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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창의 책을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이제는 그의 이름만 보이면 손이 간다. 소설이라고 하기엔 조금 어렵고 천천히 읽히긴 하지만 다 읽고 책장을 덮었을 때의 쾌감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영화 <컨택트>의 원작 소설이 담긴 단편집이다. 그러나 나는 그걸 책 다 읽고 알았다. 그 원작 소설에서 더 나아가 다시 쓴 글인줄 알았는데, 그냥 각색이 되어서 내가 못 알아본거다! 두둥. 그리고 내가 매우 재미있게 읽은 그의 책 <숨> 보다 먼저 나온 책이라고 한다. 어째, 조금 더 어렵게 느껴지더라…
책 제목인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포함하여 8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예 짧은 단편은 아니고 중단편 정도? 책 전체가 450페이지 가량 되니 제법 두껍다고 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모든 이야기가 정말 신선하고 획기적으로 느껴졌다. 도대체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하는거지? 싶고, 인간이 아닌거 같다는 생각도 들고. 특히 어떤 문제를 다루는 부분에 있어서 무엇이 맞고 틀린지를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생각을 하는 등장인물을 배치하여 나는 누구와 가장 비슷한 의견인지 누구의 생각은 잘못되었다고 느끼는지 자연스럽게 고민하도록 만든 부분이 좋았다. 독자 생각의 한계를 두지 않도록 배려하는 느낌이 들었다.
8개의 단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글은, 아무래도 책의 제목인 <네 인생의 이야기>이다. 영화 <컨택트>를 본지 너무 오래되어 또렷하게 생각나진 않지만 이 소설의 결말과 매우 달랐던 것 같다. 아무튼 소설 속에서 루이즈가 마지막 부분에 어떤 결심을 하는 장면이 너무 인상깊었다. 이야기의 시점이 과거, 혹은 현재와 미래를 왔다갔다 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더 흥미를 갖게 하는 방법은 글이 가진 큰 장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글을 읽을 누군가가 나 때문에 결말을 미리 알아버리지 않았으면 해서 더 자세한 말은 못하겠지만, 루이즈는 직업적으로도 또한 ‘인간’적으로도 매우 멋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전례가 없던 일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좌절할 것을 알지만 시작한다는 점에서. 지금 나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가장 마지막에 있는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다큐멘터리>도 정말 재미있다. 특히 무분별한 미디어가 폭력적으로 인간을, 인류를 공격하는 장면에서는 나도 등장인물 몇몇과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기에 더욱 재미있었다. 칼리아그노시아에 대해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의무화는 안된다는 사실 뿐이지만, 실제로 그런 기술이 발명된다면 작가의 창작노트에 적힌 것과 같이 나도 시험해보고 싶다.
p.122 <영으로 나누면>
1과 2는 같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잘 알려진 ‘증명’이 하나 있다. 그것은 이런 정의로 시작된다. “a=1, b=1이라고 하자.” 그리고 a=2a, 즉 1은 2라는 결론으로 끝난다. 증명 과정 중간쯤 눈에 안 띄게 숨어 있는 것은 0으로 나누기이다. 그 시점에서 이 증명은 벼랑 너머로 한 발을 내딛으며 모든 법칙을 무효로 만들어버린다. 0으로 나누는 것을 인정한다면 1과 2는 같을 뿐만 아니라 그 어떤 두개의 수도-실수이든 허수이든, 유리수이든 무리수이든-같다고 증명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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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님의 인생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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