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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te Running 나는 달리기가 싫어

브렌던 레너드 (지은이), 김효정 (옮긴이) 지음
좋은생각 펴냄

당신이 이겨야 할 유일한 상대는 '너 따위가 무슨 러너'냐고 비아냥대는 당신 머릿속 목소리다. (P.62)

“나는 달리기가 싫어♥” 뭐냐. 이 반어법적인 제목은!
이게 내가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느낀 감정이다. 그런데 그 뜻은 완전히 이해가 되었다. 운동을 몹시나 싫어하면서도 머리가 복잡할 땐 조깅을 하는 나의 모순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그런데 이 책을 순식간에 다 읽고 덮으면서 생각했다. “와, 이 사람 뭐지? 글 왜 이렇게 잘 써?”

자. 이 책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달리고 싫지만 달리기 싫은 사람을 위한 애증의 러닝 가이드”임과 동시에 “하루하루 삶을 성실히 살아가야 할 우리를 위한 가이드”라고 말해주고 싶다. 맞다. 이 책은 달리는 습관을 잘 기르기 위한 책인 것과 동시에 지속 가능한 자신의 규칙을 만들고, 그것을 성실히 이행하는 그 모든 것들에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다.

싫다면서 하트를 박아놓은 표지처럼, 이 책은 일단 “예쁘다”. 읽는 내내 삽입된 표들이 너무 예뻐서 읽으면서도 기분이 좋더라. 그리고 내용도 너무 쉽게 잘 풀어져 있어서 이 책을 덮을 무렵엔 나도 그럴듯한 러너가 될 수 있을 듯한 강력한 느낌까지 들었다. “속도를 내는 것보다 멈추지 않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P.40)”는 말에서 위로를 얻기도 했고, 주말 새벽 아이와 남편이 자는 틈을 타 동네를 달리(걸으)며 봄을 만끽하기도 했다.


우리는 예로부터 열심히 노력한 끝에 보상을 얻는다고 여겼다. 분명 맞는 말이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보상 일부는 노력하는 과정 중에 얻을 수 있다. (P.128~129)

사실 나는 디스크환자다. 디스크가 증세가 심한 시즌에는 앉지도 못해서 서서 일을 하며, 사무실에서 혼자 꺼이꺼이 울었다. 그러고 서서 보고서를 살피고 있는 내가 너무 싫었기 때문이다. (다시는 제대로 걷지 못할까 봐 겁이 나기도 했고) 휴직을 하고, 거짓말처럼 상태가 호전되었고, 요즘의 나는 다시 걷는다. 그리고 아주 가끔 뛰기도 한다. 노력의 의미를 찾고 고통을 견딜 가치가 있다는 확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P.69)는 작가의 말은 천천히 걸어도 된다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 다시 잘 뛸 수 있다는 말로 들려 많은 위로가 되었다.

당신이 3등이건 3천 등이건 개의치 않는다. 당신이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들은 열광할 것이다. (P.102)

맞다. 내가 몇 등을 하는지 사실 중요하지 않다. 내가 얼마나 빠르게 뛰는지, 또 얼마나 많이 뛰는 지도 마찬가지다. 그저 내가 나만의 속도로 잘 걷고, 달리고 있는 것. 내가 나의 한계를 딛고 일어서는 것 그것만이 중요할 뿐이다.

오늘 당신의 하루가 힘들었다면 일단 걷든 뛰어보라. 숨이 턱턱 막히면 힘든 게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때, 조금 달콤한 음료수 한잔을 마시도록. 세상 행복해질 테니 말이다. 때로는 타인이 주는 위로보다 나 스스로가 주는 단맛의 위로가 더 클 때가 있음을, 달리기를 통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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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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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죽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겠지만, 이미 여러 차례 전쟁터에 나갔다가 살아 돌아왔으니 그 무엇도 당신을 건드리거나 무너뜨릴 수 없다. 따라서 당신이 또 간발의 차로 버스를 놓쳐도 자포자기하거나 큰 소리로 불평을 늘어놓기는커녕,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다. 평소처럼 정류장 벤치에 앉아 가방에서 책을 한 권 꺼낼 뿐이다. 그렇게 꾹 참았다가 두 시간 후, 마침내 집에 도착하면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소리를 지를 것이다. (p. 129)

나는 바로 그 순간부터 구아시마라가 싫어졌고, 앞으로 그녀가 무슨 말을 하든, 무슨 행동을 하든, 절대 내 마음에 들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당신의 인생 이야기는 네 부분으로 나눠질 거예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태어나고, 자라고, 일하고 일하다. 죽겠죠. 끝. (p. 522)

『짜증 나니까 퇴근할게요』. 제목부터 직장인들의 심금을 울린다. 사실 나는 오늘 이 문장을 10번쯤 떠올렸다. 정신 나간(과격하지만 지금의 솔직한 마음이다) 상사들 몇이 결정하지 못한 사소한 문제를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걸어 '상의'(를 가장한 지시)했기 때문. 그러나 나는 오늘도 퇴사하지 못했다. 대신 집으로 돌아와 샐러드를 입에 구겨 넣으며 『짜증 나니까 퇴근할게요』를 마저 읽었다.

