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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부신 친구 (나폴리 4부작 1)의 표지 이미지

나의 눈부신 친구

엘레나 페란테 (지은이), 김지우 (옮긴이) 지음
한길사 펴냄

1950년대 나폴리라는 시공간적으로 먼 곳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됨에도 불구하고 매우 몰입해서 읽은 이야기였다. 외모도, 춤도, 공부도, 리더십도… 모든 방면에서 ‘나’보다 범접할 수 없이 뛰어난 ‘릴라’에 내가 동경해 왔던 친구들의 모습을 덧씌워 읽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릴라는 방향은 달라지더라도 항상 자신만의 완벽을 향해 가는 아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나’가 그녀를 한번이라도 앞서기를 바랐다. 하지만 릴라가 “이제 다시는 네가 쓴 글을 읽고 싶지 않아.” “나를 아프게 하니까.”라며 웃음을 터트린 순간, ‘내’가 릴라에게 가졌던 감정이 우정이나 경쟁심이라는 한 단어로 간단히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릴라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으리라는 것도.

내가 가지지 못한 친구의 모습이 너무 부러워서 파멸하기를 바라면서도, 그 마음에 죄책감을 느끼고, 빛나는 그 아이를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경외하며 부서지지 않기를 원하는 마음.

그래서 이 책이 좋았다. 친구이자 우상인 내 인생의 ‘릴라’들에게 가졌던 오묘했던 마음을 풀어서 설명해준 기분이라서. ‘우정’이라는 단어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숨겨두었던 복합적인 감정들을 다시 꺼내 볼 수 있게 해줘서.
2022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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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올님의 고흐 씨, 시 읽어 줄까요 게시물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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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올님의 고흐 씨, 시 읽어 줄까요 게시물 이미지
고등학생땐 시를 참 좋아했었다. 평가원 국어시험이 작품을 소개시켜주는 재밌는 시간으로 느껴졌을 정도였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좋은 시를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이 참 반가웠다. 명화와 함께 시를 읽으니 두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아지는 것 같았다. 작품을 설명해 주시는 이운진 시인님의 문장도 정말 아름다웠다.

이 책을 책장 한켠에 꽂아놓고, 흘러가버린 시간을 그림과 시 속에서 찾고 싶어질 때 다시 펼쳐보고 싶다.

고흐 씨, 시 읽어 줄까요

이운진 지음
사계절 펴냄

👍 힐링이 필요할 때 추천!
2022년 6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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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올님의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게시물 이미지
4부작 중에서 제일 읽기 버거웠던 책

이 책을 덮고 나서 자기도 모르게 "미X년..."이라고 중얼거렸다는 서평을 어디서 봤었는데 정말 공감한다.
그래도 완독한 지금 생각해보면 인생에서 좋은 선택만 할 순 없다는 걸, 특히 나이를 먹을수록 더 그렇다는 걸 표현하려던 걸까 싶다.

4편에서 릴라의 말을 빌려 "모든 사람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올바른 말을 하고, 모든 일에는 그에 따른 결과가 있고, 호감과 비호감,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나오고 마지막에는 반드시 위안을 받게 되는 것은 형편없는 소설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야."라고 한 것처럼.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엘레나 페란테 (지은이), 김지우 (옮긴이) 지음
한길사 펴냄

2022년 6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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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올님의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게시물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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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3학년 1학기를 나와 함께한 책과 작별할 시간이 왔다.

내 삶을 살아가는 것보단 책을 읽는 게 더 쉬웠다. 문제를 마주할 때마다 답을 찾기 위해 책 속으로 도피했다. 내가 살아온 나이까지는 이 책과 내 기억이 포개어지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렇게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레누이자 릴라였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하나씩 배역을 주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허물어질 만큼 흡입력 있는 책이었다.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나니까 눈물이 났다. 딱히 눈물을 짜 내는 장면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책 속 인물들의 인생과 함께 내 인생도 같이 끝난 것만 같았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소설을 읽는 일은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보통은 한번 밖에 살 수 없는 인생을 책을 통해 여러 번 살 수 있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책을 통해 그들의 인생을 살아보고 나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영원한 것도, 완전한 것도 없다는 것이다. 릴라가 경험한 경계의 해체야말로 사물의 본질이 아닐까? 지진처럼 인생을 뒤흔들어 놓는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결국 모든 것은 흘러가고, 변하고야 만다. 그 점이 내게 위안을 주었다. 그들의 인생에서 내 인생을 떼어 놓고, 나만의 이야기를 써갈 용기가 생겼다.

이토록 눈부신 친구들을 만나게 해준 플라이북이 정말 고맙다.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엘레나 페란테 지음
한길사 펴냄

👍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 추천!
2022년 6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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