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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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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열린책들 펴냄

<첫번째 이야기ㅡ깊이에의 강요>
그 평론가는 악의적인 의도가 없었다고 한다.

''아직 깊이가 부족합니다''

'의도'가 없었다니, 그렇다면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한 것인가. 의도없이가 아니고 생각없이 한 말인가, 평론가이기에 평론하기 위한 말인가. 덕분에 뛰어난 그 화가는 끔직하게 변했고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자 이제는 깊이가 보인다는 말장난. 누구의 잘못인가. 내면의 단단함이 부족한 화가인가. 깊이를 강요한 평론가인가. 책임을 지게 하고 싶은 분노가 한껏 치솟는 글.
그러니까 분노가 생길 만큼 너무 잘 쓰심. 캬..

<두번째 이야기ㅡ승부>
체스판의 고수는 항상 이겨왔기에 그 무리에서 그의 편은 없었다. 그에게 도전을 한 젊은이는 사실은 초보이며 무례한 사람이었지만 사람들로부터 환호를 받는다. 무리들은 본인들이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것을, 젊은이가 대신 해 준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체스 고수는 이겼지만 사실은 지고 싶었던 걸까. 이겨야만 한다는 압박감을 내려놓길 원해 오히려 참패를 기다리고 기다린걸까.

<세번째 이야기ㅡ장인 뮈사르의 유언>
갑자기? 돌조개가 의미하는 건 뭐지??
특이하고도 독특한 이야기이며 세번째 이야기가 가장 어렵고도 가장 마음속에 남는다.
조개라니... 내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무엇인가? 작가는 '무지'는 수치가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세계는 무자비하게 닫히는 조개라고도 했다. 그것은 인간이 결국 화석화되고 돌조개의 비참한 파편더미가 되어 무덤으로 들어간 것이기 때문이라고.
'조개화'가 된다는 것은 더이상 생각하는 삶을 살지도,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려고 시도하지도 않는, 뻣뻣하게 굳어버린 심장과 뇌를 지닌체로 한 걸음이라도 내딛으려고 움직이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가.
내게도 어느정도 조개화가 진행되고 있다...

<네번째 이야기ㅡ문학적 건망증>
문학적으로 기억력이 완전히 감퇴되는 고질병이라니.
2022년 3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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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대한 사유중에 이렇게나 고통이 고통이지 않게, 우리 곁에는 어떤 모습으로도 고통은 존재한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글을 읽어본 적이 없다. 고통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지만 계절처럼 지나갈 것이나 그러나 또 없어지지 않은 채 우리곁에 존재한다. 그러니 고통으로 힘들어하는 이가 있다면 섣부른 위로 보다는 공감을 보내주는 것만으로 사라지지 않는 고통에 대해 위로가 될까.. 사실 모르겠다. 그러나 고통은 사라지지 않으나 옅어지는 건 사실인것 같다. 견딜수 없을 것 같은 고통도 계절이 지나가듯 어느새 시간속으로 흘러가고 그러다가 어느날 문득 떠오르면 다시 왈칵 눈물이 나다가 또 언젠가는 아무렇지 않게 얘기할 수 있어진다.

"내가 보는 것이 결국 나의 내면을 만든다. 내 몸, 내 걸음걸이, 내 눈빛을 빚는다. 그런다음 나의 내면이 다시금 바깥을 가만히 보는 것이다. 작고 무르지만, 일단 눈에 담고나면 한없이 부풀어 오르는 단단한 세계를"

시와 산책

한정원 (지은이) 지음
시간의흐름 펴냄

2022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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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mhyunjungz9ee

"연민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그중 하나인 나약하고 감상적인 연민은 그저 남의 불행에서 느끼는 충격과 부끄러움으로부터 가능한 빨리 벗어나고 싶어하는 초조한 마음에 불과하며 함께 고통을 나누는 대신 남의 고통으로 부터 본능적으로 자신의 영혼을 방어한다. 진정한 연민이란 감상적이지 않는 창조적 연민으로 이것은 무엇을 원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힘이 닿는 한 그리고 그 이상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함께 견디여 모든 것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연민을 말한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가지의 세계에서 연민을 발휘하여 남의 고통을 인식하고 진정으로 도와주는 행동을 또 다른 집단에서는 그 연민이라는 감정을 이해하지 않고 무언가를 얻을 요량으로 베푸는 선행쯤으로 여길 수도 있다는게 놀랍다. 그렇게 오해받을까봐, 또는 부담스러워 질까봐, 초조한 마음을 이기지 못해 연민을 거두게 된다.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결국 초조한 마음이란 무엇인가.

에디트, 그녀는 호프밀러를 향한 절절한 사랑이 자신의 장애로 인해 거부당할까 두려워했으나 용기내 고백했다. 호프밀러, 그는 그녀에 대한 연민으로 다가갔는데 사랑으로 다가오는 그녀를 감당할 수 없고 거부도 할 수 없어 전전긍긍하며 초조한 마음을 거둘수가 없었다. 그러다 에디트의 표현에 당황하고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며 그녀에 대한 사랑이 거짓이라고 부인하고는 다른 곳으로 도망쳐 버린다. 그 사실을 알게된 에디트는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맺는다. 호프밀러는 자신의 비겁함을 인정하고 뒤늦게 그녀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느끼지만 이미 때는 너무 늦었다.

단순한 연민이었을까.
호프밀러는 가엾은 에디트가 겪는 고통에 대해 도움을 주었고 그러한 그의 행동으로 다른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자기 자신도 행복했었다. 그런데 진정한 연민이 결국 초조한 마음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저택을 차지했던 케케스팔바의 젊은시절의 이야기와 콘도어 박사의 이야기도 놀라운데 그들은 둘다 진정한 연민을 실천했다. 그것은 연민이라기보다 사랑이었다. 즉, 사랑이 있어야 진정한 연민이 발휘되는 것이라는. .

진정한 연민이란 사랑이며 초조한 마음과는 대비가 된다.

호프밀러의 이야기, 저택의 주인인 케케스팔바의 이야기, 그녀의 딸 에디트의 이야기, 그리고 의사인 콘도어의 이야기에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빠져들어 읽었다. 와우 감탄만 계속! 호프밀러의 내면에 대한 심리묘사가 정말 탁월하다. 그의 심리를 쫒다보면 주변상황에 흔들리는 그의 행동이 안타깝지만 원망할 수도 없는 게 또 이해가 되기 때문.

'누구라도 그럴 수밖에 없지 않나' 라는 마음과 '그러면 안되는 행동이었지' 라는 마음 사이에서 나는 지금 허우적 대고 있다. 제목처럼 초조한 마음으로 파국으로 치닫는 내용을 마음 졸이며 읽었다.

"인간에 대해 한가지를 이해하고 나면 다른 것들도 이해하게 되는 법이다. 한가지 고통을 진심으로 연민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와 같은 마법의 가르침에 따라 다른 고통도, 심지어는 낯설고 모순적으로 느껴지는 고통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 넘 좋으니까👍

초조한 마음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022년 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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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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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들.
전에 읽은 <화가 반고흐 이전의 판 호흐 >라는 책에서도 고흐와 테오의 편지들을 읽었는데 그때는 화가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 고흐는, 어쩌면 동생과 가족에게 짐같이 느껴졌을까 싶기도 했다. 사람은 어쨌든 모두 혼자 살아가지 못하지만 미술 말고는 동생 테오에게 많은 의지를 한 건 사실이었다.
이 책은 고흐의 모든 편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미술에 대한 그의 절절한 사랑만큼은 충분히 느껴진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예담 펴냄

2021년 1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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