다소 명랑해졌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다. 어쩌면 내 안에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생각도 의견도 없는지 모른다.
“그래, 아, 이건 모두에겐 비밀이야. 무좀이라는 거 알려지면 싫어할 수도 있잖아.”
“무좀..... 아, 네, 그러니까 무좀....이군요.”
그렇게 심각하지 않은 병명에 나는 맥이 풀렸다.
“미안, 미안해. 후지사와 씨나 야마조에 씨가 앓고 있는 병과 무좀을 비교하다니, 말이 안 되지.”
“아니에요.”
“두 사람만큼 힘겹지는 않아도, 히라니시 씨는 머리숱이 적은 걸 한탄하고 있고, 스즈키 씨는 요통이 있고, 스미카와 씨는 1년 내내 어깨가 아프다고 하고, 심신이 모두 건강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사장이 그렇게 말하고는 어깨를 으쓱 추어올렸다.
“그렇네요. 음, 무좀도 참기 어려울 것 같아요.”
내가 그렇게 대꾸하자, 사장은 “후지사와 씨다운 말이군.” 하며 웃었다.
“벌써 오래되어서 사이좋게 지내고 있어. 마누라에게도 말을 안 했는데, 그게 눈치를 챈 모양이야. 양말에 숯을 넣기도 하고 슬리퍼를 자주 말리는 걸 보면.”
“그렇군요.”
“마누라야 옮고 싶지 않으니까 그러는 거겠지만, 그렇게 신경을 써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어서 마음은 편해. 야마조에 씨도 그렇지 않을까.”
3
Lucy님의 인생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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