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널 건너에 있는 눈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한 남자의 허무와 대비되는 두 여인의 열정
사람에게 있는 첫인상처럼 소설에는 첫 문장이 있다. 『설국』처럼 첫 문장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소설도 드물다. 이 문장으로 독자들은 꿈에서 볼듯한 장면을 상상하며 이야기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빠져든다. 주인공에 빙의해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면 — 기차의 규칙적인 덜컹거림이 지겨워질 때쯤, 격변을 예고하듯 을씨년스러운 터널 안으로 기차와 나의 의식을 빨려 들어갔다. 또다시 불편한 소음이 귀에 익으려 하자, 농이라고 던지듯 터널의 출구가 또 다른 세상으로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벌컥” 소리와 함께 터널의 출구를 지나자 하늘과 땅의 구분이 모호한 세상이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드넓은 수평선이 숨어있던 바다가 파란색으로 우리를 위로해 주었다면 새하얀 눈은 반가움도 미움도 아닌, 알 수 없는 것이었다. 눈의 고장은 그렇게 별 표정이 없다는 게 첫인상이다.
금수저 출신의 주인공 ‘시마무라'는 아무런 목적도 없이 ‘설국'에 왔다. 그곳에서 만난 두 여인 고미코와 요코는 그와 다르게 연민과 사랑으로 열정이 넘친다. 사실 이 소설에서 서사는 그다지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등장인물의 감정에 따라 변하는 표정, 동작, 말투를 세밀하고 감각적으로 표현한 문장과 계정의 변화 과정을 서글프도록 아름답게 그려내는 몽환적 문체가 소설의 핵심 요소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이 구체화한 과정도 저자의 단편적인 연작을 모아 구성했기 때문에 서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를 발견하기는 쉽지도 않고 필요해 보이지도 않는다. 이 소설의 즐거움은 간결한 문체로 인간의 고독한 내면을 깊숙이 파고드는 가와바타(저자)만의 문체를 감상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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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근하기 쉽지 않은 진화론을 탄생, 현재, 미래로 구분하여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누구에게나 익숙해서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진화론'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책의 저자이자 일본의 진화생물학자인 하세가와 에이스케는 이러한 독자들을 위해 친절하게 진화론을 설명해 나간다. 다윈이 주장한 자연 선택설의 핵심인 『종의 기원』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진화론의 탄생과 역사를 이야기의 첫 꼭지로 선정했다. 당시 유전이라는 현상을 짐작했을 뿐 유전자의 실체는 확인할 수 없었기에 일종의 가설로 인정받았지만, 현재는 유전자의 존재를 실제로 확인했기 때문에 다윈의 가설은 보편타당한 과학적 원리로 인정받고 있다. 다원의 ‘자연 선택설'은 환경에 적합한 성질을 지닌 개체가 늘어나 이러한 개체의 유전정보가 지속해서 다음 세대에게 전달된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이 이론은 현재 과학의 진보와 함께 정교해지기도, 모순이 드러나기도 한 상황이다. 진화론은 세월과 함께 진화해왔고 또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실 DNA 구조, 염기 서열, 변이 등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전문적인 용어가 쉽지만은 않다. 유전학과 관련된 배경지식이 있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유전자의 실체를 설명하는 부분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진화론이 어떻게 탄생했고, 어디까지 왔으며, 어떻게 발전할 것이라는 맥락을 이해하는 데는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다윈의 『종의 기원』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진화론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책으로 손색이 없다. 책의 마지막은 연구 자체도 진화론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며, 단기적 적응도보다 장기적 존속성이 자연계에서 절멸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책인 것처럼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는 분야보다는 어렵고 개척하기 힘든 분야를 연구해야 한다는 말은 특히 공감되었다.
재밌어서 밤새 읽는 진화론 이야기
하세가와 에이스케 지음
더숲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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