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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지은이), 정지인 (옮긴이) 지음
곰출판 펴냄
너무 오랫동안 책을 읽지 않았다. 처음 이 책을 추천하는 말을 들었을 때도 그저 나중에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어딘가 적어두고 떠올리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친구가 이 책을 읽으며 다른 이들과 감상을 나누고 싶다고 하자 문득 궁금해졌다. 그 어떤 내용도 모르는 채로 읽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해서, 후기는 물론 책 표지도 제대로 안 보고 이북을 결제했다. 그리고 다 읽은 지금은… 내가 뭘 본 건지 잘 모르겠다.
혹시나 이 책을 읽을 예정이라면 나처럼 어떠한 예고편 없이 곧장 읽는 것을 추천한다. 이어지는 글은 물론 출판사의 책 소개도 읽지 않는 편이 더 좋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이 책이 너무 좋다고 소문내고 다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좋았던 부분은 매우 좋았고 그 외 어떤 부분은 그저 그랬다. 분명 순간순간 나타나는 문장이 좋아서 소름돋은 팔로 필사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대단히 새롭거나 신선하거나 생각치 못한 반전의 결말이라거나 하는 종류의 ‘좋음’은 아니었다.
내용을 전혀 짐작하지 못하고 읽는 것이 좋다보니 어떤 말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내가 과학, 특히 생물학에 전혀 관심이 없어 덜 재미있게 느꼈을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애초에 다윈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당연한 거지만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서 더 쉽게 흥미를 느끼니 말이다.
주인공 아빠가 하는 말이 전체적으로 마음에 남았다. 좋고 싫음의 문제는 아니고, 그냥 내가 평소 종종 생각했던 것과 같은 결이라서 그랬다. 주인공의 마음이 단단한 정도가 달라지는 부분은 좋았다. 인간은 아무것도 아닌 일로 넘어지고, 일어나고, 다시 넘어지고, 그 상태로 잠에 들었다가, 언젠가 다시 깨어나 설 수 있다는 믿음을 준다. 아, 초반에 등장한 ‘혼돈’이라는 단어가 너무 좋았다. 정확한 뜻의 범위가 없고 때에 따라 무엇이든 되고, 또한 무엇도 되지 않는 단어를 사랑한다. 혼돈이 그렇고 고결, 신뢰, 성장 같은 글자들이 그렇다.
이북으로 읽어 정확한 페이지를 표시하지 못하지만, 좋았던 문장 몇 개를 적는다.
“나 자신에 대해 가당치 않게 커다란 믿음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자기가 하는 일이 효과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전혀 없을 때에도 자신을 던지며 계속 나아가는 것은, 바보의 표지가 아니라 승리자의 표지가 아닐까 생각했다.”
“혼돈은 우리의 그 무엇에도 관심이 없다. 우리의 꿈, 우리의 의도, 우리의 가장 고결한 행동도. 절대 잊지 마라.” … “넌 중요하지 않아. 그러니 너 좋을 대로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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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님의 인생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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