『짜증 나니까 퇴근할게요』는 500p가 넘는 두께지만 제목 덕분인지, 미치도록 공감되는 내용 때문인지 몰입해서 읽게 되더라. 사실 '소설'로 분류되어 있지만, 이 분류는 그녀가 살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이 책은 다큐로 느껴졌다. 주인공의 이름까지 작가와 동명이다 보니, 선명한 현실감에 나 역시 그때로 돌아가 신입사원 시절을 생생히 떠올리게 되었다. 직장생활 십여 년 차의 '중간다리'가 된 지금에도 『짜증 나니까 퇴근할게요』가 무척 공감되었던 까닭은 여전히 고생만 잔뜩 하는 직장인의 애환, 사회생활을 길게 하며 나도 모르게 바뀐 나의 모습, 회사 안에서 여자라는 성별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내게 되는지 등을 쉼 없이 떠올렸다. 『짜증 나니까 퇴근할게요』 속에는 mz인 메리엠이 있고, 그 시절의 내가 있으며, 지금의 나도, 지금 나와 생활하는 후배들의 모습도 있었다.

『짜증 나니까 퇴근할게요』를 읽는 동안 잊고 살았던 사회초년생의 애환을 떠올렸고, 존재감 없는 이에서 직장에 찌든 사람이 되기까지의 과정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저 소설이라기엔 현실을 너무 잘 담고 있어서, 조금 서글프고 조금 짠해졌으며, 또 조금 누그러지기도 했다.

오늘 거친 월요일을 살아내느라 힘들었던 모든 직장인이 읽어보면 좋은 책, 『짜증 나니까 퇴근할게요』 였다.

짜증나니까 퇴근할게요

메리엠 엘 메흐다티 지음
달 펴냄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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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보건교사의 인스타그램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남학교의 보건실은 언제나 방문자가 없고 가끔 호출이 있는데, 이때는 주로 외근이다. 병원에 가야하기 때문이다. 반면 여학교의 보건실은 언제나 방문자가 넘쳐난다. 초등학교의 보건실은 언제나 북적북적한데, 상담과 간식, 중재 등 다양한 이유로 찾아 온다.”
선생님은 아니지만, 너무 맞는 말 같아서 피식, 웃음이 났었다. 그런데 만약 보건쌤이 냥이라면? 아마 남학교, 여학교 할 것 없이 보건실이 터져나가지 않을까?

『미스터리 보건실 냥쌤』은 정말 귀여운 냥이가 보건쌤이다. 그리고 보조...쌤이 귀...신?
표지만으로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스터리 보건실 냥쌤』은 돌핀북의 신간으로,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보듬어주는 귀여운 동화책이다. 냥과 욜(그 귀신)의 출근춘비 풍경부터 아이들을 치료하는 모습까지 무척이나 귀엽고 웃음이 터져나오기 때문에 아이들은 절로 책이 읽고 싶어질 수 밖에 없다. 『미스터리 보건실 냥쌤』의 중간 중간 등장하는 일러스트는 또 왜 이렇게 웃긴지! 엄마인 내가 보기에도 너무 재미있고 웃겨서 연신 웃음이 나더라. 사실 초등학생들의 책은 일단 귀엽거나 재미있어야 어러번 펼쳐지기 마련! 『미스터리 보건실 냥쌤』은 그런 점에서 이미 출발부터 “도서관 인기도서”가 될 가능성이 가득한 책이었다.

그렇다고 『미스터리 보건실 냥쌤』이 마냥 웃기고 귀엽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 『미스터리 보건실 냥쌤』은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마음이 힘든 친구의 마음을 보듬어주기도 하고, 말도 안되는 이유로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또 아이들이 학교나 학원 등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 응급상황에서 제대로 대처하는 법을 알려주기도 하기에, 보건지식을 얻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아이들이 미리 『미스터리 보건실 냥쌤』을 읽은 후 넘어지거나 하는 등의 사고를 겪는다면 보건실에 가기 전까지 하지 말아야 할 행동, 해야할 행동 등을 알 수 있어 사고의 범위를 좁히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 아이의 학교에는 따로 상담실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보건실은 많은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돌보아주는 따뜻한 곳이 아닐까? 그런 보건실처럼 아이들이 『미스터리 보건실 냥쌤』을 읽으며 몸은 아프지 않고, 마음은 따뜻해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미스터리 보건실 냥쌤』의 다음 활약을 기대해보며, 꾹꾹 꾹꾹꾹!

