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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나의 민원인
정명원 (지은이)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장류진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이 있다면 "검찰청 외곽의 슬픔과 기쁨"도 있다.
우리는 각자 속한 조직에서 중심부를 지향하며 처신하게 되는데 그 중심부라는 것은 자연스럽게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모든 위치 및 역할은 중요하지 않은게 없고 쓸모가 정해져 있음에도 소위 얘기되어지는 중심부에 들어가지 못하면 외곽주의자라는 명칭이 주어지면서 웬지 표준 영역에 진입하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검사로서 화려한 꽃이 아니라 잘 보이지 않게 땅에 밀착되어 삶의 축축한 단면을 느끼며 살아가는 이끼와 같은 검사의 삶을 살아온 저자는 오히려 뜨겁고 뭉클한 삶의 결들을 누구보다 많이 느껴온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엄격하고 무정하기까지 한 이미지만 검사가 아니라 감수성이 넘치는 생활검사도 있음을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단호함과 성실성을 탑재한 법조인들이 무언가에 대해 확고한 기준을 갖을 때, 그것이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감수성은 인간에 대한 이해의 힘이 생기는 근육을 키워 검사가 인공지능의 영역으로 가지 않도록 해주는 중요한 요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국민참여재판 제도가 저자의 근육이 효과적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국민참여재판은 일반 국민인 배심원들에게 사건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판단을 받는 재판이다. 오래된 문법과 전문용어로 과정을 진행하던 기존 재판과 달리, 형법의 적용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일반 국민들에게 사건의 낱낱을 설명해야 하는 것이다. 스토링텔링을 해야 하는 시간이며 사건의 의미와 후속 해결방향에 대해 좀더 창의적인 방식으로 풀어 나가야 하는 방식인 것이다.
돌앤들 꽃을 못 피우랴..
검사로서의 적성에 대해 항상 의문을 가졌고 지인들의 우려의 눈빛도 많이 받았지만, 저자는 새로운 영역에서 새로운 꽃을 피우고 있다. 조직 내부적으로도 내부포털 게시판(이프로스)에도 궁서체의 업무적인 글이 아닌 생활글을 올려 살얼음이 낀 조직분위기의 틀에 유연성이 깃들게 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중심부가 아닌, 다정한 외곽주의자의 삶은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세상이 설정한 표준사이즈가 아닌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고 자신의 머리와 감성으로 고민하며 그 지점이 바로 중심부일 것이다. 항상 남의 눈치를 보고 평균인지를 가늠해야 하는 문화, 서로 다름을 장점으로 받아 들이지 않는 문화 속에서는 행복도 없을 것이다.
민원인을 친애하시고 흔한 중심부를 추구하지 않되 항상 감수성을 바탕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해결하시는 검사님들이 많아질 때 검찰개혁이란 말도 불필요해지지 않을까하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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