미스터리 보건실 냥쌤 1

주미 지음
돌핀북 펴냄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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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고 보니 너무 슬프게 느껴지는 동요가 하나 있다. “시계는 아침부터 똑딱똑딱~ 쉬지 않고 일해요” 이놈 노동자의 삶은 참으로 끝도 없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프거나 지치거나 할 것 없이 쉬지 않고 일해야 했던 것. 거기에 엄마이기까지 한다.? 그러면 정말, 돌아서면 할 일, 돌아서면 할 일이다. 그런 마음을 작가님도 아는지, 권정민 작가님의 새 그림책, 『시계탕』을 읽다가 눈물이 핑 돌았다. 우리 집 아이가 나를 안아주며 “고장 나지만”라고 위로해주던 그림책, 때때로 고장이 나는 엄마들을 위한 그림책, 『시계탕』을 소개한다.

사실 『시계탕』의 첫 장은 양심이 콕콕 쑤셨다. 나도 자주 하는 말, “10분 내로 가방을 메야 해”, “5분 안에 먹지 않으면 배고픈 채로 학교에 가야 해”. 아마 다른 엄마도 비슷할 것이다. 정해진 24시간 안에 우리는 아이를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학교나 유치원에도 보내야 하니까. 『시계탕』 속 엄마도 역시 시간을 똑똑 쪼개어 잔소리한다. 아이가 속으로 '제발 저 소리 좀 멈췄으면' 하고 생각하였는지도 모르고. 다음 날, 아이의 소원대로 엄마의 잔소리가 멈춰버린다. 엄마가 시계가 되어버렸기 때문. 아이가 느긋하게 준비하고 천천히 밥을 먹어도 엄마는 잔소리하지 않는다. 아이는 지각을 했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도 엄마가 시계인 채로 있자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엄마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과연 엄마는 시계에서 돌아올 수 있을까?

대부분 책은 아이와 내가 함께 읽는 편이지만, 『시계탕』은 아이가 먼저 읽게 되었다. 나보다 먼저 집에 온 아이가 택배를 정리해주다 그림책임을 발견하였기 때문. 아이 혼자 만난 『시계탕』이 어떤 감상을 주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퇴근 후 집에 들어선 나를 꽉 안아주는 아이의 눈이 그렁그렁했던 거로 보아 아이에게도 꽤 찡한 내용이었나보다. 나도 한밤중 『시계탕』을 읽다가 엉엉 울어버렸다. 3월 내내 지친 상태였기 때문일까. 고장 나 멈추어버린 시계도 슬펐고, 시계를 고치고자 노력하는 아이의 모습도 슬펐다. 시계처럼 쉼 없이 바쁘게 돌아간 우리 집의 3월이 겹치며 온 마음이 요동을 쳤다. 나도 나지만 우리 엄마가 생각나서, 과연 나는 우리 엄마를 『시계탕』에 데려가는 딸이었나 수없이 생각했다.

우리는 때로는 더 많은 것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도 하고, 어떨 땐 가진 것을 잃지 않고자 안간힘을 쓰기도 한다. 챙겨야 할 것이 많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많아 늘 종종걸음을 친다. 사랑하기 때문에 아이에게 잔소리하지만, 나를 사랑하는 엄마의 잔소리는 성가셔한다. 그래서 권정민 작가님의 『시계탕』은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우리 엄마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시계탕』 가장 뒤 페이지에 작은 글씨로 적힌 말, “시간이 있다면 엄마와 시계탕으로 여행을 떠나보세요”.

이 말을 약간 고쳐 세상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시간을 내어, 엄마와 『시계탕』으로 가보라고. 또 시간을 내어 아이와 『시계탕』 가는 길을 연습해보라고. 우리의 엄마들이 고장 나지 않도록 함께 『시계탕』을 향하기를. 또 훗날 혼자 『시계탕』에 가며 두려워할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덜 무서워할 수 있도록 함께 연습해주기를.

하지만 진짜 마음은- 당신도, 당신의 엄마도, 당신의 아이도 고장 나지 않도록 미리미리 마음이 한 박자씩 쉬어갈 수 있기를. 오늘도 수고한 우리에게 잔잔한 위로를 주는 그림책, 『시계탕』이었다.

시계탕

권정민 지음
웅진주니어 펴냄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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